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 받드는 좌파·가족붕괴가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이단아’ 트럼프, 미국을 바꿀까 [매경데스크]

남기현 기자(hyun@mk.co.kr) 2024. 1. 1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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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다수의 한국인에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속된말로 ‘또라이’ 아니었나. 실제로 그는 각종 성추문으로 법정에 직접 출석해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런 트럼프가 지지율 1위라니, 대체 어찌 된 일일까. 한국인이 모르는 뭔가 있는 것은 아닐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출처 = 연합뉴스]
지금 대중에게 각인된 트럼프 이미지는 상당 부분 주류 언론이 만들어낸 것으로 본다. 실제로 주류 언론과 빅테크 기업들은 트럼프를 ‘혐오’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가 ‘패러다임’에 순응하지 않는 ‘이단아’ 행보를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를 움직이는 주류 정치권과 ‘큰손’들은 전 세계 국가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그 무엇’을 꿈꿔왔다. 1차 대전 후 국제연맹, 2차 대전 후 국제연합(유엔)이 탄생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유엔이 북한을 제재하려 해도 중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이에 따라 개별 국가에 강제력을 행사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강구돼 왔다. 이른바 ‘신세계 질서’ 구축 캠페인이다.

그런데 트럼프라는 이단아가 등장해 태클을 걸고 있다. 그것도 최강국 미국에서 말이다. 새 질서 구축에 앞장서야 할 미국에 이런 지도자가 나타나는 걸 주류 정치권과 경제계, 언론이 용납할 리 없다. 그들이 기를 쓰고 트럼프의 출마를 막고 있는 핵심 이유다.

트럼프는 구체적으로 어떤 어젠다를 그토록 막고 있는 걸까. 수많은 예가 있지만 대표적인 것 세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기후’ 어젠다다. 기후 이슈는 지구촌을 통제할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다. 모든 국가가 탄소 감축에 나서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각종 벌칙이 뒤따른다. 기업들을 ESG(환경·책임·투명경영)로 줄 세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트럼프에게 기후 어젠다는 ‘값비싼 거짓말’에 불과하다. 과거 대통령 재임 시절,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많은 사람들은 기후변화 같은 것을 믿지 않는다. 기후변화 운동가들은 한물 간 멍청이다.”

지난 2019년 9월 뉴욕 유엔본부에에서 ‘소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운데)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을 쏘아보고 있다. [사진출처 =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는 이 말을 실천에 옮겼다. 그가 이끌던 미국은 2017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이 협약은 각국이 온실가스를 줄여 지구 온난화를 막자는 캠페인이다.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한 후, 새 대통령이 된 조 바이든은 다시 기후변화 협약에 복귀했다.

미국은 현재 기후 어젠다로 인해 적지않은 부작용을 겪고 있다. 물가상승이 대표적인 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다 탄소 기반 에너지 사업을 억제한 결과, 휘발유값이 급등했다. 미국 휘발유값은 지난해 사상 처음 갤런당 5달러를 돌파했다. 최근 안정세로 돌아섰다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불안하다고 느낀다.

둘째, 국경 문제다. 지구촌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선 전통적 국가 개념의 변화가 필수다. 기존 국가 개념은 매우 배타적이다. 시민권을 가진 자만이 투표할 수 있으며, 국경도 확고히 지켜야 한다.

이를 허무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난민과 불법 입국자 수용이다. 이 정책은 ‘인권과 박애주의’를 등에 업고 정당성을 획득한다.

미국 민주당 정부는 불법 입국자에게 매우 호의적이다. 심지어 불법 입국자에게 투표권을 주려는 움직임까지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정반대다. 그는 과거 멕시코 국경지대에 3000㎞ 장벽을 설치하려고 했다. 지금도 트럼프는 “(불법 입국자를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난 2022년 6월, 미국으로 가려는 중남미 이민자 수천 명이 멕시코 남부 타파출라에서 다 함께 이동을 시작하고 있다. [사진출처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은 현재 불법 입국자 문제로 들끓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집권 4년간 164만명이었던 불법 입국자 는 조 바이든 정부 3년간 388만명으로 급증했다. 이로 인해 미 국민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그 불만이 트럼프 지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셋째, 동성애 문제다. 국경 이슈와 같은 맥락에서 기존 성 개념도 바꿔야 할 대상이다. 전통적 국가에서 기반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닌 ‘가족’이다. 가족의 확장이 사회, 국가다.

가족은 기본적으로 남녀 간 만남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동성 결혼 합법화와 ‘성 다양성’ 물결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남녀뿐 아니라 제3, 제4, 제5의 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민주당의 핵심 어젠다다.

동성애와 성 다양성 이슈는 ‘다원주의와 포용주의’를 등에 없고 정당성을 획득할 태세다.

반면 트럼프는 이에 대해서도 대척점에 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정부 8년간 이어진 ‘LGBTQ(성소수자) 긍지의 달’을 지키지 않았다. 트럼프 당시 백악관 홈페이지에선 ‘동성애자 권리’와 관련한 내용이 사라졌다.

미국 전역의 공립학교에서 자신이 택한 성에 따라 화장실과 탈의실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하고 이를 어기면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정부 지침도 트럼프 때 삭제됐다.

그는 동성애에 반대하는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를 연방 대법관에 임명하기도 했다.

동성애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상당수 미국인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다.

지난 2019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 당시 반(反) 트럼프 시위대가 모인 런던 의회 광장에 ‘트럼프 베이비’ 풍선이 띄워져 있다. 이들은 동성애자와 유색인종 등에 차별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시위에 나섰다. [사진출처 = AFP/연합뉴스]
이상에서 열거한 세가지를 함축하는 트럼프의 발언이 있다. 그는 이번 대선 공약을 모아놓은 ‘어젠다(Agenda) 47’ 웹사이트에 직접 출연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재 미국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러시아가 아니다. 다름아닌 우리들 자신이며 여러 끔직한 것들이 있다. 그것은 급증한 불법 이민과 국경 소멸, 가족 붕괴, 하나님은 없애고 성(性)과 환경을 받드는 좌파주의, 글로벌리스트(globalist)들이다.”

이처럼 ‘신세계 질서’ 구축에 반대하는 트럼프를 주류 언론이 좋게 볼리 없다. CNN과 뉴욕타임즈 등 유력 미디어와 트럼프는 앙숙이 된지 오래다.

예컨대 트럼프가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주류 언론은 이에 대해 거의 다루지 않는다.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은 아직도 트럼프가 러시아와 내통했다고 믿는다. 오히려 내통 스캔들을 꾸며낸 혐의로 민주당측 인사들이 조사를 받고 있는데도 말이다.

트럼프는 숱한 비판과 편견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경선에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이 분위기를 11월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남기현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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