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대참사’ 겪은 지 반년도 지나지 않았지만…무능한 대한민국농구협회, 왜 ‘무대책’일까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2024. 1. 1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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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대참사’를 겪은 지 반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제대로 된 플랜을 제시하지 못한 채 여전히 표류 중이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은 대한민국 농구 역사에 있어 가장 큰 악몽으로 기억되는 대회다. 역대 가장 처참한 성적으로 마무리했고 비판과 비난의 화살에 상처투성이가 됐다.

추일승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농구대표팀은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인 7위를 기록했다. 일본 2.5~3군에 당한 충격 패배로 중국과 8강에서 만나게 됐고 완패했다.

‘항저우 대참사’를 겪은 지 반년도 지나지 않았다. 사진=천정환 기자
이후 이란에도 밀리며 7-8위 결정전까지 추락했다. 일본과의 리매치에서 승리, 최소한의 자존심은 살렸지만 7위라는 성적은 변함없었다.

해외에서 치른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금메달 가능성이 높았던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회 직전 열린 2022 국제농구연맹(FIBA) 필리핀-일본-인도네시아 농구월드컵의 여파로 최정예로 나선 국가가 요르단 외 없었을 정도로 난이도는 낮았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준비 상태가 더욱 좋지 못했다.

이미 FIBA 아시아컵 2022에서도 8강서 ‘광탈’한 대한민국이었다.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메달권은커녕 순위결정전으로 추락, 이제는 새 출발이 필요한 시기로 여겨졌다.

그러나 협회는 항저우아시안게임 이후 어떤 자세도 취하지 않았다. 남녀 동반 ‘노메달’로 비슷한 참사를 겪은 대한배구협회가 곧바로 쇄신책을 담은 사과문을 발표한 것과는 다른 자세였다.

‘항저우 대참사’가 대한민국 농구를 엉망으로 만든 지 반년, 아니 3개월 정도가 흘렀다. 협회는 여전히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고 지도자 교체라는 ‘뻔한 선택’을 했다. 추일승 감독의 지휘 기간 동안 뚜렷한 성과가 없었던 만큼 지도자 교체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다만 오로지 그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가 됐다.

현재 협회가 해결해야 할 부분은 적지 않다. 첫 번째는 안준호 체제가 하루라도 빨리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안준호 감독, 서동철 코치 체제가 최종 후보로 선정, 이사회의 결정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12월 중순에 최종 후보로 결정된 그들이 여전히 23일 열리는 이사회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안준호 감독은 서울 삼성 지휘봉을 내려놓은 후 12년 동안 현장과 떨어져 지냈다. 대한민국 농구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하는 상황에서 12년 공백의 지도자가 돌아왔다는 건 당연히 받아들이기 힘든 일. 심지어 그가 감독이 아닌 다른 위치에서 농구와 가까이 있었다고 해도 당연히 우려의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협회는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그를 방치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이사회 회장단의 일정 조율이 필요했다. 또 이번 이사회는 지난해 사업들을 결산하는 자리인 만큼 일정이 조금 연기된 부분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라건아는 이대로 국가대표로서 함께한 7년 동행을 마무리하는 것일까.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정식 감독 선임만큼 빠르게 해결해야 할 것이 바로 라건아와의 계약이다. 라건아는 올해 5월까지 국가대표 계약이 되어 있다. 즉 올해 열리는 FIBA 아시아컵 2025 2월 예선까지 출전하면 재계약 제안이 없을 시 2018년부터 이어진 7년 동안의 국가대표 커리어는 마무리된다.

협회는 라건아 이후 새로운 귀화선수에 대한 플랜을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문태종의 아들 재린 스티븐슨의 특별 귀화가 종종 언급되고 있지만 그보다 더 현실적인 플랜이 필요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귀화 절차가 복잡한 대한민국인 만큼 새로운 플랜을 세우고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야 하지만 협회는 공식적으로 내놓은 답이 없다.

새 귀화선수를 찾을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는 라건아와의 연장 계약 역시 이야기된 부분이 없다. 협회 관계자는 “라건아와의 국가대표 계약은 KBL과 같이 진행했던 만큼 앞으로 대화를 나눠야 한다. 다만 KBL 집행부가 올 시즌을 끝으로 바뀌는 만큼 지금보다는 추후 이와 관련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귀화선수는 세계농구의 흐름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존재가 됐다. 천하의 중국마저도 카일 앤더슨을 귀화 영입하기도 했다. 라건아와 이별할 생각이라면 새로운 귀화선수를 찾아야 한다. 하나, 협회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

정식 감독, 그리고 라건아는 물론 새 귀화선수 플랜마저 없으니 그동안 꾸준히 지적된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처우 개선은 기대하기 힘들다. 2월 예선 중 태국전은 원주에서 치러지는데 이에 대한 공식 발표도 없다. ‘무대책’이라는 표현이 이보다 적절한 사례는 없다.

KBL은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 기존 스타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시작하며 점점 코로나19 이전의 힘을 되찾고 있다. 물론 개선하고 보완해야 할 부분은 많지만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협회는 어떤 업무를 하고 어떤 플랜을 세웠는지 알 길이 없다.

‘항저우 대참사’ 이후 얻은 교훈은 없었던 것일까.

안준호 감독은 12년 코트 공백이 있는 지도자다. 그에게는 대한민국 농구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무거운 부담감이 있다. 사진=KBL 제공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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