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수익은 MS, 주주환원은 애플 … 투자 매력 '용호상박'
연초부터 '사무실 지배자'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안방 점령자' 애플이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놓고 '용호상박'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기업 고객이 다수인 MS와 소비자 고객이 다수인 애플 간 싸움은 최근 경기 흐름의 단면을 반영하고 있어 주목된다.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이 버티는 양상이어서 최근 MS 수익률이 높게 나오지만 가계 살림살이가 좋아져 소비가 회복세에 접어들면 애플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두 회사는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인들이 보유한 금액 기준으로 3위(애플), 4위(MS) 종목인 만큼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는 이도 많아지고 있다. MS는 챗GPT 등 소프트웨어주 일인자로, 애플은 올해 '비전프로' '아이폰16' 등 하드웨어 1등주로 서로 다른 투자 매력을 뽐낸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매출 대상이 기업과 개인으로 나뉘기 때문에 두 주식을 모두 보유하는 전략도 월가에서 각광받고 있다.
양자택일을 할 때에는 투자 판단이 달라져야 한다. 인공지능(AI)으로 돈이 몰리는 최신 투자 트렌드를 감안하고 수익성과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는 투자자는 MS 비중을 늘리는 것이 낫다. 공간 컴퓨터로 명명된 '비전프로'의 미래에 베팅하면서 주주환원, 저평가 등을 챙기는 투자자는 애플이 더 낫다는 평가다.
1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혼합 기기인 '비전프로'의 사전 예약을 19일(현지시간)부터 받는다. 애플은 비전프로가 얼리어답터(초기 구매자) 등 개인 소비자들의 구미를 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MS는 지난 10일 'GPT스토어'를 출시하면서 애플보다 투자자 관심을 먼저 끌었다. GPT스토어는 애플 '앱스토어'처럼 기업이나 개인이 챗GPT를 기반으로 개발한 맞춤형 애플리케이션을 거래할 수 있는 생태계다.
최근 AI시장 성장 속도는 애플의 초기 고성장 단계와 엇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AI는 돈이 안 된다'는 고정관념도 MS가 구독 모델을 통해 깨고 있다. 최근 MS는 월 20달러에 '코파일럿 프로'라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로 워드, 엑셀 등 기존 MS 소프트웨어 상품, 텍스트 작성·숫자 계산 등 AI 기능은 물론 업데이트된 '챗GPT4 터보' 도구에도 접속이 가능해졌다.
사무실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한다는 것이 MS의 목표다. 경기 침체 와중에도 기업들은 잘 버티고 있어 MS 주가가 더 많이 올랐다.
18일 기준으로 최근 1년 MS 주가는 70%나 오르며 시총 2조9300억달러를 기록했다.
개인 소비에 특화된 애플의 주가는 1년 새 40% 오르는 데 그쳤으며 시총은 2조9200억달러다. MS가 애플 몸값보다 100억달러가량 비싸졌다. 2021년 11월 이후 약 2년2개월 만에 애플에서 MS로 '왕의 이름'이 바뀐 것이다.
월가는 MS의 주가가 뛰자 뒤늦게 전망치를 상향하고 있다. MS의 2023회계연도(6월 말 결산) 기준 주당순이익(EPS)은 9.78달러다. 4년 후인 2027년에는 17.42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평균복합성장률(CAGR) 기준으로 매년 순이익 15.5% 성장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애플의 EPS 성장률은 7.5%로 MS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현재 수익성도 MS가 낫다. 애플의 2023회계연도(9월 말 결산) 영업이익률은 29.8%다. 하드웨어 기반 회사로서는 훌륭하지만 MS에 비해선 한 수 아래다. MS의 영업이익률은 47.6%에 달한다. 기업 전용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서 누릴 수 있는 수익성이다. MS의 2024회계연도 1분기(2023년 7~9월) 전체 매출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는 39.5%를 차지한다.
클라우드는 MS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버텨준다. 클라우드 서열에서 MS의 '애저'는 아마존 AWS에 이은 전 세계 2위 사업 모델이다. 매출 비중 5%를 넘는 오피스, 윈도, 링크트인 등이 모두 기업용 소프트웨어 사업이다.
애플의 사업 비중은 개인의 지갑 여력이 높아져야 정상화된다. 아이폰이 전체 매출의 48.9%를 차지한다. 중국에서는 자국 상품 구매 운동이 펼쳐지면서 아이폰이 된서리를 맞아 성장성이 하락하고 있다. 애플이 기대하고 있는 곳은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서비스 사업이다. 서비스 사업에는 앱스토어, 애플뮤직, 애플TV+, 피트니스플러스 등이 포함돼 있다.
MS도 챗GPT시장을 키우면서 초기 애플의 서비스 사업 성장 모델을 따라가려는 모양새다. 주당 배당도 늘려가고 있다. 배당 성장주 투자자로서도 애플보다 매력적이다. 2019회계연도 연 1.84달러였던 주당 배당금이 4년 후인 2023회계연도에는 2.72달러로 늘어났다. 배당증가율이 47.8%에 달한다. 월가는 MS의 2025회계연도 기준 주당 배당금이 처음으로 3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2019회계연도 대비 2023회계연도 배당증가율이 25.3%에 그친다. 중장기 애플 투자자들은 배당금보다는 자사주 소각에 초점을 맞춘다. 자사주 소각 정도는 유통 주식 수를 비교해보면 되는데, 애플은 최근 1년(2022년 9월~2023년 9월)간 2.5% 감소했다. MS의 주식 수는 같은 기간 0.3% 감소하는 데 그쳤다. 두 가지(배당과 자사주 소각)를 종합한 지표가 있는데 바로 주주환원율이다. 특정 기간(통상 4개 분기) 순이익 중 얼마만큼을 주주환원에 썼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AI와 같은 혁신 대신 기존 제품을 잘 만들어서 생태계를 구축하는 애플 성향상 주주환원율은 80~90%대를 유지한다. 2023회계연도 기준 애플의 주주환원율은 80.5%다. 순익의 80%를 주주에게 돌려준다는 뜻이다. MS의 환원율은 35.9%에 그쳤다. 자사주 소각보다는 배당을 늘려 이 수치를 간신히 맞췄다.
더 저렴한 주식을 찾는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예상 실적 대비 현 주가 수준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이 대표적인 투자 지표다. MS와 애플의 2024회계연도 예상 PER은 각각 34.34배와 28.09배로 나타났다. 주주환원율과 현 주가 수준은 애플이 더 매력적이라고 판단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문일호 엠플러스센터 증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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