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나무까지 동원해 방어”… 아이티, 갱단 공격으로 폭력 급증
카리브해 국가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갱단들의 폭력 사태가 심화되면서 지역사회가 큰 혼란에 빠졌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포르토프랭스 남부 솔리노를 중심으로 나흘간 폭력 사태가 계속되면서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최근 격화된 갱단들의 공격으로 도시 전역에서 온종일 총 소리와 굉음 등이 들렸고, 거리 곳곳이 불에 타며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목격자들은 도로에 여러 시신들이 놓여있었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실내에 계속 갇혀 지내거나 다른 지역으로 대피했다. 일부 주민들은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시간 내내 집 안에서 머무르다가 10대 조카와 함께 솔리노를 탈출했다고 밝힌 50대 주민은 AP통신에 “지금 너무 무섭다”며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르토프랭스에서의 생활이 아주 엉망이 됐다”면서 “지금처럼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민은 며칠 전 집 근처에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손에 총을 맞았다면서 “병원에 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권단체에 따르면 지난 주말부터 현재까지 이 지역에서 24명의 사망자가 보고됐다. 인권네트워크(RNDDH)의 피에르 에스페란스는 “경찰은 부재중이다. 공권력의 물리적 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솔리노 주민들과 다른 지역 주민들이 연대해서 거리를 봉쇄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갱단의 진입을 막기 위해 바위, 트럭, 타이어, 심지어 바나나 나무까지 총동원해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있다.
이번 폭력 사태의 정확한 원인과 공격자들의 신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갱단 간 권력 다툼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아리엘 앙리 총리의 권력을 인정한 정치 협정이 다음달 7일 종료되면서 라이벌 갱단들이 이를 앞두고 앙리 총리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폭력 사태가 심화되자 아이티 경찰도 이날 저녁 성명을 발표했다. 경찰은 “민간인들에게 공포를 심으려는 무장 세력을 추적하고 체포하기 위해 경찰들이 배치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총격범들과 총격전을 벌이는 모습을 담은 3분짜리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갱단의 폭력 진압을 돕기 위해 아이티에 케냐 주도의 다국적 경찰 주둔을 승인한 바 있다. 오는 26일 케냐 법원에서 경찰 파견 허가에 대한 판결이 내려질 전망이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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