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예멘 본토 5차 공격…후티 “미국과 직접 대결 영광”
이란과 파키스탄이 미사일을 주고받으면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시작된 중동의 전운이 남아시아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미 백악관은 18일(현지시간)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의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서둘러 내놨다.
그러나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미국의 거듭된 강조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정세의 진원지인 중동 분쟁은 계속 꼬여만 가는 양상이다. 미군의 교전 지역과 대상은 늘어만 가고, 중동 내에서의 반미 감정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군은 이날 후티 반군에 대한 추가 공습을 단행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정당 방위를 위해 후티 반군의 대함 미사일 2대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미국이 영국과 함께 예멘 본토 내 후티 근거지에 첫 폭격을 가한 뒤 일주일새 벌써 5번째다.
미국은 후티 반군에 대한 공격을 계속 감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군의 후티 공격이 효과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후티의 공격을 중단시켰냐는 의미라면 아니다”라면서 “공격이 이어질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 역시 “이러한 공습은 필요가 있는 한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후티 반군은 미군의 공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과 몇시간 뒤 미 선박에 대함 탄도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 다만 선박은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후티 반군은 오히려 “미국과 직접 대결하고 있는 것은 큰 영광이자 축복”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을 비꼬았다. 후티 반군의 수장인 압둘 말리크 알후티는 이날 아랍어 채널들을 통해 방송된 1시간가량의 연설에서 “미국과 영국이 예멘에 미사일 공격을 가한 것은 후티 반군의 홍해 상선 공격의 영향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미사일 공격이 거둔 유일한 효과는 후티 군대와 해군 기술을 향상시킨 것뿐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비행기 계단을 오르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 노인이 탄압받는 가자지구 주민을 지지하기를 원하는 이들을 공격하기 위해 9000마일을 이동하고 있다”고 조롱했다.
이러한 가운데 중동 내 반미 감정은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이라크 내에서는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급격히 힘을 얻기 시작했다. 무함마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는 다보스포럼이 열리고 있는 스위스에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한 인터뷰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연합군에 대한 정당한 이유가 없어졌다고 믿는다”며 이라크 주둔 미군과의 관계 재편을 주장했다.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결성된 국제연합군은 미군 2500여명과 미국의 동맹 20여개국 소속 병력 90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라크 보안군 훈련과 병참 지원 등의 명목으로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으나, 중동 내 거점 유지를 위해 남아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에 대해 미 국가안보보장회의(NSC)는 알수다니 총리와 국제연합군의 미래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IS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위협이며, 그 위협은 진화하고 있다”면서 철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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