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는 게임? 소셜플랫폼? 정부 규제 움직임에 업계 ‘반발’

문체부 ‘게임 규제’ 적용 추진에
메타버스산업협회 ‘반대 성명’
“산업 생태계 무너진다” 우려

‘정부 규제와 메타버스 세상’을 주제로 생성형 인공지능(AI)가 그린 그림. DALL-E

“학교 교육용 메타버스 사업 모델을 전개하고 있다. 업력이 꽤 됐음에도 매출은 크지 않다. 만약 메타버스 교육용 서비스가 게임물로 간주 되면 바로 끝난다고 보면 된다. 어렵게 어렵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정말 울고 싶은 마음이다. 그야말로 뺨 때리는 격이다” (초등학교 S/W 개발업체)

정부가 메타버스 산업에 대한 규제 움직임을 보이자, 관련 업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간주하고 그에 준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 판단인데, 이에 대한 메타버스 업계 입장은 산업 생태계를 죽이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19일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메타버스 사업자들은 지난 17일 문화체육관광부게임콘텐츠산업과와 가진 ‘메타버스에 대한 게임물 규제 간담회’에서 정부의 게임산업법 적용 방침에 대해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문체부가 메타버스 내 게임물이 포함된 경우에 한해 게임산업법을 적용하겠다는 안을 제시하자, 주요 사업자들은 “메타버스는 게임이 아닐뿐더러,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경우 메타버스 산업이 무너진다”며 강력히 반대했다고 협회는 전했다.

이와 관련 협회 측은 “엔데믹 이후 메타버스 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게임산업법 적용은 윤석열 정부의 기본정책인 수출촉진, 산업성장 촉진, 규제혁파에 역행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네이버 제트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구찌와 협업한 사례. <사진=네이버 제트>

특히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이통사들이 운영하는 메타버스는 소셜 플랫폼인데, 왜 게임으로 판단하고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또한 국내 메타머스 사업 확장은 물론 글로벌 진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본인인증, 과몰입방지, 등급분류 등의 규제를 적용한다면 현재 추진하는 사업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으로 축소 또는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은행, 증권 등 금융이나 유통 등 여러 분야에서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통해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B2B 사업을 추진 중인데 해당 기업들도 모두 규제 대상이 돼 해당 사업 역시 포기 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 중인 네이버 제트도 “과도한 규제가 도입될 경우 국내 기업들이 투자 유치와 이용자 확보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고, 전 세계 200개국에 서비스하는 제페토의 글로벌 운영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율 규제를 통한 최소한의 규제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확장, 투자 유치, 그리고 메타버스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며,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이익을 넘어 국가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을 이끄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의료실습 교육업체 관계자도 “의료계의 교육을 목적으로 만든 서비스를 왜 게임으로 간주하는지 이해 할 수가 없다”면서 “특히 의료 트레이닝은 집중과 장시간의 교육시간이 필요한데, 게임으로 간주하면 과몰입 방지 등으로 인해 교육이 불가능해진다”고 전했다.

또 그는 “메타버스 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한 후 규제는 이해가지만, 이제 시작인 산업에 규제를 적용하면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투입할 인력도 자금도 없는 상황이라 소멸 될 수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넷마블 산하 메타버스월드에서 준비하던 ‘그랜드크로스: 메타월드’ 티저 모습. <사진=넷마블>

이에 협회와 사업자들은 지속적인 메타버스 산업성장과 이용자 보호를 위한 방안으로 ‘산업계 중심의 자율규제 시스템 운영’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곧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담은 자율규약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용기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엔데믹을 지나 겨우 태동하기 시작한 국내 메타버스 산업이 불필요한 규제로 인해 성장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사라지지 않도록 범부처적인 관심과 협조를 부탁한다”며 업계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메타버스 산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관련 사업을 영위해오던 게임사들은 연이어 담당 인력을 대규모 구조조정하는 기류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가을 컴투스의 메타버스 사업 계열 컴투버스가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희망퇴직을 단행한데 이어 최근엔 넷마블의 메타버스 사업을 하는 넷마블에프앤씨 산하 자회사인 메타버스월드가 전 직원에 권고 사직을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