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탈북민 북송 금지’ 제기할 때다[시평]

2024. 1. 19. 11: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
4년 반마다 열리는 유엔 UPR
중국에 시정 요구할 절호 기회
이전까진 국군포로 북송 외면
이번엔 서면질의에서 첫 시도
중국 내 탈북민에 치중한 한계
23일 본회의 때 정면 촉구해야

오는 23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중국의 제4차 보편적 인권 정례 검토(UPR·Universal Periodic Review)가 열린다. UPR은 193개 유엔 회원국이 4년 반마다 돌아가면서 다른 나라들로부터 자국 인권 상황에 대한 질의와 권고를 받는 제도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과거 3차례의 중국 UPR에서 우리나라는 국군포로와 그 가족을 포함한 탈북민 보호를 언급한 적이 없다. 지난주에 공개된 제4차 중국 UPR 사전 서면질의에서도 탈북민 보호가 처음으로 언급됐지만, 지난해 10월 9일 대규모 강제북송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언급은 빠졌다. 강제북송은 국제법을 위반한 중대 인권침해인 만큼 정부는 23일 UPR 당일 중국에 강제송환 금지 의무 준수를 촉구해야 한다.

중국에서 북한으로 송환되는 탈북민들은 고문과 학대, 성폭력을 겪고 처형되거나 정치범수용소(관리소), 교화소 등으로 보내져 살인적인 강제노역에 처해진다. 임신부에 대해서는 ‘한족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로 강제낙태, 영아살해가 자행된다.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이러한 북송 탈북민의 인권유린이 반인도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며, 중국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탈북민 송환과 정보 교환이 북한의 반인도범죄 방조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지정학적 고려에 따라 탈북민을 북송해 왔다. 유엔 난민협약 및 의정서와 고문방지협약의 강제송환 금지 의무, 2013년에 시행된 출경입경관리법 제46조의 난민신청자 임시 신분증 발급 규정 등을 무시하고 ‘순수 혈통 오염’을 이유로 중국인이 아버지인 아이를 죽이는, ‘동맹국’ 북한으로 탈북민 강제송환을 계속해온 것이다.

10·9 북송자 중에는 25년간 중국인 남성과 결혼해 살면서 슬하에 둔 딸이 얼마 전에 손녀를 낳은 김철옥 씨, 국군포로의 가족도 포함돼 있었다. 국군포로와 그 가족의 경우, 중국은 2005년 1월 국군포로 한만택 씨, 2006년 10월 세 국군포로의 가족 9명(4명·3명·2명), 2017년 2월 국군포로 김모 씨를 송환시킨 바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제2차 중국 UPR에서 ‘북한’이란 언급도 없이 ‘난민입법 관련 유엔 권고 수락’ ‘인접국 출신 난민의 불송환 원칙 준수’를 권고했으며, 2018년 제3차 중국 UPR에서는 유사한 권고조차도 없었다. 미국과 오스트리아, 독일, 캐나다, 체코, 네덜란드 등이 ‘탈북 난민’을 명시해 중국 UPR에 사전 서면질의나 권고를 해 온 것과 대조적이다. 한편, 러시아 UPR과 라오스 UPR 등에서도 탈북민 강제송환은 언급된 바 없다.

따라서 제4차 중국 UPR 사전 서면질의에서 정부가 탈북민 문제를 처음으로 언급한 것은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보편적 인권을 중시하는 ‘글로벌 중추국가(GPS)’라는 말이 무색하게 지난 2009년 제1차 북한 UPR 외에는 지금까지 UPR 사전 서면질의를 한 적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함에도 정부의 사전 질의 3가지는 △탈북민의 망명 절차 △인신매매 등에 노출된 탈북 여성의 보호 및 지원 조치 △탈북 여성의 자녀들에 대한 보호 및 지원 조치에 국한돼 있다. 가장 중요한 국군포로와 그 가족을 포함한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가 빠져 중국의 행태를 바꾸도록 공략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해 초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정례 보고서에서 중국의 강제북송을 언급하면서 ‘중국’ 대신에 ‘인접국(neighbouring state)’이라는 표현을 써서 비난받았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우리나라도 유엔총회에서 중국을 적시하지 않고 탈북민이 ‘제3국(third country)에서 강제 추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을 꾸준히 공개적으로 제기하면 단기적으로는 탈북자 구출에 중국 측의 협조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도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해 난민협약 등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행태를 바꿀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역대 정부의 ‘중국 눈치 보기’를 그대로 답습한다면 가치외교를 공염불로 만든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신희석 환기정의워킹그룹(TJWG)법률분석관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