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충성경쟁’ 가열...어록 들려주는 휴대폰 보조 배터리까지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4. 1. 1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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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매체 광명망이 출시한 '사상 보조 배터리'. 휴대폰을 연결해 충전하면서 내장된 시진핑 어록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X(옛 트위터)

중국 매체 광명망(網)이 제작한 ‘시진핑 사상 보조 배터리(思想充電寶)’가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특이한 기능으로 화제가 됐다. 이 보조 배터리는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충전과 동시에 배터리에 내장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어록 파일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 ‘시진핑, 치국이정(治國理政·나라를 다스린다)을 말하다’ 1~4권과 중국 정치 전문가 72명의 ‘시진핑 사상 해설’ 560건이 수록됐다. 붉은색 금속 커버에 적힌 문구는 ‘휴대폰을 충전하면서 사상에도 힘을 채우라’이다. ‘시진핑 사상’은 2017년 10월 중국공산당의 헌법인 당장(黨章)에 명시돼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중국 징둥에서 판매하고 있는 '학습강국' 선물 세트./징둥 캡처

시진핑 집권 3기 들어 중국에서 시 주석을 칭송하는 제품들이 쏟아지며 중국인들의 일상으로 침투하고 있다. 사기업과 관영 매체들이 앞다퉈 시진핑을 내세운 상품을 출시하는 ‘충성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판 쿠팡인 징둥에서 선물 세트를 검색하면 메이닝·신파·중무 등 여러 문구 브랜드에서 출시한 ‘학습강국(學習强國·시진핑을 배워 강국 만들자)‘세트가 눈에 띈다. 228위안(약 4만2000원)짜리 세트는 보온병·우산·휴대용 스피커·공책·USB 구성이고, ‘당원 선물로 최고’라는 홍보 문구가 적혀 있었다. 기업이나 정부 기관에서 춘제(중국 설)를 맞아 학습강국 세트를 대량 주문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마오타이 산하 브랜드였던 ‘습주(習酒)’는 시진핑의 성(姓)과 술의 이름이 같아 유명해졌는데, 2022년 7월 시진핑 3연임을 앞두고 습주그룹으로 독립하며 덩치를 키웠다. 베이징 도심에서는 습주 광고를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중국 광명망이 출시한 시진핑 사상 보조배터리의 사용 모습./X(옛 트위터)

이번에 주목받은 시진핑 사상 배터리는 지난해 3월 중국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 때 간부들을 위한 선물로 출시된 것이다. 제품을 제작한 광명망은 중국 최고 권력기관인 중공 중앙위원회의 직속 매체인 광명일보 인터넷판이다. 광명망은 사상 배터리에 대해 “중공 20기 정신을 선전하고, 전당(黨) 전국 각 민족의 사상을 통일하여 주요 임무에 전력 투입될 수 있도록 출시했다”고 밝혔다.

중국 베이징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왕푸징의 한 서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어록을 수록한 서적을 매장 한 가운데에 전시했다./베이징=이벌찬 특파원

시진핑 관련 서적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베이징의 서점에는 몇 달마다 새로 출간된 시진핑의 어록과 해설서가 진열된다. 지난해 중국 당 중앙은 중국의 대학생 4000만 명과 당원 9700만 명에게 “의무적으로 ‘시진핑 저작 선독’을 교재 삼아 학습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시진핑을 칭송하는 제품들이 시중에 쏟아지면서 이를 구매·소장하는 것이 중국의 문화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커졌다. 베이징의 한 기업인은 “청년들은 유행 따라 사고, 당간부들은 보신(保身)을 위해 구매하면서 시진핑 사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중국인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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