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겨 뽑은 국수 라면(拉面), 콩 말캉이 두부(豆腐) [말록홈즈]
[말록 홈즈의 플렉스 에티몰로지 3]
말록: 형, 케첩이랑 마요네즈는 무슨 뜻이야?
학이형: 케첩이 케첩이지 뭐겠어?
말록: 그럼 라면은 한자로 뭔가요?“
학이형: 술 먹자~
식품회사 홍보맨 형님이 계셨습니다. 설명을 참 잘하셨죠. TV 출연이 잦은 대학교수나 줄서기 유발자 1타강사보다 훨씬 더 재밌고 쉽게 이야기를 풀어주셨습니다. 그래서 그 형을 만날 때면 먹을 거리에 대한 호기심들을 마구 끄집어내곤 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그 호기심을 스스로 해결하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어원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이들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지금처럼 바로 바로 궁금한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습니다. 스마트폰은 없었고, 사전이나 위키류의 지식 데이터 역시 빈약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였는지 어디서든 궁금증이 스멀거리면, 바로 메모를 해뒀다가 집에 가서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열심히 뒤적대다 보면, 대개 답은 나왔습니다. 간장은 간을 맞추는 용도, 고추장은 핵심원료인 고춧가루, 된장은 뻑뻑한(된) 형질이 말뿌리란 걸 간편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외국 유래 음식으로 가면 난도가 높아졌습니다. 케첩이 생선발효액 규즙(鮭汁: 생선 규, 국물 즙)에서 유래해, 토마토로 원료를 대체한 소스란 걸 배웠습니다. 새우회 ‘오도리’는 회쳐진 새우가 춤추듯 꼬리를 흔들어 ‘무용 용(踊)’자를 쓴 일본어 ‘踊り’‘란 유래도 재밌었습니다.
이해력이 벽에 부딪힐 땐, 다른 언어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기도 합니다. 두부의 영단어 bean curd에서 다시 시작했습니다. curd는 ‘응유(응고된 우유)’를 가리킵니다...
‘대체 어떤 양반이 두부라고 지은 거야!’
뇌신경이 엉킨 채로 늪에 빨려들어가는 듯 폭폭했습니다.
‘이래서 감옥 졸업하면 두부 먹이나?’
세월이 좀더 지나 다시 포털을 뒤적이다가, ‘동물의 뇌처럼 말캉말캉한 물질’을 썩을 부자로 표현한단 설명을 봤습니다. 목욕하던 아르키메데스처럼 ‘유레카’를 외칠까 망설이다가, 나도 모르게 한 마디 튀어나왔습니다.
“이런, 썩을!”
<어원을 쉽게 푸는 방법>
1. 한자어는 한자사전으로, 영어단어는 영어어원사전으로 찾아본다!
2. 사전을 보고도 명확하게 이해가 가지 않으면, 다른 외국어 사전의 풀이로도 해석해 본다.
ex) [검색어] 탕수육 —> [한자사전] 糖醋肉(설탕 탕, 식초 초, 고기 육) —> [영어사전] sweet and sour pork
[필자 소개]
말록 홈즈. 어원 연구가/작가/커뮤니케이터/크리에이터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22년째 활동 중. 기자들이 손꼽는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커뮤니케이터. 회사와 제품 소개에 멀티랭귀지 어원풀이를 적극적으로 활용. 어원풀이와 다양한 스토리텔렝을 융합해, 기업 유튜브 영상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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