[차호중의 재테크 칼럼]중국 증시와 한국 증시
올해 들어서 중국증시가 심상치 않다. 홍콩 H지수가 반등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며 지속적인 하락조정을 받는 분위기다. 160여 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홍콩증시가 4년 연속 하락한 가운데 작년 한 해만 해도 약 14% 정도 주가하락의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이러한 하락이 지속되는 가운데 하루 동안 한주도 거래가 이루어지지지 않은 종목들이 속출했다는 데 있다. 지난해 8월 15일에는 2600여 개 종목이 상장된 홍콩증시에서 865개 종목이 한주도 거래되지 않는 심각한 모습을 보였다.
작년 한 해 동안 홍콩시장에서는 55개 사의 상장폐지가 이루어졌다. 그것도 12개 사는 자발적 상장폐지를 진행했다. 민영화한 중국 국영기업들이 홍콩을 떠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방치한 시장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홍콩증시에 상장한 중국 국영기업들은 대부분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분위기다. 국영기업들은 중심으로 구성된 홍콩H지수가 하락하는 것 또한 이러한 시장 분위기가 반영된 측면이 있다.
2020년 제정된 ‘국가보안법’의 영향으로 사실상 금융자치권이 부정된 것으로 보는 견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기업에 대한 신뢰를 가지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작년 12월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Moody’s)가 중국과 홍콩의 신용등급 전망에 대해 강등조치를 취했다. 여기다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자유가 사라져 기능을 잃어가고 있는 시장에 대해 투자자들이 냉담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인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2005년 이후 19년 만에 새해부터 지속적인 하락조정의 모습을 보이는 최악의 시장 환경을 맞이하게 된 셈이다.
홍콩H지수(Hang Seng China Enterprises Index)란 중국 본토기업이 발행했지만 홍콩거래소에 상장되어 거래되고 있는 주식(H-Shares) 중 시가총액, 거래량 등의 기준에 의해 분류한 5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다. 홍콩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중국 국영기업 주식이다. 국유기업이나 정부 지분 30% 이상인 기업의 주식이다. 중국에서 등록하고 중국 증권감독위원회에 의해 홍콩에 상장된 기업의 주식이다. 기업 자체는 중국에 있고 매출 또한 중국 내에서 이루어지지만 홍콩과 중국 본토에 동시에 상장되어 거래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라고도 한다. H-Shares중에는 중국본토 시장과 홍콩증시에 중복 상장되어 거래되고 있는 종목도 있다. H지수는 특히 우량주로 구성되어 있고 외국인 투자가의 비중이 높다. 업종별로는 금융섹터의 비중이 70% 정도를 차지하며, 그 뒤를 에너지(Energy), 건설 섹터가 뒤따르고 있다. 즉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는 홍콩H지수인 셈이다.
반면 홍콩항생지수란 홍콩 최대의 은행인 홍콩상하이은행의 자회사인 항셍은행이 홍콩에 상장된 종목 중 우량종목을 대상으로 하여 산출한 주가지수다. 항셍지수는 홍콩증권거래소에 거래되는 종목 중 48개 종목을 시가총액 가중평균으로 산출한다. 아시아의 주요 주가지수의 하나다. 홍콩시장 시가총액의 70%를 차지한다는 특징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6%로 보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은행(WB)도 각각 4.7%와 4.4%로 전망한다. 2021년 초 홍콩H지수는 1만 포인트(Point) 근처였는데 중순부터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여 2월에는 2020년 이후 최고수준인 1만 2000포인트(Point) 대로 주가가 올랐고, 2월 17일에는 1만 2228.63 포인트를 기록하며 최고점에 이르렀다.
