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보인다…티웨이항공이 웃는 이유
대한항공-아시아나 중복 유럽 4개 노선 운수권 넘겨받을 가능성 높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9부능선을 넘으면서 국내 항공업계에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중복된 유럽 노선 일부를 넘겨 받을 것으로 예상돼 가장 큰 반사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티웨이항공은 소형 기종으로 근거리 노선 취항에 집중한 여타 LCC들과 달리 대형 기종을 도입, 신규 장거리 노선을 취항하는 등 승부수를 띄웠다. 덕분에 유럽 4개 노선 운수권에 한 걸음 다가가게 됐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은 이르면 다음달 중순 대항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이 마무리 수순을 밟으면 기존 중복된 유럽 노선 일부를 국내 항공사에 이양하고 화물 사업 부문을 매각해야 한다.
EU 집행위원회(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시 프랑크푸르트,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4개 여객 노선에서 경쟁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대한항공의 14개 유럽 노선 중 이들 4개 노선이 아시아나항공 운항과 중복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EC 측에 이들 노선의 운수권과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일부를 국내 LCC에 이관하는 내용의 경쟁 제한 우려 해소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정조치안에 함께 포함된 유럽 4개 노선 운수권은 티웨이항공이 넘겨받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티웨이항공이 공격적인 신규 취항, 노선 확장에 나설 수 있는 이유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기간 선제적으로 항공기를 도입한 덕분이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말 기준 대형 기종인 에어버스 A330-300 3대를 포함해 총 30대 기재를 운영 중이다. 올해도 대형기 2대 포함 총 7대의 항공기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A330-300의 항속거리는 1만800km 수준으로 본래 서유럽까지 접근이 가능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항로를 우회하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무리가 있다. 따라서 당장은 대한항공으로부터 장거리 기재를 임대하고 운항승무원을 파견 받아 운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온다.
최근 티웨이항공은 파리 샤를드골공항에서 발권, 승객 좌석 배정, 수하물 처리 등을 담당할 지상직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이 넘겨받을 유럽 4개 노선에 취항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통상적으로 항공사들은 해외노선에서 정기편을 운항하기 위해 6개월~1년 정도 시간을 두고 현지 지점을 개설한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아직 기업결합 심사 관련 승인이 나지 않아 취항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추후 해당지역 노선 취항을 대비해 현지 근무 직원 채용 공고를 올렸다"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장거리 노선을 더욱 확대할 계획. 오는 6월 인천~크로아티아 노선을 취항할 예정이다. 2020년 5월 국내 LCC 중 처음으로 크로아티아 노선을 배분받았고 이번 취항으로 운수권을 확보한 지 4년여 만에 유럽에 여객기를 띄우게 됐다.
인천~자그레브 노선은 비슈케크에서 미하기 경유(급유) 후 자그레브에 도착하고 자그레브~인천 노선은 급유 없이 직항으로 운항할 계획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영공을 지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유 중인 A330-300의 항속거리를 고려한 것이다.
여기에 유럽 4개 노선까지 추가되면 유럽 노선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로써 티웨이항공은 그동안 목표로 삼았던 '하이브리드 항공사' 도약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됐다. 티웨이항공은 LCC의 저렴한 가격으로 대형 항공사(FSC)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항공사로 발돋움한다는 복안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EU는 이르면 다음달 중순 조건부 승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데 대한항공이 EU 지적사항을 사실상 모두 들어준 만큼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티웨이항공은 유럽 노선에 아시아나 대신 진출하게 되며 이를 위해 항공기까지 받아와 단번에 외형 기준 1위 LCC로 올라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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