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 아줌마, 아저씨 ‘세상에 이런 일이’ 없애지 마세요”…뿔난 꼬마 시청자들

에스비에스(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누리집 시청자 게시판에 지난 17일 올라온 ‘9살 어린이도 폐지 절대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글쓴이 이아무개씨는 딸이 에스비에스(SBS)에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누리집 갈무리

26년째 방영 중인 에스비에스(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가 폐지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폐지 철회 요청이 잇따르는 가운데 프로그램을 유지해달라고 호소하는 9살 초등학생의 손편지가 공개됐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누리집 시청자 게시판에는 지난 17일 ‘9살 어린이도 폐지 절대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이아무개씨는 “기사로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그램이 폐지된다는 걸 보고 너무 놀랐다”며 “어머니, 아버지 세대 때부터 제 딸까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딸아이가 너무 슬퍼하면서 편지를 썼는데 에스비에스로 보내달라고 한다”며 “폐지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3대가 같이 거실에 모여 (‘세상에 이런 일이’를) 보고 싶다. 폐지는 제발 철회해달라”고 말했다.

에스비에스(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누리집 시청자 게시판에 지난 17일 올라온 ‘9살 어린이도 폐지 절대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글쓴이 이아무개씨는 딸이 에스비에스(SBS)에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누리집 갈무리

이씨는 초등학교 2학년 딸이 삐뚤삐뚤 서툰 글씨로 꾹꾹 눌러쓴 편지를 공개했다. 편지에는 “방송국 아줌마, 아저씨 ‘세상에 이런 일이’ 없애지 마세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에요. 부탁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편지 뒷장에는 우는 표정의 이모티콘이 흘린 눈물이 모여 바다를 이룬 그림이 그려져 있다.

‘세상에 이런 일이’ 폐지설이 돌면서 ‘세상에 이런 일이’ 누리집 시청자 게시판에는 19일 오후 4시 기준 폐지 철회를 요청하는 글이 20여개 올라와 있다. 초등학교 2학년이라고 밝힌 또 다른 이아무개양은 글에서 “제가 엄청 좋아하는 프로그램인데 폐지하면 안 된다”며 프로그램을 유지해달라고 호소했다. 다른 시청자들도 “아이들과 정말 잘 보고 있는데 폐지하지 말아달라”,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급변하는 미디어 세상 속에서 유심히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이웃들, 동물들의 감동적인 사연들이 단순 시청률을 넘어 더욱 가치 있다. 폐지를 막아달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앞서 1998년 5월 처음 방영된 ‘세상에 이런 일이’는 신기하고 재밌거나 감동적인 이야기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에스비에스는 ‘세상에 이런 일이’ 폐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그램이 오래된 인상을 주고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에스비에스 시사교양본부 소속 피디(PD)들은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세상에 이런 일이’ 폐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세상에 이런 일이’ 진행을 맡은 임성훈씨는 연예매체 오센(OSEN)과의 통화에서 “아직 ‘세상에 이런 일이’가 폐지 확정이 된 건 아니”라며 “분위기와 상황을 지켜보고 있어 어떤 말을 하긴 어려우나 엠시(MC)로서 시사교양본부, 방송국 편성 쪽에 다시 한번 폐지를 재고해달라고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에스비에스 쪽은 폐지와 관련해서는 정해진 것은 없고 다각도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상에 이런 일이’는 매주 토요일 오후 6시50분 방영한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