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본 북한 중학생, 12년 노동형…수백명 앞에서 수갑 찼다

정혜인 기자 2024. 1. 1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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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국보다 한국 문화 유입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관련 행위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8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탈북민과 함께 일하는 연구기관 '남과 북 개발(SAND)'로부터 받은 영상을 인용해 "북한이 평양 소재 중학교 3학년 10대 소년 2명을 '한국 드라마 시청 및 유포'를 이유로 12년의 노동교화형을 공개적으로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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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北 '韓드라마 시청·유포' 10대 공개재판 영상 공개
北 경찰, 수백 명 모인 자리서 중학생 2명에 수갑 채워…
"성인 형량 수준인 '12년 노동교화형' 공개적 선고"
/사진=BBC


북한이 미국보다 한국 문화 유입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관련 행위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8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탈북민과 함께 일하는 연구기관 '남과 북 개발(SAND)'로부터 받은 영상을 인용해 "북한이 평양 소재 중학교 3학년 10대 소년 2명을 '한국 드라마 시청 및 유포'를 이유로 12년의 노동교화형을 공개적으로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해당 영상의 제목은 '학습제강'으로, 북한에서 주민들에게 '퇴폐적인 녹화물'을 보지 말라고 경고하기 위한 사상 교육용으로 만들어져 배포됐다. 공개된 영상 속에는 제복을 입은 북한 경찰 2명이 회색빛 죄수복을 입은 10대 남성 2명을 수백 명의 학생이 모인 야외극장에서 수갑을 채우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 속 아나운서는 "얼마 전 평양시 청년공원 야외극장에서 괴뢰(남한 비하 표현) 녹화물을 시청·유포시키다 단속된 동대문구역 삼마고급중학교 학생 리○○와 문○○에 대한 공개재판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들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수십 종의 괴뢰영화와 괴뢰TV극, 20곡의 괴뢰화면극을 시청·유포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따라 각각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도 설명했다.

북한은 2020년 12월 "반사회주의 사상문화의 유입 및 유포 행위를 철저히 막고 사상, 정신, 문화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2021년 8월에는 청년교양보장법, 2023년 1월에는 평화문화보호법 등을 발표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시, 군당 조직들에서 당중앙위원회 2023년 12월 전원회의의 사상과 정신을 깊이 체득하기 위한 집중 학습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영상 속 주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언급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1년 11월부터 2022년 1월'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어 "영상에는 경찰들이 10대 소년들을 '자신의 실수를 깊이 반성하지 않는다'고 질책하는 모습도 담겼다"며 "영상에는 두 소년의 이름은 물론 담임교사, 지역 청년동맹 책임지도원의 신상까지 가감 없이 공개됐다. 이는 사회적연대 책임을 묻겠다는 의도로, 모두 전례 없는 일"이라고 짚었다.

북한은 통상 미성년자가 범죄를 저지르면 일반 교도소가 아닌 소년교양단련대로 보내고, 형량도 보통 5~10년이다. 하지만 이 두 소년에게는 12년의 노동교화형이 내려졌다. 이를 두고 BBC는 "노동교화형 12년형은 성인과 같은 형량"이라며 북한이 그만큼 한국 문화 유입 등에 처벌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2000년대 초 한국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에 따라 드라마, 영화 등 한국 문화가 북한으로 대거 유입됐다. 당시 북한은 한국 문화 유입·확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예상보다 빠른 확산 속도에 북한 당국이 조치에 나선 것이라고 BBC는 전했다. 외교관 생활을 한 평양 출신의 탈북민은 BBC에 "현재 북한 내부적으로 가장 큰 적은 '한국'이다. 북한 당국은 잘 사는 남조선을 가장 두려워한다"며 "미국 드라마를 보다 걸리면 뇌물로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한국 드라마를 보면 총살당한다"고 지적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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