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섭의내로남불] 민주당 "똑같은 잣대가 누군가에겐 휘어진 것" 주장할 수 있나

임재섭 2024. 1. 1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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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당무 복귀 일성으로 윤석열 정부를 심판해달라고 호소하면서 "모든 국민에게 평등할 법이 특정인에게는 특혜가 되고 있다. 똑같은 잣대가 누군가에겐 휘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선거는 과연 주어진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는 것에 따라 평가되는 것"이라며 "잘하면 더 기회를 주고 잘못하면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이 대표의 발언은 이번 선거를 윤석열 정권 2년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으로 규정하면서 민주당에 표를 호소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2년간 만들어낸 결과물도 만족스러운 부분을 못 이룬 것은 당연하고,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지 않느냐"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발언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국회의원 정수 250명으로 축소 등 정치개혁을 주장하는 것에 대한 반론으로 보는 해석도 나왔다. '휘어진 잣대'로는 시스템 개선이 무의미하다는 이야기다.

이 대표의 원론적 주장에 반박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권 평가 성격의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점이나, 그 과정에서 주어진 권력을 제대로 행사했느냐에 따라 평가된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현실 선거에서는 이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 이미 한국 선거는 누가 차악인지를 가리는 '상대평가'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잣대대로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기 위해 민주당에 투표하면 총선 결과에 따라 민주당은 주어진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휘어지지 않은 잣대를 적용했다고 해석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당장 같은 자리에서 말했던 이 대표 발언에서도 '휘어진 잣대'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이 대표는 "북한이 남한을 주적이라고 표시하고 평화통일이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이제 한 번 싸워보겠다, 전쟁을 피하지 않겠다고 표현하고 있다"면서 "한반도 평화가 내몰리고 있는데, 적대하고 대결하고 인정하지 않는 사회풍토 분위기가 우리 국민 삶과 대한민국을 얼마나 위험하게 만드는지 정부·여당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하는데, 말 한마디로 전쟁의 참화가 벌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말 폭탄으로 한반도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데, '말 한마디로 전쟁의 참화가 벌어질 수 있다'면서 정작 비판은 윤석열 정부에 한 것이다. 적대하고 대결하고 인정하지 않는 사회 풍토 분위기가 우리 국민 삶과 대한민국을 위험하게 만든다는 이 대표의 말이 맞는다면 그 말은 당연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야 할 말이지 않을까.

또한 이 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많은 논란들이 있지만 최선의 노력을 통해 통합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적인, 공정한 공천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보여드릴 것"이라는 말도 했다. 이 말 역시 곧바로 민주당을 탈당한 이원욱 의원으로부터 "원칙과 상식 의원들에게 전화 한 번이라도 해보신 적 있으신가"라는 반문이 나왔다.

아울러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확보한 거대의석을 기반으로 한 권력을 제대로 행사했는지도 의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확보한 의석으로 여당도 했고, 야당도 했다. 여당에 절대 의석(180석)을 갖고 원하는 법을 통과시킬 수 있었을 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이는 대선 결과로 나타났다. 여소야대 정국에서도 협치를 이끌기보다는 '적대와 대결, 인정하지 않는 사회 풍토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한 측면이 적잖다. 이 대표 또한 "제가 입원해 있는 동안에 집에서 쉬는 동안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역시 왜 정치를 하는가 생각이 들더라"라면서 "상대를 제거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내가 모든 것을 다 가지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생각 때문에 정치가 전쟁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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