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일본은 '여소야소'…무당파층이 70% 육박

권진영 기자 2024. 1. 1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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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적으로 판단했다."

정치인으로서 "설명할 책임"이 있다는 총리의 지시에도 비자금 논란에 연루된 지미 하나코(自見英子) 지방창생상은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며 직을 내려놓지 않았다.

고로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는 말은 "여러모로 생각은 해 봤지만 딱히 그 이유를 당신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로, 말이 곧 업(業)인 정치인이 자신의 직무 유기를 덮기 위해 쓰는 포장지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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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정책 책임자들의 '종합적 판단'이 부른 '총체적 정치 불신'
시종일관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퉁치는 태도가 낳은 정치불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의회에서 내각 불신임안이 부결된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2023.12.13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인사나 정책 결정의 이유를 묻는 말에 일본 정치인들은 으레 자동 응답기마냥 이렇게 대꾸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도 '종합적 판단'을 애용한다. 재작년 장남 쇼타로를 정무 담당 비서관으로 기용했을 때, 지난해 9월 개각에서 파벌 세력에 따라 각료를 임명했을 때, 파벌 내 불법 비자금 스캔들로 내각 불신임안이 제출됐을 때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며 설명을 일축했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말이 필요할 때마다 요리조리 피해 가는 총리의 태도는 당과 의원들에게까지 전염됐다.

정치인으로서 "설명할 책임"이 있다는 총리의 지시에도 비자금 논란에 연루된 지미 하나코(自見英子) 지방창생상은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며 직을 내려놓지 않았다.

고로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는 말은 "여러모로 생각은 해 봤지만 딱히 그 이유를 당신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로, 말이 곧 업(業)인 정치인이 자신의 직무 유기를 덮기 위해 쓰는 포장지와도 같다.

이럴 때 속 시원히 일침을 날려줄 만한 신인 정치인 하나 없다는 점은 유감스럽다. 모처럼 젊은 정치인이 화제가 돼도 대부분 '세습' 키즈다. 차기 총리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게된 오부치 유코(小渕優子) 모두 전 총리의 자식들이다. 요즘 일본 MZ의 얼굴을 한 정치인은 없다.

설명하지 않는 정치인을 응원할 수 있는 유권자는 없다. 지지통신의 1월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은 2개월째 10%대, 비지지율은 3개월 연속 과반이다. 자민당 지지율은 14.6%를 기록했다. 집계가 시작된 1960년 이래 최저치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자민당을 이탈한 지지자들은 야당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부유한다. 그런 무당파층이 전체의 66.8%. 여소야대, 여대야소도 못 되는 '여소야소'다. 오죽 믿을 사람이 없으면 '지지정당없음'이라는 이름의 당까지 있겠는가.

냉소주의가 해답이 될 수는 없지만,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인 유권자의 82%는 국회의원이 '국민 전체의 이익'보다 '자신과 지지자의 이익'을 우선시한다고 생각한다.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린 정치가 국민을 소외시켰다.

기시다 총리는 19일, 부랴부랴 "기시다파 해산"을 공표했지만 늦은 감이 있다. 지난달 자신이 파벌에서 발을 뺄 때 결정해야 했다. 설명 책임에도 다 때가 있는 법이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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