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사라지면 무엇이 남을까?”...연극 ‘네이처 오브 포겟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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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게는 영원한 것이 있다.
치매로 기억을 잃은 남자의 모습을 그리는 연극 '네이처 오브 포겟팅'이 공연 중이다.
'네이처 오브 포게팅'은 기억에 관한 신경과학의 최신 연구 성과를 반영해 제작됐다.
'기억이 사라지면 무엇이 남을까?'라는 질문에서 '네이처 오브 포겟팅'이 출발했다고 연출가 피지는 밝혔지만 연극을 보고 나면 질문의 전제가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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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뒤엉킨 치매 환자 표현
치매로 기억을 잃은 남자의 모습을 그리는 연극 ‘네이처 오브 포겟팅’이 공연 중이다.
55세 생일을 맞은 조기치매 환자 톰은 재킷을 입으라는 딸의 말에 교복 재킷을 입고 지냈던 과거의 기억에 빠져든다. 학창 시절의 아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교실에서 친구들과 장난을 치고, 시간이 지나 결혼과 출산을 하는 등의 장면이 다양한 소품·의상과 함께 펼쳐진다.
‘네이처 오브 포겟팅’은 대사를 최소화하고 몸짓과 표정으로 극을 이끄는 피지컬시어터 연극이다. “뇌 속에서 시각적으로 구성되고 회상되는 기억의 특징을 표현하려 했다”는 연출가 기욤 피지의 말처럼 4명의 배우는 관객의 눈에 잘 포착되는 격정적 움직임으로 인물의 기억을 재현한다.
‘네이처 오브 포게팅’은 기억에 관한 신경과학의 최신 연구 성과를 반영해 제작됐다. 원작자인 영국 극단 시어터 리는 런던대 연구팀과 협업했고, 치매 환자와 간병인들을 인터뷰한 뒤 그들의 경험을 작품에 녹여냈다.
치매 환자들이 실제 그렇듯 무대에서 구현되는 톰의 기억은 불안정하다. 순조롭게 이어지지 못하고, 고장난 동영상 플레이어처럼 버벅이고 끊긴다. 직장 생활을 하는 성인에서 엄마가 옷을 입혀주는 아이로 시점이 뒤죽박죽 전환되기도 한다. 톰과 인물들을 번갈아 비추는 무대 조명은 기억의 편린들 사이에 연결점이 끊어졌다는 것, 무대 위 다른 존재들에게 톰이 닿을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작품의 표현력을 강화하는 또 하나의 축은 키보드와 바이올린, 루프스테이션, 퍼커선 등으로 사운드를 만드는 두 명의 연주자다. 연주는 매 기억마다 과거의 톰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과, 엉킨 기억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는 현재 시점의 톰의 내면을 생생히 드러낸다.
‘기억이 사라지면 무엇이 남을까?’라는 질문에서 ‘네이처 오브 포겟팅’이 출발했다고 연출가 피지는 밝혔지만 연극을 보고 나면 질문의 전제가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연극의 마지막 장면. 생일을 맞은 톰에게 어머니와 딸, 친구가 케익을 들고 다가온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톰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치매 환자도 정신이 돌아오는 순간이 종종 있다고 한다. 뇌는 망가졌지만 어딘가 온전히 존재하던 기억이 잠시 유출되는 것이다. ‘네이처 오브 포게팅’에도 톰이 딸 소피를 알아보는 장면이 나온다. 고장난 육체를 뚫고 의식이 솟아오르는 화광반조 현상이다. 철학자 베르그송이 말한 것처럼 인간의 기억은 육체와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일지 모른다. 두뇌 세포가 소실돼도 기억과 자아는 사라지지 않는 것일지 모른다.
2017년 영국에서 초연된 ‘네이처 오브 포게팅’은 그해 런던 국제마임 페스티벌에서 전석이 매진된 화제작이다. 이번 공연은 2022년 국내 초연에 이어 연극열전이 라이센스 제작했으며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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