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보다 서울에 매장이 더 많네”... 애플코리아 돈 얼마나 벌길래
[왕개미연구소]
“애플 매장이 도쿄보다 서울에 더 많네요. 한국에서 장사가 잘 되나 봐요.”(50대 회사원 이모씨)
오는 20일 서울 홍대에 애플스토어 신규 매장이 오픈하는 가운데, 애플코리아의 사업 성적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플 홍대가 문을 열면, 서울에 있는 애플 매장은 총 6곳으로 늘어난다. 단일 도시 기준으로 보면 일본 도쿄(5개)보다 더 많다. 애플코리아는 지난 달엔 경기 하남 스타필드에 수도권 첫 매장을 여는 등 공격적으로 지점을 열고 있다.
애플코리아는 미국 애플 본사가 지분을 100% 갖고 있다. 계산에 밝은 글로벌 기업이 특정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건, 그만큼 돈벌이가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12일 나온 애플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코리아는 2023년 회계연도(2022.10~2023.9)에 한국에서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 매출은 7조5240억원에 달했고 영업이익은 5600억원에 육박했다. 당기순이익은 3215억원.
애플코리아 매출과 영업이익만 보면 카카오(매출 7조1068억원, 영업이익 5803억원)와 거의 동급이다. 카카오는 코스피 시가총액 기준 13위 기업으로, 19일 주가 기준으로 시총은 26조원에 달한다.
전업투자자 김모씨는 “집에 애플 제품이 여러 개 있긴 하지만 애플코리아 매출이 1년에 7조5000억원이나 될 줄은 몰랐다, 한국에서 그야말로 돈을 쓸어 담는 수준 아니냐”고 말했다. 참고로 애플코리아는 매출이 7조원이 넘지만 판매비와 관리비는 3000억원이 채 되지 않아 비용 지출이 거의 없다.
경제서적 <1%를 읽는 힘>를 펴낸 금융권 종사자 메르씨는 “애플코리아의 실적을 보면 2022년과 2023년의 매출은 비슷한데, 영업이익이 861억원에서 5600억원으로 퀀텀점프했다”면서 “숫자가 이렇게 달라진 것은 애플코리아가 적당하다고 판단되는 수준에서 영업이익을 조정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메르씨의 설명은 이렇다. 2022년에 애플코리아는 7조3000억원 매출에 86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때 매출의 95.3%인 6조9900억원이 매출 원가로 잡혔고, 판매비와 관리비 2587억원을 공제한 861억원이 영업이익이었다.
그런데 2023년의 애플코리아 실적은 사뭇 달라졌다. 매출은 7조5000억원인데, 영업이익이 5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50% 급증한 것이다. 매출의 88.8%인 6조6803억원이 원가로 잡혔고, 판매비와 관리비 2837억원을 뺀 나머지 5600억원이 영업이익이었다.
매출과 비용은 엇비슷한데, 1년 만에 영업이익이 어떻게 이렇게 급증한 걸까. 매출원가율(매출액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에 비밀이 숨어 있다.
“애플은 국내에서 물건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애플 사우스아시아)에서 들여 옵니다. 그런데 2022년에는 매출원가율이 95.3%나 됐어요. 매출 원가를 높게 잡으면 판매 이익이 줄어드는데, 그렇게 세팅하면 세금을 적게 낼 수 있죠.”
메르씨는 “굴지의 애플 한국 지사의 2022년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이 1.2%밖에 안 됐는데 애플 본사의 영업이익률(30%)과 비교하면 굉장히 낮은 수준”이라며 “애플코리아도 이대로 지속되면 기업 이미지가 훼손된다고 보고 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23년 애플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7.4%로 전년(1.2%)보다 크게 높아졌다. 영업이익이 늘어나면서 법인세도 전년(503억원)보다 4배 가량 늘어난 2006억원을 냈다. 메르씨는 “애플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7%대이지만, 본사에서 제품을 비싸게 가져오기 때문에 결국 애플 본사와 한국 지사를 합쳐 보면 실제 수익률은 30% 정도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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