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법률실무 마스터링] 연재를 시작하며
[IT동아]
연재를 시작하며 - 비즈니스 법률실무 모르면 당한다
스타트업 법률실무 (1) - 공동창업자간 분쟁방지 계약과 실제
스타트업 법률실무 (2) - 스톡옵션 부여 및 행사관련 분쟁방지 (스톡옵션 절차, 계약서)
스타트업 법률실무 (3) - 임/직원 퇴사시 분쟁방지 (경업금지, 영업비밀보호)
투자유치 법률실무 (1) - 투자 방법과 투자 받기 전 주의사항
투자유치 법률실무 (2) - Termsheet 이해를 통한 분쟁방지
투자유치 법률실무 (3) - 투자계약 체결 전 투자사와의 분쟁방지
투자유치 법률실무 (4) - 계약 위반과 분쟁방지
기고를 마치며 - 사업이 잘될수록 법률실무가 중요하다!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40대 중반의 스타트업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이 사무실을 찾아와 상담을 요청했다.
그 의뢰인은 투자 유치 과정에서 다른 공동창업자와 분쟁이 생겨서 퇴사를 고려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의뢰인이 보유중인 주식을 공동창업자가 강제로 회수하겠다고 통지했다며 분노를 토로했다. 다행히 공동설립자 사이에 체결한 주주간계약서가 있었고, 이를 확인하니 온통 의뢰인에게 불리한 내용이었다.
계약서 내용대로라면, 몇 년 동안 회사를 같이 운영했음에도 주식을 한 주도 가지고 나올 수 없다. 주주간계약 체결 당시, 내용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적혀 있는 문구의 법률적 의미에 대해 알아봤더라면 이렇게 주식을 잃지는 않았을 텐데... 계약서에 날인하는 행위는 어마어마한 파급력이 있다. 결론적으로 이 경우 ‘내 동업자가 제시한 계약서가 내 주식을 모두 사라지도록 기획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도 유사 사례가 있었다. 스타트업을 경영하는 90년대 생의 앳된 대표가 회사의 지분 분쟁 건으로 사무실에 찾아왔다. 비즈니스 모델이나 수익성은 괜찮아 보였다. 개인적으로 봐도 엔젤투자를 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사업인 듯해 관심을 가지고 상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 스타트업의 주주 구성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처음 창업할 때 투자자를 소개해주며 개인 네트워크로 사업을 확장시켜 준다는 말만 믿고 과반수에 가까운 지분을 2명의 공동창업자와 ‘쉐어’하고 있던 것. 법인 설립 때부터 현재까지 공동창업자의 회사에 대한 기여는 거의 없었고, 의뢰인 혼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사업을 확장하려는 중이었다.
공동창업자와 별도로 체결한 주주간 계약서도 없었다. 의뢰인은 이제 와서 회사 지분을 100% 보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 어린 대표는 ‘회사 지분만 챙기려 접근한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순진하게 상대방의 말만 믿고 법적 준비는 아예 하지 않은 것이다.
많은 이들이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한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창업한 사람부터 대학 재학 중 사업을 시작한 사람까지 다양하다. 사회 경험이 풍부한 창업자라도 법률 지식에 해박한 경우는 사실 드문데, 특히 사회생활 경험이 없는 대학생 창업자라면 법률 지식이 전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법률상 허가나 등록이 필요한 사업을 시작하면서도 법률 규정을 한번 찾아볼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고객의 위치정보를 이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때, 특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방송통신위원회에 등록해야 하는데, 이를 누락한 채 서비스를 운영하는 사례를 자주 본다. 심지어 위치정보 사용에 대한 사용자 동의조차 받지 않는 사례도 있다.
이런 의뢰인들을 만나다 보면, 위반시 단순 과징금에 그치지 않을 수준으로, 미등록 또는 미신고시 형사처벌 규정을 위반하는 내용으로 창업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미등록, 미신고 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대표이사가 뒤늦게 필자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뿐만 아니라 사업모델 자체가 현행법에 명백하게 저촉돼, 사업모델을 변경해야 하거나 사업 자체를 중단해야 할 때도 있다.
