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대만 총통선거 결과가 한국경제와 4월 총선에 미칠 영향
지난 13일 치러진 대만총통 선거 결과가 나왔다.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후보가 40.3%를 득표해 33.3%를 얻은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를 꺾고 제 16대 총통에 당선됐다.
이번 선거는 ‘친미·반중’ 대 중국의 지원을 받는 ‘친중’ 세력 간의 물러설 수 없는 대회전이었다. 민진당에게는 극히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시진핑 주석은 2024년 새해 벽두부터 대만 총통 선거를 의식해 무력통일을 시사하는 메시지를 전(全)세계로 내보냈다. 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에 기대어 독립을 도모하는 민진당의 불장난으로 타이완은 화약고로 변해가고 있다”고 직격했다. 군사적 압박도 이어졌다. 투표를 앞둔 9일부터 10일 사이 대만 주변에서 중국군 소속 군용기 8대와 군함 5척이 무력시위를 했다.
중국은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 대만총통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 중국에 거주하는 대만 기업인 10만여명에게 고향으로 돌아가 투표하라고 독려했고, 그들에게 항공료를 할인해 주는 선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들을 지렛대로 박빙의 민진당 우세를 뒤집으려 한 것이다.
허우유이 친중 국민당 총통후보는 선거가 진행되면서 ‘전쟁이냐 평화냐를 선택’하는 선거라는 공포정치 캠페인을 꺼내 들었다. 여기에 8년마다 정권이 바뀌었다는 ‘8년 주기설’도 민진당에는 불리한 징표였다. 이런 요인들로 선거 직전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진당의 박빙 우세가 뒤집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연 결과는, 민진당의 낙승이었다.
라이칭더의 “타이완은 민주주의 길을 계속 가야 하며, ‘하나의 중국’이라는 낡은 길을 따라 중국 품에 안겨서는 안된다”는 단호한 그의 정견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샀기 때문이다.
우리로서는 대만 총통선거의 결과를 음미할 필요가 있다. 대만의 선택은 ‘실리가 아닌 명분’으로 압축된다. 대만 입장에서 ‘친중’을 선택하면 군사적·외교적 리스크를 상당 정도 덜 수 있다. 편한 말로 발을 뻗고 편히 잘 수 있다. 하지만 대만의 선택은 ‘중국에의 예속’이 아닌 “미국과 협력해 중국과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중국으로부터의 ‘사실상의 독립’이었다. 굴종한다고 평화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체득한 것이다. ‘민주와 자유의 가치’를 수호하겠다는 결의를 대외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자유세계의 일원이 되는 것이 ‘최선의 대만 보호막’임을 간파한 것이다.
오는 4월이면 대한민국의 명운을 좌우할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가 예정되어 있다. 대만 총통선거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것은 대한민국의 정치지형도 ‘친미(반중) 대 친중’의 구도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친중 노선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혼밥외교’는 국민에게 깊은 상처로 남아있다. 친중의 연결고리는 ‘중국에 대한 경제 실용주의’ 그리고 ‘북한에 대한 유화적 자세’이다. 하지만 그 자체가 경계대상이다. 2023년 독일이 나홀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독일 메르켈 정부가 지나치게 중국에 경도된 경제운영을 한 후유증 때문이다. 4월 총선을 ‘중국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반중 총통’이 등장함으로써 중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 경제, 외교적 압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양안(兩岸)관계’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 라이칭더의 취임식은 오는 5월로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올 3월 4일, 5일 열린다. 3월 초부터 5월 사이에 긴장이 최고조에 달할 수 있다.
중국과 대만 사이 긴장이 고조되면, 대만경제에 타격을 가하기 위한 (중국의)대만해협 봉쇄까지는 아니더라도 해로가 불안정할 수 있다. 대만해협은 우리나라가 90% 이상의 원유를 수입해오는 항로다. 해로가 불안정해지면 원유 및 곡물 운송 차질로 에너지·식량 안보가 흔들리게 된다.
‘친미 총통’의 등장은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과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기술패권 경쟁 구도에 일정부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라이칭더는 자국 기업 TSMC를 지렛대로 미국과 대만의 협력 강화를 시도할 것이며, 중국은 희토류 등 희소광물 자원을 지렛대로 공급망 패권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간 ‘투키디데스 함정(신흥 강대국과 기존 패권국 사이 충돌)’에서 중국 측의 귀책사유가 더 크다. ‘중국특색 사회주의’, ‘중국몽(夢)’으로 압축되는 경제를 넘어선 ‘세계 제패전략’이 그 근저에 깔려있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대결구도는 숙명적이다. 대만은 ‘암묵적’으로 미국편에 서기를 희망한다. 대한민국의 생존은 ‘북·중·러’를 압도할 ‘한·미·일’의 연결고리를 얼마나 튼실하게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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