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가자지구에서 홍해, 파키스탄까지... 이란이 빠지지 않는 이유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예멘 반군 후티의 홍해 상선 공격,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파키스탄까지. 지난해 10월 이후 중동부터 아시아를 걸쳐 벌어지고 있는 갈등의 공통점은 이란이다. 이란은 하마스, 후티 반군, 헤즈볼라를 뒤에서 지원하고 이라크, 시리아, 파키스탄을 직접 공격하면서 최근 세계 정치·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이처럼 이란이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부터 파키스탄으로 이어진 분쟁의 공통점으로 등장한 것은 이란이 지역 주변의 적들과 싸우기 위해 오랜 기간 대리군을 구축해 왔고, 이를 위해 분리주의 단체 및 테러 단체를 지원했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란은 1979년 발생한 이란 혁명으로 입헌군주제였던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고 이슬람 종교 지도자가 최고 권력을 가지는 정치체제로 변했다. 이후 시아파인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가장 큰 적으로 간주하고 40년 넘게 이스라엘을 파괴하겠다고 다짐하면서 페르시아만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로 자리매김하길 원한다. 이런 와중에 주요 라이벌 중 하나는 미국의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다. 사우디는 수니파로, 사우디를 비롯한 수니파 국가들과 적대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동맹국이 거의 없었던 이란은 오랫동안 스스로를 무장하고 훈련하는 것은 물론 이웃 나라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이란의 적을 공유하는 운동을 지휘했다. 이란군은 시리아와 이라크 전쟁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대리로 해외의 적들과 싸운다. 정책분석그룹인 국제전략연구소의 중동 정책 선임 연구원인 하산 알하산은 “이란은 자신과 타국의 민병대를 미국과 이스라엘 세력에 대한 ‘저항의 축’이라고 부른다”며 “단일 투쟁의 일부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란 땅에서 미국, 이스라엘과의 싸움을 피하려면 다른 곳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그것이 이라크, 시리아, 예멘,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이라고 말했다.
물론의 이란의 ‘대리전’ 전략이 얼마나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테러 단체는 최근 이란을 공격하기도 했고, 이스라엘은 수년 동안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표적 공격을 감행했으며, 일부 주요 인물을 살해하고 시설을 파괴했다.
이란은 자신의 힘과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하지만, 미국이나 동맹국과 직접 교전하는 것을 꺼린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이란이 수십 년간의 제재와 금수조치로 인해 군사력과 경제력이 저하된 상태라 이란 지도자들의 권력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이란 국내에서도 억압적인 정책을 펴면서 반대 세력이 많은 상황이다.
이란 관리들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 이후, 하마스에 이란이 연루됐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는 부인했다. 하지만 이란 일각에선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중대한 성과로 자찬했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이어간다면, 이스라엘을 상대로 다양한 전선을 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란 대리 세력인 레바논 헤즈볼라 등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기도 했다.
◇ 이란의 대리 세력은 헤즈볼라·후티가 대표적
이란의 대리 세력 중 가장 강력하고 정교한 것으로 알려진 곳은 레바논의 헤즈볼라다. 이스라엘 북부와 접한 레바논 남부 점령을 위해 이란의 지원을 받아 1980년대 창설했다. 레바논의 정당이기도 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여러 차례 국경에서 전쟁을 벌였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주도한 공격 이후 거의 매일 이스라엘군과 국경에서 총격전을 벌이고 있다. 다만 전쟁에 완전히 참여하는 것은 자제 중이다.
에멘의 후티 반군도 친이란 세력 중 하나다. 후티 반군은 20년 전 정부에 맞서 반란을 일으킨 세력으로 미국과 중동 관리들에 따르면 한때 오합지졸이었으나, 이란의 군사 지원 덕분에 권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다. 후티 반군은 2015년 예멘의 대부분을 점령했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예멘 정부 편에 서서 내전에 참여한 바 있다. 예멘은 2022년부터 사실상 휴전 상태로, 후티 반군은 예멘 북서부와 수도 사나를 장악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이후 후티 반군은 팔레스타인과의 연계를 이유로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공격 중이다. 이로 인해 후티 반군은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세력으로 변모했다.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도 이란으로부터 무기를 지원받고 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마스는 이번 전쟁 이전에도 이스라엘과 수차례에 걸쳐 전쟁을 벌였다.
◇ 이란, 이라크·시리아·파키스탄은 직접 공격
이란은 이라크, 시리아, 파키스탄은 직접 공격했다. 이는 국내 정부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여겨진다. 중동 지역 전체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란은 점점 더 표적이 되고 있고, 자신의 힘을 과시해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여기다 지난달 분리주의 단체가 이란 남동부 경찰서를 공격해 1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여기다 이란 고위 사령관 2명이 시리아에서 암살되기도 했다. 당시 이란은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또한 이번 달에는 이란 케르만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거의 100명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란 분석가들과 군부와 가까운 이란인들은 정부가 자신의 지지 기반을 구성하고 있는 강경파들을 겨냥해 무력을 과시하기를 원한 결과라고 본다. 이에 이란은 시리아의 이슬람국가(IS)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곳은 이라크 북부에 있는 이스라엘 정보수집 기지라고 알려져 있다.
파키스탄은 중동이 아닌데 이란의 공격을 받은 이유는 분리주의 단체인 자쉬 알 알디가 이란과 파키스탄 일부 지역에 본거지를 만들고 싶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양국은 무장세력이 국경을 넘는 것을 막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서로를 비난해온 상태였다. 이란은 파키스탄에 대한 공습이 자쉬 알 알디의 기지를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이란의 주장을 반박했고, 파키스탄은 이란 내부의 테러리스트 은신처라고 알려진 곳을 폭격함으로써 대응했다.
NYT는 “파키스탄과 이란은 대부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그들 사이의 마찰은 이란의 다른 지역 갈등과는 거의 관련이 없다”며 “이란이 파키스탄 내부를 공격하기로 한 결정은 파키스탄과의 관계를 손상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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