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환자 시력 회복 돕는 소프트 인공망막 개발··· “망막 손상 최소화”

김태훈 기자 2024. 1. 19. 12: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빛을 감지하는 광수용체가 손상되고 불규칙한 표면을 가진 망막에 액체금속 소재의 바늘 모양 전극이 빽빽하게 달린 ‘소프트 인공망막’을 이식하는 모식도. 세브란스병원 제공

실명 환자들의 시력을 회복시키는 과정에서 신경 손상을 줄일 수 있는 액체금속 소재의 인공망막이 개발됐다.

세브란스병원 안과 변석호 교수와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이준원 교수,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박장웅 교수 연구팀은 망막에 생기는 흉터는 줄이고 신호전달 효율은 높인 인공망막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게재됐다.

망막색소변성증, 황반변성 등 망막질환으로 실명한 환자가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로선 인공망막 장치를 망막 혹은 뇌에 직접 연결하는 치료법뿐이다. 그동안은 인공망막 장치를 환자에게 이식할 때 삽입하는 금속 재질의 전극이 망막·뇌 등의 신경조직을 파고들며 손상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염증반응과 함께 남은 흉터는 시간이 지나며 신경조직과 전극 사이 전기신호를 끊어지게 만들기도 했다.

연구진은 기존 인공망막의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소프트 인공망막을 개발했다. 이 인공망막에는 생체 적합성이 높고 부드러운 소재의 액체금속으로 제작된 3차원 구조의 전극이 달려 망막 손상을 최소화했다. 곡면 형태인 망막의 표면에 최대한 밀착될 수 있도록 전극의 형태도 바늘 모양으로 만들어 전기전도 효율을 높였다.

연구진은 소프트 인공망막이 성공적으로 시력 회복을 가능하게 하는지, 또 망막을 어느 정도 손상하는지 알기 위해 실명한 실험용 쥐를 이용했다. 시력 회복을 확인하기 위해 실험용 쥐의 망막에 국소적으로 빛을 비춘 결과, 빛을 받은 부분에서 다른 부분보다 약 4배 큰 망막 신호가 유발됐다. 해당 망막은 실명한 상태여서 인공망막 이식 전까지는 빛에 대한 반응이 전혀 없었다.

기존 고체금속 소재 인공망막과 달리 소프트 인공망막은 망막 손상과 염증반응 등 전극 주변에서 면역반응이 발생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액체금속 전극 중에서도 3차원 구조의 전극이 평면 전극보다 약 2배 높은 신호전달 효율을 보였다고도 밝혔다. 변석호 교수는 “액체금속 3D 전극을 이용한 인공망막 장치는 불규칙한 표면을 가진 망막에도 전극을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접속할 수 있다”면서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실명 환자들을 위한 맞춤형 인공망막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