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왕초보 ‘시속 5㎞로 30분 걷기’부터[수피의 헬스 가이드]
건강운동이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걷기와 달리기다. 최근에는 운동도 선택의 폭이 다양해졌지만 걷기와 달리기는 여전히 건강과 운동이라는 단어의 대표 이미지다. 하지만 사실 이 두 운동이 건강이라는 목적으로 일반인에게 퍼진 건 최근의 일이다.
1968년 미국에서 케네스 쿠퍼의 <에어로빅스(Aerobics)>라는 책이 출간되는데, 달리기, 걷기, 사이클 같은 ‘에어로빅(유산소)’ 운동을 알리는 데 큰 성공을 거둔다. 이전에도 운동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건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지만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어 대중화한 건 쿠퍼 박사의 공훈이었다. 이때를 계기로 1980년대까지는 조깅 중심의 유산소 운동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유행과는 별개로 미국의 비만은 심해지기만 했고 비만한 일반인에게 달리기는 벽이 높았다. 지금도 비만인에게는 달리기를 권하지 않는데, 힘든 건 둘째치고 체중의 압박으로 부상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달리기 전도사로 유명했던, 지금 말로 인플루언서 일부가 달리기 중 사망한 사건도 위험한 운동이라는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던 중 1990년대 미국 스포츠의학회(ACSM)와 질병통제센터(CDC)는 일반인 운동량의 최소 기준으로 하루 30분 이상 걷기를 권고사항에 넣는다. 요즘도 전문가들이 ‘30분 걸으세요’라고 말하는 기준이 이때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소위 저강도 운동의 시대였다. 그런데 강한 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조차 ‘30분 걷기’에 눌러앉는, 한마디로 운동 눈높이가 너무 낮아지는 웃지 못할 문제점도 생겨난다.
결국 2000년대 들어 운동에 관한 권고가 좀 더 구체화된다. F·I·T·T 원칙이 등장하는데, 빈도(Frequency), 강도(Intensity), 종류(Type), 시간(Time)으로 각각의 기준을 정해 낮은 강도에서 시작해 체력이 닿는 한 강도를 높일 것을 권한다. 결국 어느 한 운동, 똑같은 강도에 눌러앉지 말라는 의미다.
지금은 걷기와 달리기도 워낙 많은 방식이 생겨나 선택의 폭이 넓다. 걷기에도 파워워킹, 노르딕 워킹, 하이킹, 계단 오르기 등 여러 방식이 있고, 달리기도 단순한 조깅이 아니고 전력달리기나 인터벌 달리기, 산악 달리기 등의 다양한 방식이 일반인에게까지 퍼졌다. 운동 종목은 다르지만 크로스핏, 스트렝스 트레이닝 같은 고강도 운동이 마니아층을 벗어나 일반인에게까지 유행을 탄 것도 2000년대 들어서의 일이다.
그럼 초보자는 어떻게 시작할까? 경험이 없는 건강한 초보자라면 ‘시속 5~5.5㎞로 30분간 쉬지 않고 걷기’로 시작해 속도를 올려 보자. 야외에선 스마트폰 걷기 앱을 설치하면 속도를 알 수 있다. 트레드밀(러닝머신)이라면 손잡이는 잡지 않는 게 원칙이다. 시속 6㎞ 이상, 연속 30분 걸을 수 있게 되면 달리기로 업그레이드할지, 걷기를 지속할지 결정한다.
달리기를 원한다면 5분마다 30초씩 시속 7~8㎞로 뛰어보자. 뛰는 시간을 30초에서 60초, 90초로 늘리다 보면 언젠간 5분을 연속으로 뛸 수 있게 될 테고, ‘숨이 트이는’ 때가 온다. 조금만 달려도 가슴이 타들어 갈 듯하던 고통이 돌연 사라지는데, 이때부터는 달리기가 즐거움의 단계로 접어든다. 하지만 마라톤 동호인이 될 게 아니라면 너무 오래 달릴 필요는 없다. 건강 운동이라면 한 번에 30분, 주당 3~4회로도 충분하다. 유산소운동에 치중하기보다는 근력운동, 구기 같은 다양한 운동으로 시야를 넓히는 것을 권한다.
운동 칼럼니스트|<헬스의 정석> 시리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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