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배우 정우성은 웃지 못했다[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

안진용 기자 2024. 1. 1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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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지만 우려가 큰 상황이에요."

16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배우 정우성은 출연작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의 1000만 관객 달성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서울의 봄'이 워낙 화제작인 터라 자연스럽게 관련 질문이 쏟아졌죠.

2023년 한국 영화 흥행 분포를 보면, '서울의 봄'과 '범죄도시3'(1068만 명)가 압도적인 1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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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지만 우려가 큰 상황이에요.”

16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배우 정우성은 출연작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의 1000만 관객 달성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 인터뷰는 그가 오랜만에 선보인 멜로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의 종방을 앞두고 마련됐는데요. ‘서울의 봄’이 워낙 화제작인 터라 자연스럽게 관련 질문이 쏟아졌죠. 그런데 기쁨을 만끽해도 될 순간에 그는 ‘우려’를 언급했습니다.

“예전부터 300만∼500만 영화 몇 편 더 있는 게 더 낫다고 얘기해 왔습니다. 1000만 영화는 시장 가능성을 알려주는 측면에서 1년에 1편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아요. 극과 극 시장 상황이 되니까 300만∼500만 영화는 더 귀해졌어요.”

정우성은 영화계의 ‘허리’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충무로가 흥하기 위해서는 관객 분포도가 항아리형이 돼야 하는데요. 요즘은 상박하후 모양의 피라미드형에 가깝죠.

2023년 한국 영화 흥행 분포를 보면, ‘서울의 봄’과 ‘범죄도시3’(1068만 명)가 압도적인 1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 뒤를 잇는 ‘밀수’(514만 명)는 반토막 수준인데요. 더불어 ‘콘크리트 유토피아’(384만 명), ‘노량:죽음의 바다’(343만 명·2023년 기준) 정도가 ‘허리’라 할 수 있죠. 200만 명대 영화는 ‘30일’이 유일하고, 100만 명대에 ‘천박사 퇴마 연구소’, ‘교섭’, ‘잠’ 등 7편이 몰려있습니다. 나머지는 죄다 100만 고지도 밟지 못했는데요. 이 중 손익분기점을 넘는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죠.

허리급 영화가 없다는 것은, 신작을 내는 족족 손해를 봤다는 의미입니다. 손익분기점을 넘겨야 제작비를 회수해 또 다른 작품에 투자할 수 있는데 그 여력조차 사라진 거죠. CJ ENM, 롯데시네마, 쇼박스, NEW 등 소위 4대 투자배급사가 곳간을 잠근 것보다 더 심각한 건 중소 투자배급사들이 두 손을 들었다는 건데요. 통상 4대 기업이 총 제작비의 30∼40% 정도 투자하면, 여러 중소사들이 참여하며 십시일반 제작비를 메우는 구조인데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는 거죠. 흥행 영화뿐만 아니라 투자배급사 시장을 지탱하던 허리도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서울의 봄’의 성공은 ‘극장의 봄’으로 이어지리란 희망을 품게 했는데요. 하지만 따뜻한 봄기운도 건강해야 만끽할 수 있죠. 허리가 고장 나면 바로 서거나 걷기조차 어렵다는 걸 아는 30년 차 배우 정우성이 마냥 웃지 못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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