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 한반도 더 위험해질 전조인가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15~18일 러시아를 방문했다. 최 외무상은 방문 기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면담했다.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 이후 확대된 양국 협력 심화를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최 외무상의 수행원이 푸틴 대통령 면담 자리에서 ‘우주기술 분야 참관대상 목록’ 서류를 들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로켓 엔진 및 위성 카메라 기술과 관련 있어 보이는 기관들의 이름이 식별됐다. 북한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러시아 대통령궁은 “북한은 우리의 중요한 파트너이다. 우리는 민감한 분야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양국 관계 동향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연해주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난 뒤 북한 무기가 러시아로 운송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쓰였다는 미국발 정보가 잇따라 공개됐다. 정보당국은 북한이 그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장거리 탄도미사일(ICBM), 군사정찰 위성에 필요한 기술적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당 군수공업부장을 대동한 최 외무상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그런 협력의 연장선에 있을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러한 정보가 맞는다면 러시아는 자국이 지지했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방문이 최근 북한이 통일 포기 등 대남 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선언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외교적으로 고립된 북한이 탈냉전 후 30년 동안 데면데면했던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고립을 탈피하고, 자신감을 얻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군사적으로 필요한 기술마저 습득하게 되면 군사적 모험주의가 커질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이 한국을 주적으로 꼽으며 전쟁 불사론을 언급한 뒤라 우려가 더 크다.
윤석열 정부는 북·러 관계 동향을 주시하며, 국제법 위반 사항이 발견될 경우 유엔 안보리 등을 통해 문제 삼아야 한다. 동시에 정부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러시아는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한국과의 관계를 단절하려는 의사를 보이지는 않는다. 아울러 북·러 관계 개선이 북·중·러 협력 구도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러자면 한·미·일 협력의 선봉에 서서 중국·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웠던 외교 기조를 재검토하고, 한·중 관계를 복원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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