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재시동’ 케이뱅크, 몸값 5조원 노린다... 주관사도 다시 선정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에 다시 나선다. 시장 여건이 악화하면서 상장을 철회한 지 1년 만이다. 최근 공모 시장의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케이뱅크가 5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IPO 추진 안건을 의결했다. 케이뱅크는 연내 상장을 목표로 상장 주관사 선정 절차에 나설 계획이다. 케이뱅크는 기존 상장 주관사단을 그대로 다시 선택할 수 있으나, 최근 IPO 입찰 경쟁이 치열한 만큼 조건을 따져보고자 새롭게 입찰을 받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2022년 상장을 추진할 때 대표 주관사로 NH투자증권과 JP모건,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선정했고 공동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택한 바 있다.
관건은 몸값이다. 케이뱅크는 2022년 9월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했으나, 이듬해 2월 IPO를 철회했는데 당시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워서였다. 케이뱅크의 기대 기업가치가 7조~8조원 수준이었는데, 당시에는 4조원을 밑돌 가능성이 컸다.
IB업계에선 케이뱅크가 이번에 상장 주관사 등을 선정하며 5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기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는 비교기업들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 ÷ 순자산)을 기준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3분기 말 자본총계가 1조8730억원이었고, 현재 카카오뱅크의 PBR이 2.28배인 점을 토대로 단순히 계산하면 4조2700억원의 기업가치가 나온다.
다만 카카오뱅크도 상장할 때 외국계 인터넷 은행들의 평균 PBR(7.3배)을 반영해 몸값을 정했던 것을 고려하면 기업가치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토스(비바리퍼블리카) 상장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15조원 이상의 기업가치가 제시되는 등 IPO 시장 열기가 높아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 높은 수준의 기업가치를 노려보려 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의 기대치는 오름세다. 이날 오후 12시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케이뱅크 주식은 1만1100원에 거래됐다. 전날보다 1000원(9.9%) 올랐다. 케이뱅크가 앞서 상장에 나섰을 때처럼 기존 주식(구주) 3억7570만주에 신주 9300만주를 발행할 경우, 현재 비상장 주식 가격을 토대로 한 시가총액은 5조1500억원이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주춤한 실적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 382억원을 냈는데, 전년 동기보다 46.4%(331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의 당기순이익이 14.7%(358억원)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케이뱅크는 고객 수가 2020년 말 219만명에서 지난해 말 953만명까지 늘었고 같은 기간 수신잔액은 3조7500억원에서 19조600억원으로, 여신잔액은 2조9900억원에서 13조8400억원으로 5배 안팎 뛴 점을 강조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상장을 통한 자본 확충이 절실하다. 지난해 3분기 말 케이뱅크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 비율은 13.91%로 국내 20개 은행 평균(16.61%)을 밑돌았다. 상장에 성공하면 유입되는 신규 자금뿐만 아니라 케이뱅크가 앞서 유상증자를 통해 유치한 투자금도 자기 자본으로 인정받아 총자본 비율을 높일 수 있다.
케이뱅크는 2021년 총 1조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사모펀드운용사(PEF) MBK파트너스와 베인캐피탈, JS프라이빗에쿼티를 비롯한 재무적 투자자(FI) 등으로부터 725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케이뱅크가 2026년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최대 주주인 BC카드가 신규 투자자가 보유한 지분을 사거나, 제3자에게 매각하는 ‘드래그얼롱-콜옵션’ 조항이 달렸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투자금에 손실을 보장하는 조건이 붙는 만큼, 7250억원을 순수 자기자본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상장해야 해소되는 문제다.
케이뱅크는 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확보한 자본으로 영업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은 “IPO는 케이뱅크가 고객을 향해 또 한 번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철저히 준비해 구성원 모두와 함께 성장하는 케이뱅크가 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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