하지만 중국 ‘그림자 금융’의 상징으로 부동산개발 업체의 자금줄 역할을 해 온 자산운용사 중즈그룹이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시장에 불안감이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침체에 따른 개발업체들의 위기가 신탁업계 전체로 번져가면서 연쇄 부실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채권의 규모도 만만치 않아 걱정이다. 지난 5일비제도권 금융시스템인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 System)’의 상징이라 볼 수 있는 중즈그룹의 파산은 부동산시장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중즈그룹은 부유한 개인 투자자와 기업의 자금을 모아 일반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힘든 중소기업이나 부동산개발 업체들에게 빌려주는 신탁산업인 소위 ‘그림자금융’을 해왔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2020년 하반기부터 엄격한 규제에 나서면서 그림자금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즈그룹 파산으로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채권자 대부분이 고액자산가들이라는 점이다.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 System)’이란 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하면서도 당국의 규제와 감독을 받지 않는 비제도권 금융이나 상품을 말한다. 대출자와 중개인 등 참가자들은 고수익 고위험 채권을 사고팔며 유동성을 창출하지만, 투자구조가 복잡하고 손익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기에 이와 같이 ‘그림자금융’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중즈를 비롯한 주요 그림자금융 업체들이 대규모 부동산 개발업체에 자금을 지원해 왔는데, 최근 몇 년간 헝다와 비구이위안 등이 디폴트(Default)에 빠지자 부동산 위기가 금융위기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피크차이나(Peak China)’란 성장의 정점에 달한 중국이라는 의미다. 지난 40여 년간 지속되어 온 중국의 성장세가 정점을 찍고 내리막에 접어들었다는 말이다. 중국의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개방과 개혁의 지속 및 심화, 지방 부채 등의 국가 부채관리, 위안화 평가절상 등이 중요하나 현실은 개혁과 개방이 후퇴하고 있고, 부채증가가 지속되고 있다. 결국 과거 성장 패턴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는 전제가 흔들리고 무너지고 있기에 걱정이다.
즉 중국경제가 인구감소와 경제성장 둔화, 부채증가라는 세 가지 악재로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기대치에 못 미친 데다 장기적으로 인구감소가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재기되고 있는 것이다. 급증하는 부채는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부채 증가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해도 당국은 쉽사리 경기부양책을 쓸 수 없는 딜레마(Dilemma) 상황에 빠진 것이다.
국내 금융시장에 가장 큰 부담을 주는 대외악재는 중국관련 리스크(Risk)다. 홍콩H지수는 4년 연속 하락한 데 이어, 올해만 해도 약 10% 이상 추가 하락세다. 중국관련 지표가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글로벌(Global) 투자자들의 시각은 우선 중국을 떠나고 보자는 ‘차이나 런(China Run)’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 집권 3기 이후 노동, 토지, 자산 및 데이터(Data)를 국가주도 통제 하에 두는 경제시스템(System)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대만총통 선거결과 친미 성향의 민진당 후보 당선은 중국과 대만 양안 및 미국과 중국의 대립격화 우려를 자극하면서 중국에 대한 리스크(Risk)를 고조시킬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대중 수출 비중이 작년 말 기준 19%대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중국의 불안이 국내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여전히 크다.
새로운 국면의 중동리스크(Risk)도 국내에 또 다른 공급망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내 무역 물동량의 16%가 통과하는 홍해와 원유수입의 72%가 지나가는 호르무즈해협에서 동시에 지금과 같은 돌발 악재가 터진 것은 처음이다. 국내물류와 수출 운송차질에 영향을 주어 국내물가와 유럽수출에 부정적인 요소가 된다. 대내적으로도 정부와 금융당국의대처로 태영건설 사태는 일단은 진정되었지만 부동산 경기가 재차 악화되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한국증시가 삼성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하락세 영향을 받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꺾이면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약화되었고, 중국경기와 밀접한 경제적 상관성으로 한국과 홍콩시장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글로벌(Global)증시의 조정국면에서 국내증시가 유독 부진한 모습을 보인 이유로 주요기업에 대한 실적 우려, 지정학적 리스크(Risk)부각,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 약화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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