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상흔 팔레스타인, UAE와 무승부로 토너먼트 진출 희망…“아시안컵의 모코로 될 것”[도하NOW]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무승부로 토너먼트 진출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
팔레스타인은 18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UAE와의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1-1로 비겼다. 이날 무승부로 승점 1점(1무 1패)을 쌓은 팔레스타인은 홍콩과의 최종전을 남겨두고 있다. 1승 1무인 UAE가 최종전 이란에 패하고, 팔레스타인이 홍콩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다득점 대승을 거둔다면 16강에 진출할 수도 있다.
관중들의 함성, 깃발, 관중 숫자 등 모든 것이 팔레스타인 대표팀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팔레스타인을 응원하는 관중들은 전쟁의 폐허에 신음하는 자국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한 몸으로 똘똘 뭉쳤다. 경기장 함성은 밤이 깊어갈수록 더욱 커졌고, 모든 관중이 경기장을 떠난 후에야 조용해졌다.
선수들이 터널을 빠져나와 경기장으로 걸어 나오자 “자유, 자유 팔레스타인”이라는 구호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팔레스타인 선수들은 손을 흔들고 손뼉을 치며 관중들에게 화답했다.
팔레스타인 선수가 공을 터치할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UAE 선수들이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가 쏟아졌다.
후반 23분 UAE가 먼저 득점하자 경기장은 잠시 정적이 흘렀고, UAE 팬들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 팔레스타인에 페널티킥이 주어지고, 상대 선수가 레드카드를 받자 팔레스타인 팬들이 주심 판정에 박수를 보내면서 경기장은 다시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페널티킥을 성공시키지 못했지만, 하프타임 동안에도 응원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특히 ‘내 피는 팔레스타인이다’라는 노래의 인트로가 울려 퍼질 때는 더욱 그랬다. 팔레스타인을 응원하는 관중들은 모두 일어나 춤을 추고, 후렴구를 따라 부르며 이날 밤만큼은 모두 팔레스타인 사람이 되었다.
후반 시작되자마자 팔레스타인은 수적 우위를 앞세워 강한 압박을 가하며 경기의 주도권을 잡으려 했고, 후반 3분 UAE가 자책골로 보답을 받았다.
카메라에 잡힌 관중석의 모습은 흥분의 도가니다. 아이들은 자리에서 뛰어올랐고, 여성들은 서로를 껴안고, 일부 남성 관중들은 눈물을 흘렸다.
팔레스타인 학생인 야시네 압둘라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이 선수들은 많은 일을 겪었고, 모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많은 일을 겪었기 때문에 매우 특별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카타르월드컵에서 모로코의 노력과 영감, 응원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보았다. 이번 경기를 통해 우리 팀도 그렇게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이번 대회에서 모로코가 될 수 있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경기는 팔레스타인의 끈질긴 공세에도 10명으로 맞선 UAE가 막아내며 1-1 무승부로 끝났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팔레스타인 선수들은 경기장을 돌아다니며 마지막까지 열띤 분위기를 유지해준 서포터에게 박수를 보냈다.
대륙별 토너먼트와 경기의 무게감은 월드컵의 그것에 미치지 못하겠지만, 팔레스타인 서포터의 열정은 카타르월드컵에서 모로코 서포터가 보여준 열정에 절대 뒤지지 않았다.
도하 |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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