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경·불화 부르는 결혼 지참금 ‘차이리’…중국 법원 ‘분쟁 조정 기준’ 마련
지난해 중국 지린성에서 결혼을 약속했던 한 예비부부가 차이리(彩禮) 문제로 결혼식 당일 혼례를 취소하고 파혼하는 일이 있었다. 차이리는 결혼을 할 때 신랑이 신부 측에 주는 일종의 지참금이다. 남자는 당초 신부 측에 30만위안(약 6000만원)의 차이리를 약속했다. 하지만 신부 측의 요구로 결혼식 비용이 늘어나자 차이리를 낮추려 했고, 신부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결국 파경을 맞았다.
2022년 허난성에서는 20대 남성이 차이리 문제로 시위를 벌이는 일도 있었다. 그는 소개로 만난 여성과 결혼을 약속하고 약혼 당시 신부 측에 17만9000위안(약 3316만원)을 건넸다. 그러나 상대가 변심하면서 혼인 약속은 깨졌고, 남자는 차이리 반환을 요구했지만 신부 측이 거부하면서 결국 소송까지 가게 됐다.
차이리는 중국에서 오랜 관습으로 여겨져 왔다. 한국에서 주고 받는 예물이나 예단 비용과는 성격이 다르다. 딸을 데려가는 대가로 신랑 측에서 신부 측에 주는 지참금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시대 상황이 변하면서 이런 풍습이 논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차이리 금액은 말 그대로 천차만별이다. 보통은 10만∼20만위안(약 1854만∼370만원) 정도가 오가지만 최대 100만위안(약 1억8537만원)을 넘나드는 경우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차이리 문제로 법적 다툼이 일어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중국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차이리 관련 분쟁이 증가함에 따라 최고인민법원이 ‘차이리 분쟁 사건의 법률 적용에 관한 규정’을 만들어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고 CCTV가 19일 보도했다. 최고인민법원은 규정에서 차이리에 해당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명확히 했다. 이에 따르면 명절이나 생일 등 기념일에 주고 받는 통상적인 선물이나 축하금, 일상적인 소비성 지출, 그 밖에 가치가 크지 않은 재물은 차이리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약혼이나 혼인이 파탄나더라도 반환할 필요가 없다.
법원은 차이리 관련 분쟁에서 부부 또는 결혼을 약속한 당사자가 아닌 양가 부모가 소송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해석도 내렸다. 법원은 원칙적으로는 결혼 계약 당사자가 소송의 주체지만 차이리의 지급·수령자에 부모가 포함되는 경우 양가 부모도 소송의 원고 또는 피고가 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다만 이혼 시에는 부부만이 당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차이리 반환을 요구하더라도 부모가 소송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봤다.
법원은 또 부부가 결혼 생활을 지속하다 파탄이 난 경우 원칙적으로는 차이리 반환을 요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결혼 후 함께 생활한 기간이 짧거나 차이리 액수가 큰 경우에는 그 사정을 고려해 반환 여부와 비율을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차이리 액수의 적정선에 대해서는 1인당 가처분 소득 등 경제 사정과 현지 관습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중국 공산당은 차이리를 챙기기 위해 미성년 딸에게 결혼을 강요하는 사례 등 사회 문제가 부각되자 중앙위원회가 당해년도 최우선 정책 과제를 담아 발표하는 1호 문건에서 잘못된 차이리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들은 고액 차이리 단속에 나서 일정한 상한선을 초과하는 경우 차액을 돌려주도록 시정 조치를 하기도 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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