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쉴드' 오재현, 부상 병동 SK 공격력 증가 '희망' 될까?
오재현은 1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2023-24 정관장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와 경기에서 40분 모두를 출전, 3점슛 4개 포함 36점 4리바운드 2스틸로 활약했다.
오재현이 활약한 SK는 자밀 워니(22점 13리바운드 6어시스트), 오세근(12점 5리바운드)이 분전했지만, 접전 끝에 94-97로 패했다. 이날 결과로 SK는 2연패와 함께 10패(22승)째를 당하며 2위에 머물렀다.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되어 경기에 나선 오재현은 시작부터 경쾌했다. 속공, 돌파, 3점, 자유투로 연거푸 득점을 만들었다. SK는 예상 밖 오재현 득점 지원 속에 리드를 가져갔다. 1쿼터 종료 10초 전, 오재현은 ‘나홀로’ 속공을 레이업으로 연결, 1쿼터 두 자리 수 득점에 성공했다. 이는 자신의 이번 시즌 평균 득점인 8.8점을 넘어선 수치였다. SK는 1쿼터를 26-21로 앞섰다. 오재현 지분은 40%에 가까웠다.
2쿼터 오재현은 5점을 더했다. 중반까지 영점이 흔들렸던 오재현은 종료 3분 여를 남겨두고 게임 두 번째 3점을 성공시켰고, 이후 돌파를 통해 2점을 더했다. 평균 득점에 두 배에 가까운 득점에 성공했던 20분이었다.
3쿼터, 오재현은 다시 시작과 함께 경기에 나섰다. 그리고 10점을 몰아쳤다. 워니, 오세근과 함께 10점을 기록하며 반격의 서막을 알렸던 10분이었다.
간간히 득점포를 가동하던 오재현은 종료 2분 여를 남겨두고 프림을 앞에 두고 레이업을 시도했다. 파울 콜이 불렸고, 자유투를 던졌다. 두 개 모두 성공시켰다. 자신의 커리어 하이 득점과 동률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오재현은 지난 시즌 1월 수원 KT 전에서 22점을 몰아친 적이 있다. 그리고 이날 3쿼터가 끝나기도 전에 커리어 하이 타이를 작성했다. 끝이 아니었다. 쿼터 종료 1분 안쪽, 왼쪽 90도에서 1대1 상황을 마주했던 오재현은 렉 스루 드리블 이후 스텝 백을 통해 3점을 완성했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팀에 70-75, 5점차 추격전을 선물했다. 자신을 커리어 하이를 갱신하는 득점이기도 했다.
이후에도 오재현은 쉬지 않았다. 특히, 경기 종료 1분 안쪽에서 ‘반짝 반짝’ 빛났다. 점퍼와 돌파로 4점을 몰아쳤던 오재현은 종료 9초 전 다시 3점을 가동하며 94-96, 2점차 접근전을 만들었다.
다소 기울어진 승부에 열기가 식어갔던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다시 긴장감을 불어넣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종료 직전 다시 3점을 시도했다. 완벽한 터프샷이었다. 당연히(?) 빛나갔다. 사실, 그가 앞서 보여준 강렬함으로 한 게임에 사용할 수 있는 체력의 120%를 사용한 상태였다. 어쨌든 그가 이날 경기를 통해 남긴 강렬함은 매우 컸다.
오재현은 이번 시즌 SK가 히트 상품으로 내놓은 다양한 형태의 방패(수비 방법)에 있어 핵심 재료 중 하나다. 활동량과 열정 그리고 압박에 능한 오재현을 상대하는 팀마다 곤욕을 치르고 있다. 수비에 있어 없어서는 안될 자원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리그 최고의 수비수로 등극 중이다.
원주 DB 최승욱과 김영현, 수원 KT 문성곤, 창원 LG 정희재, 고양 소노 김진유에 더해진 같은 소속 팀 최원혁 등과 같이 수비로 존재감을 알리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으로 2023-24시즌 수비수로 최고라도 해도 과언이 아닌 시즌을 거듭하고 있는 것.
SK는 시즌 시작 후 핵심 선수인 김선형과 허일영 그리고 오세근이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인해 창(공격)이 아닌 방패로 전략을 선회했고, 오재현과 함께 최원혁, 최부경에 더해진 예비역 안영준으로 이어지는 수비 라인업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며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2연승 기간 중에는 평균 실점이 69.2점에 그칠 정도로 강력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연승을 이어갔고, 핵심으로 활약했던 선수가 위에 언급한 국내 3인방이다. 오랜 동안 맞춰온 호흡과 조직력에 코칭 스텝의 다양한 수비 전략이 어우러져 만든 최소 실점은 ‘방패’라는 단어를 유행시켰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완성도와 함께 시즌을 거듭하고 있다.
그 중 오재현은 이날 경기를 통해 방패와 창을 겸비할 수 있는 자원으로 성장을 예고하는 화약을 남긴 것.
사실 오재현의 성장은 이변같은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한양대 시절 새벽 운동 분위기를 만든 장본인인 오재현은 얼리로 프로에 진출했고, 성실함에서 누구에도 뒤지 않을 정도로 시즌을 거듭해왔다.
코칭 스텝과 관계자들도 오재현 성실성에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열심인데다, 지난 비 시즌 김선형 부재로 인해 자신에게 주어졌던 포인트 가드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은 옷도 투정없이 소화해낸 것으로 전해진다.
그 만큼 농구에 진심인 오재현은 새깅 디펜스까지 당했던 공격에서 설움을 떨쳐내는 활약상을 펼쳐 보이며 수비 뿐 아닌 공격에서도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SK는 이난 안영준이 무릎 부상을 당하며 8주 정도 이탈이라는 안타까운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김선형, 허일영 공격력 공백 속에 더해진 또 다른 스코어러 부재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군 제대 후 합류한 안영준은 공수에 있어 적지 않은 존재감을 지니고 있었다. 수비 뿐 아니라 평균 득점 12점으로 팀 내에서 TOP 3안에 포함될 정도로 많은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던 현재였다.
경기 전 전희철 감독은 ”우리 팀 득점력은 75점 정도가 최고다. 정말 경기가 잘 풀리면 85점까지 가능하다. 김선형과 허일영 득점이 빠진다. 수비로 경기를 풀어가는 이유다. 방패로 버텨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은 무려 94점을 몰아쳤다. 2쿼터 초반 부상으로 이탈한 안영준 공백 속에도 기대치를 훌쩍 넘어서는 득점을 만들어낸 것. 안영준 이탈이라는 안타까운 소식과 함께 다가온 36점을 몰아친 오재현의 올라선 공격력이 반갑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물론, 오재현이 이날 같은 활약을 계속 이어갈 수 없겠지만, 위에 언급한대로 오재현의 평소 연습 태도를 감안할 때 앞으로 득점력 증가는 확률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게임 후 상대 선수였던 박무빈은 "재현이 형에게 실점을 많이 내준 것은 수비 전략에 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막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막아야 하는 선수가 된 오재현. 프로에서 또 다른 출발점에 서게 된 듯 하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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