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다큐 '비욘드 유토피아' 김성은 목사 "자유의 소중함 알길"
작년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다큐 부문 예비후보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이 영화를 통해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대한민국 국민이 알아주시면 좋겠어요. 탈북민들의 아픔에도 공감해주시고요."
북한 주민의 생사를 건 탈북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에 출연한 김성은 목사는 19일 서울 용산구의 한 영화관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비욘드 유토피아'는 미국 독립영화계에서 주목받는 매들린 개빈 감독이 연출한 미국 영화다.
이 영화는 김 목사가 북한 주민의 탈북을 지원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탈북 과정에 동행한 제작진이 촬영한 영상과 탈북민이 직접 찍은 영상 등으로 구성됐다.
갈렙선교회 소속인 김 목사는 지난 23년 동안 1천명이 넘는 북한 주민의 탈북을 도왔다. 북한이 기근을 겪던 1990년대 중국으로 선교하러 갔다가 압록강에 뜬 북한 주민의 시신을 보고 탈북민 지원에 헌신하기로 결심한 그는 두만강 빙판에서 넘어져 목을 다치면서 철심을 박는 등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김 목사가 의뢰받은 두 건의 탈북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북한 여성 우영복 씨가 남편과 두 딸, 80대 노모와 함께 중국, 베트남, 라오스, 태국을 거쳐 한국으로 오는 이야기와 한국에 사는 탈북민 이소연 씨가 북한에 남겨두고 온 아들을 탈북시키려고 하는 이야기가 교차한다.
'천국의 국경' 등 탈북을 주제로 한 다른 다큐멘터리에도 출연한 적이 있는 김 목사는 "고백하고 싶은 건, 이런 영화를 다시는 안 찍었으면 좋겠다. 그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북한 주민이 국경을 건너 목숨을 거는 일이 없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욘드 유토피아'에서 김 목사는 양 씨 일가족과 중국 칭다오에서 만나 '안전지대'인 태국까지 1만2천㎞의 여정을 함께한다. 내년이면 환갑인 그는 베트남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하려고 한밤중에 양 씨 일가족과 밀림의 수풀을 헤치고, 태국으로 들어갈 땐 조금만 무게중심을 잘못 잡아도 뒤집어지는 작고 기다란 배를 타고 메콩강을 건넌다.
김 목사는 "중국 정부가 탈북민을 북송하지 않고 난민으로 인정해주는 게 첫 번째 소원"이라며 "한국 정부도 탈북민이 무사히 한국에 올 수 있도록 노력해주면 좋겠다. 교회의 힘으론 한계가 있다"고 했다.
'비욘드 유토피아'에서 김 목사의 휴대전화는 탈북 의뢰로 끊이질 않는다. 지금도 갈렙선교회의 도움을 기다리는 북한 주민이 20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김 목사는 "(탈북을 의뢰한 사람이) 열 명이라면, 우리가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은 두세 명밖에 안 된다"고 털어놨다.
이 영화에서 이소연 씨의 이야기는 슬픔을 자아낸다. 북한에 남겨두고 온 아들이 그림에 재능이 있어 한국에 온다면 미술 공부를 할 거라고 기대하는 그는 한국에서 아들이 입을 옷을 장롱 가득 사뒀다. 그러나 아들은 강제 북송되고,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됐다는 소식이 브로커들을 통해 전해진다.
이 씨는 "아들을 꼭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살아만 있어 달라고 기도한다. 아들을 만나 밥 한 끼 같이 먹는 게 소원"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 영화의 제작에 참여한 최대원 프로듀서는 탈북을 다룬 기존 다큐와 이 작품의 차이점에 관해 "탈북 관련 영상물은 정치적 목적으로 소비되고 사라지곤 한다"며 "이 영화는 처음 촬영할 때부터 인물에게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좀 더 공감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욘드 유토피아'는 북한 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해석의 여지는 있다. 이 영화는 2013년 북한의 실세로 통하던 장성택 처형 사건에 관한 사진 등을 보여주며 김정은 정권의 폭압적 성격을 고발한다. 6·25 전쟁을 포함한 한국 현대사를 재조명하기도 한다.
북한의 현실을 고발한 TED 강연과 회고록 '일곱 개의 이름을 가진 소녀' 출간으로 미국에서 유명 인사가 된 탈북 여성 이현서 씨의 인터뷰도 중간중간 보여준다.
이 씨는 이 영화의 산파 역할을 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2016년 미국에서 열린 회고록 사인회에서 유명 배우 로버트 드니로를 만나 "탈북민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고, 이 말이 회고록과 함께 제작사에 전달되면서 '비욘드 유토피아'가 탄생했다.
천신만고 끝에 한국에 들어온 우영복 씨는 "여기 와 보니, '내가 번 돈으로 내가 산다'는 게 너무 좋다"면서도 "아이들이 있다 보니 학원비가 만만치는 않다"며 웃었다.
중학교에 다니는 첫째 딸 진혜 양은 "한국 정착이 빨라 학교 친구들과도 잘 지낸다"고 했고, 둘째 진평 양은 꿈이 뭐냐는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아이돌"이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 목사는 "탈북민은 한국에 정착하는 데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며 "이 문제에도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비욘드 유토피아'는 지난해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받았고, 시드니영화제에선 최우수 국제 다큐멘터리 관객상을 받았다.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다큐멘터리 예비후보에도 선정됐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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