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신간 『물욕의 세계』 & 『옥스퍼드 초엘리트』

2024. 1. 19. 14: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음식, 패션, 화장품 등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넘치도록 사버리는 많은 물건들이 어떻게 사회와 환경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소비의 심리학을 통해 경고한다. 자신의 처절했던 실패를 고백하면서.
쇼핑 중독자여, 도파민의 파도에 맞서라
『물욕의 세계』
누누 칼러 지음 / 마정현 옮김 / 현암사 펴냄
우리는 왜 소비하고, 잊는가. ‘망각’에 동그라미를 치자. 우리가 소비를 계속하는 이유는 망각 때문이며, 우리가 물욕의 노비이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의 일간지 기자와 그린피스의 소비자 대변인을 지낸 작가 누누 칼러는 한때 쇼핑 중독이었다. 그는 벼룩시장에서 낡은 탁자를 사면서 깨달았다. 소비가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운동가로서 활동해온 자신조차 물건을 사는 기쁨을 이기기 어렵다는 것을. 자본주의는 아주 쉽게 환경 보호를 이긴다.
이 책은 음식, 패션, 화장품 등 많은 물건들이 어떻게 사회와 환경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소비의 심리학을 통해 경고한다. 저자는 먼저 도파민의 파도에 맞서는 법을 알려준다. 우리의 무의식은 언제나 패배할 준비가 되어 있다. 섹시한 하이힐을 보면 파티에 참석한 모습을 상상한다. 만약 기분이 좋다면 도파민이 야기한 행복감은 상식과 절제와 통장 잔고를 이긴다. 도파민은 최고의 행복 호르몬으로 우리가 보상을 기대할 때 분비된다. 나쁜 예로 도박이 있다. 쇼핑은 즉시 보상을 받을 수 있기에 중독에 이르기 쉽다. 연구자들이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를 들여다보니 쇼핑을 할 때 대뇌 변연계의 측좌핵이 매우 활성화됐다. 보상 체계를 담당하는 뇌 영역이다.
쇼핑은 ‘멋진 삶을 구매한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 책의 반절 이상은 충격요법으로 가득하다. 소비를 할 때, 지구에서는 나쁜 일이 일어난다. 오스트리아 빈 인근에는 대형몰 프라이마크가 있다. 단돈 2유로 티셔츠를 파는 옷가게엔 플라스틱 냄새가 진동한다. 옷들은 거의 대부분 폴리에스테르, 아크릴, 폴리아미드로 만들어진다. 폴리에스테르는 바다를 오염시키는 미세플라스틱이다. 세탁할 때 거의 모든 옷에서 섬유 조각이 방출되는데, 입자가 매우 작아 거름망을 빠져나가 하천으로 유입된다. 섬유 조각은 사실상 순수한 미세플라스틱이다.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을 바다 생물은 플랑크톤으로 착각해 먹고, 굶어 죽는다. 생선 요리 접시를 통해 우리 입에도 들어온다. 2유로짜리 선택이 부르는 비극이다.
좋은 소비를 향해 떠난 여정은 현란한 입담을 통해, 종착역에 도달한다. 그래서 해결책은 뭘까. 그가 그린피스에서 배운 게 있다. 문제를 생활 속으로 깊숙이 끌어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건강에 관한 문제라면 환경 보호 운동은 크게 확산된다.
저자는 ‘의식적인 비소비’를 제안한다. 블랙프라이데이처럼 광적으로 쇼핑하는 날 대신,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비는 얼마든지 좋은 것이 될 수 있다. 저자의 설득을 자각한다면 말이다. “물질이 내적인 공허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을 때만 소비는 건강할 수 있다.”
옥스퍼드는 어떻게 정치 괴물을 키우는가
『옥스퍼드 초엘리트』
사이먼 쿠퍼 지음 / 김양욱, 최형우 옮김 / 글항아리 펴냄
영국 사회를 쥐고 흔드는 ‘한 줌’의 남자들이 있다. 옥스퍼드대는 천재들을 배출하는 곳은 아니더라도, 2010년 이후 연속으로 다섯 명의 총리를 배출한 것을 보면 유권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그곳에 있다. 저자는 옥스퍼드대 동문인 보리스 존슨, 대니얼 해넌, 제이컵 리스모그 등이 영국을 지배하는 위치에 오르자, 자신의 학창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이 초엘리트 그룹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과정을 면밀히 파헤치는 르포르타주를 썼다.
상류층 부모를 둔 옥스퍼드생들은 중산층 출신의 동기생들을 이방인 취급한다. 또 옥스퍼드생들은 3년간의 짧은 학부생활 중 공부는 최소한으로 하고 일찍이 정치 감각을 익혀 의회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삼는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공붓벌레’라는 표현 대신 ‘노력하지 않는 우월성’이 이들이 평생 몸에 걸치고 다니는 외투다.
2016년 6월24일 영국의 브렉시트가 결정되자 유럽 탈퇴의 심층 원인으로 지목된 옥스퍼드 그룹은 그 실체가 더 이상 수면 아래에 감춰져 있을 수 없었다. 저자는 브렉시트파의 집단 초상화를 그리는 것이 이 책의 목적 가운데 하나라고 밝히면서, ‘브렉시트는 옥스퍼드에서 부화되었다’고 고발한다.
이 책은 수백 년 동안 흔들림 없는 권력의 아성이었던 옥스퍼드대 특권층의 실체를 고발하며 그들이 촌철살인 글쓰기와 말투, 고전 인용 등의 재주를 통해 영국을 지배하는 특권층으로 성장하는지 생생하게 전해준다.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14호(24.1.23) 기사입니다]

< Copyright ⓒ MBN(www.mbn.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MB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