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북 외무상, 방러 마치고 귀국…군사·경제 협력 수위 주목
러, 푸틴 방북 일정 논의 시사
군사정찰위성 기술 협력·관광·무역 등 논의한 듯
통일부 “러,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책임 다해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19일 귀국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일정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 부문에서 경제·에너지까지 전방위적으로 협력 수위를 높이면서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도 커지고 있다.
북한 공식매체 노동신문은 이날 “외무상 최선희 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대표단이 로씨야 련방(러시아 연방)에 대한 공식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18일(현지시간) “최선희 외무상은 1월14일부터 18일까지 모스크바를 공식방문했고 푸틴 대통령의 영접을 받았다”고 밝혔다.
최 외무상의 이번 방러는 푸틴 대통령의 방북으로 진행될 북·러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성격이 짙다.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 16일 진행된 최 외무상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에 대해 “(지난해) 9월 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강조하면서 양국 관계 발전의 현안에 대해 상세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며 “다가오는 정치적 접촉 일정을 포함해 보스토치니 우주 기지에서의 정상 간 합의에 대한 실무적 영역”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9월 정상회담 합의 이행’과 ‘보스토치니 우주 기지에서의 정상 간 합의’는 공통적으로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12~17일 러시아를 방문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방북을 요청했고 푸틴 대통령은 흔쾌히 수락했다.
이 때문에 머지않은 시일 내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성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2000년 7월 이후 처음이다.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개연성이 높다고 본다. 관련 후속 동향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쓸 만한 재래식 무기를 북한이 지원하고 러시아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분야를 지원하는 방식의 군사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두 정상 간 방북 요청과 수락이 이뤄진 장소가 우주기지라는 점도 이를 상징한다. 실제로 북한은 이후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위성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번 최 외무상의 방러에서도 군사정찰위성 기술이 화두에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 외무상이 지난 16일 푸틴 대통령과 면담할 때 최 외무상의 통역관이 들고 있던 서류 표지에 ‘우주기술 분야 참관 대상 목록’이라는 제목과 ‘1.우주로케트 연구소 <쁘로로그레쓰>’가 적힌 것이 외신 카메라에 포착됐다. 러시아의 우주로켓분야 연구소인 프로그레스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최 외무상이 지난 17일에는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 담당 부총리를 만났다는 사실도 이날 공개했다. 신문은 “담화에서는 조로(북러) 친선 협조 관계가 새로운 전략적 높이에 올라선 데 맞게 무역,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의 쌍무교류와 협력사업을 활성화하고 확대해나가기 위한 실천적 문제들이 토의되였다”고 했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관광·무역 분야 등에서 협력 사업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했던 북한은 최근 외국인 관광객 유치 활동을 재개하는 등 외화벌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 뉴스 등은 다음달 9~12일 러시아 여행사가 주최하는 북한 단체 관광이 이뤄질 예정인데 참가 희망자가 너무 몰려 여행사 측이 추가 모집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북·러 협력이 전방위적으로 수위를 높여가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프라나이 바디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국장은 18일(현지시간) 군사 분야에서 북·러 협력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협력의 결과로 북한이 지역 내에 일으킬 수 있는 위협이 앞으로 10년 동안 급격하게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올해부터 2년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게 된 점을 활용해 국제무대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주도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18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보리 이사국들의 비공식 회의에 참석한 뒤 취재진과 만나 “북한의 수사와 행동을 결합해볼 때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고 이사국 모두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안보리의 침묵을 깰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러·북 간 협의 의제에 대한 구체적인 공식 발표가 아직 없는 만큼 예단하지 않고 관계 기관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며 “다만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하며 러·북 간 교류와 협력은 관련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는 가운데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고 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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