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와 언론 욕보인 李 법·펜·칼 궤변[포럼]

2024. 1. 1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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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으로도 죽여보고 펜으로도 죽여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고 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고 했다.

과연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이 대표에게 그렇게 억울한 일일까? 정권이 이 대표를 정치적으로 죽이기 위해 없던 일을 조작해 내는, 테러에 비견할 만한 흉악한 짓을 벌이고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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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교 세종대 법학부 교수, 변호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으로도 죽여보고 펜으로도 죽여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고 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고 했다. 법은 본인을 수사한 검찰이나 경찰을, 펜은 본인에게 비판적인 언론을 의미함이 분명하다. 법으로, 펜으로, 칼로 죽이려는 주체가 동일하다는 주장임이 문맥상 명백하다. 어떤 세력이, 수사로 언론으로 그리고 칼로 자신을 죽이려고 시도했다는 말이다.

음모론도 이 정도면 중증이다. 그러잖아도 이 대표를 가해한 범인의 배후가 있는데도 경찰이 축소 수사했다는 둥 현장에 출동했던 응급구조대와 의료진이 이 대표를 해하려 했다는 둥 음모론이 횡행하고,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역시 특검으로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 대표 본인도 목 부상이 경상에 불과하다느니 심지어 자작극이라는 등의 가짜뉴스에 분노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 대표가 음모론을 제기한 건 아닌 듯하다. 이 대표를 칼로 찌른 테러에 대해서는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새삼스러울 정도로 황당한 범죄다. 이 대표의 본심은 이런 황당한 범죄행위와 자신에 대한 수사를 동일선상에 놓은 다음, 수사도 테러와 매한가지로 황당한 범죄라고 주장하려는 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누구든 검찰 수사에 대해 탄압이라고 항변하고 억울하다고 호소할 권리는 있다. 이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권리가 있더라도 타당성은 별개다. 과연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이 대표에게 그렇게 억울한 일일까? 정권이 이 대표를 정치적으로 죽이기 위해 없던 일을 조작해 내는, 테러에 비견할 만한 흉악한 짓을 벌이고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이 대표가 수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건은 너무 많아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다. 대형 비리라는 경기 성남시 대장·위례·백현동 개발 관련 부정사건, 성남FC 의혹과 관련한 뇌물 사건,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한 위증교사 등 10여 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거나 기소돼 현재 3개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관련 사건으로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미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이 대표와 가까운 사람 여러 명이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유명을 달리했는데, 이 대표의 비리 혐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합리적인 추론이다. 이들 혐의에 대해 이 대표에게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 대표에 대한 수사 자체가 범죄에 버금간다고 비난할 일이 아님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이 대표는 수사에 대해 테러에 유사한 공격이라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을 인정한다면 말이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의 법조인이자 국회의원이고, 다수당의 대표며,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1600여만 표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향후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다. 대한민국의 법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고 부정할 리도 없을 인사가 국가의 수사기관을 이런 식으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 수사에 억울한 점이 있으면 소명하고, 안 되면 재판에서 밝히면 될 일이다. 보통 사람은 다 그렇게 한다. 보통 사람보다 훨씬 큰 발언권과 특권을 가진 제1당 대표가 무엇이 부족해 수사를 테러와 동일선상에 놓고 매도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재교 세종대 법학부 교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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