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로 숨쉬듯 가슴 조이고 답답…너의 ‘아픈 숨소리’가 들려

김태훈 기자 2024. 1. 1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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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호흡기질환 천식은 폐 속 기관지가 좁아지며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기침이 있고 호흡할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는 천명,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이 곤란해지는 증상 등이 반복해서 발작적으로 나타난다. 천명이 심한 경우엔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도 들을 수 있을 정도다. 특히 밤에 심해지는 경향이 있는 천식 기침은 한번 시작하면 수십분까지도 계속돼 수면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기도 한다.

천식은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어 가볍게 볼 수 없다. 특히 한국의 천식 표준화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2.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튀르키예, 아이슬란드 다음인 3위를 기록했다. OECD 평균(10만명당 1.3명)보다 현저히 높은 수치다. 암이나 당뇨병, 뇌혈관질환 등 주요 질환에서는 사망률이 OECD 평균보다 낮지만 유독 천식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 여기엔 3.4~4.7%(‘2020 4차 개정 천식 진료지침’)인 국내 천식 유병률이 지난 수십년 동안 어린이와 고령층을 중심으로 증가해온 점도 영향을 미쳤다.

천식은 유전적 소인과 환경인자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으로 발생한다. 천식 환자 중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게는 약 80%에 달한다는 점에서 유전적인 인자의 영향을 알 수 있다. 환경적인 요인으로는 비염, 아토피성 피부염 등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의 유발인자가 대표적이다. 집먼지진드기나 반려동물의 털, 곰팡이 등의 알레르기 항원을 비롯해 각종 호흡기질환에 걸렸을 때, 그 밖에 담배 연기나 특정 약물, 식품, 작업환경에서 노출될 수 있는 천식 유발물질 등으로 생기고 악화할 수 있다.

한국 천식 사망률, OECD서 3위
고령층·어린이서 유병률 증가세
발병 원인 피하고 약물치료 병행
미세먼지 심한 날에는 외출 자제

김유진 고려대 안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알레르기 천식 외에도 비알레르기 천식, 성인 천식, 비만을 동반한 천식 등에 대해서는 다양한 생리학적인 기전이 있으므로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천식은 보통 생활습관이 서구화·도시화하면 증가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심한 천식 증상이 나타났을 때 환자의 고통은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기도가 좁아져 공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빨대를 입에 물고 숨을 쉬는 것처럼 호흡이 매우 힘들어진다. 가슴을 조이는 듯한 답답함도 함께 느끼는데, 상태가 극히 악화하면 숨을 쉬지 못하고 의식을 잃어 시급히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 때도 있다. 상태가 다소 호전됐더라도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면 천식이 갈수록 진행해 폐기능이 저하되면서 호흡곤란이 일시적으로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지속될 수도 있다.

이규민 대동병원 호흡기내과 과장은 “천식은 환자에 따라 한 가지 증상만 나타날 수도,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며 “감기와 비슷하게 왔다가 서서히 천식 발작을 일으키는 예도 있고, 초기 증상 없이 지내다가 심한 천식 발작이 갑자기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천식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폐기능검사, 흉부 방사선 촬영, 객담검사 등을 시행한다. 숨을 쉴 때 공기의 흐름을 막는 요인을 알아보기 위한 기관지유발검사도 하는 경우가 많다. 천식으로 진단되면 우선 천식을 일으키고 악화시키는 원인을 파악해 최대한 피하는 환경요법을 시행해야 한다. 또 위험인자를 피하는 것뿐 아니라 천식 발작이 나타날 때를 대비해 예방과 증상 완화를 위한 약물치료도 꼭 병행해야 한다.

천식 치료 약제는 조절제와 증상완화제가 있다. 항염증 효과를 나타내는 조절제는 증상을 조절할 수 있도록 장기간 꾸준히 사용하는 약제다. 증상이 심해졌을 때 쓰는 증상완화제는 신속히 기도를 확장해 호흡을 원활히 할 수 있게 돕는 약제로,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한다. 약물치료를 꾸준히 해 증상이 잘 조절되면 약제 사용량도 점차 줄여나갈 수 있다. 김유진 교수는 “천식은 만성 호흡기질환이지만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된다면 증상과 위험이 감소해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다”며 “반면 투약을 반복해서 중단하는 등 치료가 불충분할 경우 질환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사망에도 이를 수 있어 치료 및 위험인자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평소에 증상 조절이 잘되더라도 예상치 못한 여러 자극 때문에 응급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만일 천식약에도 반응이 없거나, 약 복용 후 4시간 이내 다시 약이 필요해진 경우, 피부에 검푸른 색이 나타나는 경우, 분당 120회 이상으로 맥박이 매우 빨라진 경우, 숨소리가 들리지 않거나 의식이 소실된 경우라면 빠르게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고 지표면에 머무는 시간도 길어지는 겨울철에는 자주 기상예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미세먼지 예보가 ‘나쁨’ 단계일 때에는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으며, ‘보통’일 경우에도 비염 등 동반질환이 있다면 주의하는 것이 좋다. 실내에선 공기청정기를 작동시켜 공기 질을 관리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만 호흡기 자극을 우려해 실내에서만 지내는 것보다는 적절한 수준의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 더 좋다. 또 다른 호흡기질환에 걸려 천식 증상이 심해지지 않도록 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할 필요도 있다. 이규민 과장은 “고령의 천식 환자라면 합병증 예방을 위해 겨울철 외부활동을 삼가는 것이 좋지만 부득이하게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해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호흡하는 것이 좋다”며 “외출 전 간단한 스트레칭을 통해 체온을 올려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었을 때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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