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눈빛을 기억하라, K클래식 놀라운 신예들
K클래식의 차세대 주역들을 소개한다. 이들 또래의 스타 피아니스트 임윤찬·조성진에 비하면 아직 이름도, 얼굴도 낯설지 모르지만 국제적인 주요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남다른 재능을 인정받은 신예 스타들이다. 새해 관객과 만날 채비도 마쳤다. 주요 악단과 협연, 대형 공연장의 상주 음악가 선정 등을 통해 올해를 자신의 해로 만들 이들을 만나본다.
먼저 지휘자 윤한결(30)이 국내 무대에 오른다. 윤한결은 지난해 8월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축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지휘 콩쿠르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우승을 거머쥐었다. 차세대 스타 지휘자의 등용문에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올해 8월엔 다시 잘츠부르크 무대에서 빈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처음 지휘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3월 9일 롯데콘서트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의 무대에서는 스트라빈스키의 '풀치넬라 모음곡'과 '불새 모음곡' 등을 들려준다. 카라얀 심사위원들이 극찬했던 카리스마와 철저한 준비성이 빛날 무대로 기대를 모은다.
지난 9일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열린 신년 음악회를 이끈 지휘자 이승원(34)도 젊은 피다. 현재 미국 신시내티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 부지휘자로 활약 중이다. 앞서 비올리스트로도 왕성히 활동하며 2021년에 독일 라이프치히 국립음대 종신 교수직을 받았으나, 지휘의 꿈을 좇아 미국으로 건너갔다. 올해 국내 무대에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작곡가' 시리즈 공연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이승원은 7월 고전파 슈베르트를 맡아 교향곡 제9번에 대한 과감한 해석을 시도한다. 또 바그너 '사랑의 죽음', 직접 비올라 연주와 함께 모차르트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바이올린 윤은솔 협연)를 선보인다.
기악 연주자 중에서도 반가운 스타들이 있다. '인모리우스'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인기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9)는 3월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와 비외탕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준다. 현들의 진검승부가 기대되는 무대다. 첼리스트 문태국(30)은 1월 체코 프라하심포니오케스트라 협연에 이어 5월 도쿄필하모닉 협연, 10월 독주회 등을 계획했다. 도쿄필 협연에선 지휘자 정명훈이 직접 연주하는 피아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와 함께 베토벤 트리플 콘체르토로 호흡을 맞춘다.
'천재 플루티스트' 김유빈(27)은 9월 서울시향과 모차르트 플루트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2022년 독일 최고 권위의 뮌헨 ARD 국제 콩쿠르에서 플루트 부문 우승을 차지한 기대주다. 일찍이 10대 때부터 '플루트 신동'으로 주목받았으며, 2014년 제네바 국제 음악 콩쿠르, 2015년 프라하 봄 국제 음악페스티벌 콩쿠르 등을 휩쓸었다. 2016년엔 19세 나이에 독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최연소 수석으로 발탁됐다. 올해부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수석으로 활동한다. 세계적 지휘자 에사페카 살로넨이 음악감독을 맡아 이끄는 명문 악단이다.
2022년 ARD 국제 콩쿠르에서 주목할 만한 한국인 연주자는 한 명이 더 있었는데, 피아노 부문 준우승에 올랐던 김준형(27)이다. 김준형은 올해 금호문화재단이 선정한 금호아트홀 상주 음악가로 선정됐다. 김준형은 '엽편소설'이라는 주제로 총 네 차례 독주회·실내악 무대를 기획했다. 지난 11일 첫 독주회를 했고, 5월 일본 피아니스트 구로키 유키네와 피아노 2중주, 8월 플루트 김유빈·첼로 문태국과 3중주, 11월 마지막 독주회 등을 예정하고 있다. 그는 "60분 남짓한 짧은 시간에 제 이야기를 담는 공연이 마치 한 편의 글을 쓰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곡을 연주할 때도 나만의 서사를 어떻게 설득력 있게 써서 관객에게 다가갈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롯데콘서트홀 상주 음악가 제도인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는 첼리스트 한재민(18)이 활동한다. 만 5세에 첼로 연주를 시작해 202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최연소 예술 영재로 발탁됐고, 2021년 15세에 에네스쿠 국제콩쿠르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영재다. 2022년 윤이상 콩쿠르에서도 우승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한재민은 유수 악단과의 협연, 영국·독일 독주회 등으로 바쁜 한 해를 예고하고 있는데 롯데 측이 일찌감치 2022년 9월에 제안해 일정을 조율해뒀다는 후문이다.
한재민은 먼저 오는 3월 졸탄 코다이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 등으로 80분 공연을 첼로 한 대로 채운다. 그는 19일 기자와 만나 "무반주 첼로 독주회는 항상 가슴속에 꿈꿔왔던 프로그램"이라며 "특히 코다이는 제 성향과도 잘 맞는다고 느낀 곡이다. 연주하기 힘들지만 끝나고 남는 희열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10월에는 피아니스트 박재홍,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슈토프 바라티와 3중주를 기획했다. 차이콥스키 피아노 트리오 가단조 등 늦가을에 어울리는 쓸쓸함이 특징적이다. 한재민은 "그만큼 가슴에 오래 남는 곡"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이끄는 KBS교향악단,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과 베토벤의 삼중 협주곡 등도 연주할 예정이다. 한재민은 "지난해는 콩쿠르 이후 음악가로서의 정체성, 어떻게 해야 나의 색깔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해였다"면서 "언제쯤 이 고민을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올해도 상주 음악가로 활동하며 정체성을 찾아가는 해가 될 것 같다"고 했다.
마포문화재단은 올해의 아티스트로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25)을 선정하고 무대를 내줬다. 7~12월에 걸쳐 독주회, 야외무대, 협연 기회를 준다.
예술의전당도 신예 클래식 스타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더넥스트' 무대를 네 차례 올린다. 각각 클래식 기타리스트 조대연(32), 첼리스트 이동열(32), 플루티스트 김예성(33), 비올리스트 이해수(25)의 독주회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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