회사 정관에 스톡옵션 발행에 관한 규정이 없는데도 스톡옵션 계약을 체결한다든지, 주주총회 결의 없이 스톡옵션을 발행한 사례는 너무 많아 입이 아플 정도다. 규정과 절차를 위반한 스톡옵션은 결국 주식으로 발행될 시점에 새로운 분쟁을 야기한다. 때에 따라서는 이 경우도 대표이사에게 형사상 배임 책임까지 발생할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한데, 스톡옵션 규정과 절차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창업자를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사실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모든 법률과 절차를 완벽하게 준수하기를 기대할 순 없다. 하지만 ‘주식회사’를 소유하고 경영하는 창업자는 적어도 ‘주주’와 ‘이사’를 구분하는 정도의 상법 지식은 필요하고, 계약서를 작성할 때 어떤 내용이 추가되면 더 유리하고 불리한 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
인터넷에서는 무수히 많은 정보가 있지만, 언제 정보를 찾아야 하는지, 또 어떤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지, 법률 비전문가 입장인 창업자로서는 쉽게 알 수 없다. 변호사 사무실 문턱도 많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스타트업이 선뜻 변호사를 만나기에는 여전히 비용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법률 내용을 알지 못했다’는 말은, ‘계약서 내용을 읽어보지 않고 날인했다’는 말은 법률 앞에서는 용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사업을 한다면 기초 법률지식은 꼭 필요하고, 잘 모르는 법률 내용이라면 찾아 확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투자계약서 사례를 잠깐 살펴보자. 투자계약서는 보통 투자사가 초안을 제시하고, 계약서 곳곳에는 스타트업과 창업자를 상대로 한 ‘독소조항’이 숨어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이를 모른 채 심지어는 자기가 발행하는 상환전환우선주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는 채로 투자금을 받는다.
투자자가 제시한 텀시트(Termsheet. 거래조건)를 읽어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수정요청을 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투자계약서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채 이미 회사가 소송 진행중인 내역이 있는데도, 투자계약서에서 “회사는 현재 소송중인 내용이 없다”는 내용을 수정하지 않기도 한다.
사업이 어려워지면 투자자는 스타트업과 창업자를 상대로 투자계약서 위반을 근거로 투자자가 인수한 주식 매수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검토하게 된다. 계약 당시 제대로 읽지 않고 날인한 투자계약서 하나의 조항이 창업자의 발목을 붙잡는 순간이다.
즉 사전에 알아 두지 않으면, 관련 법률에 따라 유효한 문구인지, 계약서 문구가 나중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를 수 밖에 없다. 이렇게 계약 상대방이 법률과 계약에 관해 잘 모르는 상황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고, 양쪽 당사자가 법률 지식이 없는 상태로 체결된 계약서라 무효인 내용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사업이 잘되고 여유가 생긴 후에 계약서를 챙기고 법률적 의미를 곱씹어보고 후회한다면, 얼마나 억울한가...
이후 연재에서는 스타트업 창업부터 투자를 받아 성장하는 과정까지, 대부분의 창업자가 고민하게 될 계약 관계와 법률 이슈에 관해 하나씩 풀어갈 예정이다. 특히 계약서에서 어떤 내용이 독소조항이고, 어디에 숨어있는 지를 사례로 살펴본다.
또한, 앞서 언급한 공동창업자들 사이의 분쟁 방지에 관해서도 집중 검토해본다. 적어도 이 연재를 읽는 창업자는 관련 법률을 몰라 피해를 보는 이가 없기를 기대하고 바란다.
*글 / 민보미 변호사
한국벤처투자,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VC) 출신의 변호사(제5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41기 수료), '배워서 남주자'를 기조로 법률사무소 운영 중.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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