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8억 낸 아파트 양도세, 7500만원 돌려받았다
과세당국, 불황기 '일반세율' 약속→호황기 외면
오락가락 세법 적용에 납세자·시장만 혼란 가중
# 2009년 4월 과천에 아파트를 매입한 K씨는 이를 2019년 7월 8억9000만원에 팔았다. K씨는 부동산 침체기였던 아파트 매입 당시 집을 사면 양도 시기에 상관없이 기본세율을 적용하겠다는 정부 말을 믿었다. 이에 기본세율에 해당하는 약 1억500만원의 세금을 냈다. 하지만 국세청은 K씨가 다주택자이고 과천지역이 2017년 조정대상지역에 지정됐다며 2020년 다주택자 중과세(일반세율+20%포인트)를 더해 총 약 1억8000만원의 세금을 거둬갔다.
2018년 4월 이후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은 기본세율에 10~20%포인트를 더한 중과세율을 적용받았다. 2021년부터는 중과세율이 20~30%포인트로 늘어 3주택 이상이면 최고 68%에 달하는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적용받아 세금을 내야 했다.
끝없이 오르던 부동산 가격에 정부가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던 시기의 일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부동산 침체기가 돌아오자 정부는 다시 입장을 바꿨다. 그동안 '다주택자에게 과도한 세금을 부과했다'면서 2022년 5월 이후부터 다주택자 양도세에 중과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부동산 침체기에 정부 말을 믿고 집을 샀던 K씨만 억울하게 됐다. 정부 정책에 맞춰 당시 주택 수요 진작에 일부 기여했다고 생각했으나 정부가 약속한 혜택은 받지 못했다. K씨가 믿은 정부의 약속이 소득세법 부칙(제14조 1항)에 남아있는데도 조세 당국이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K씨는 2021년 국세청에 일반세율을 적용해 약 7500만원의 세금을 돌려달라며 경정청구를 냈으나 거부당했다. 같은 해 4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다시 요청했지만 같은 이유로 기각됐다. "이후 법 개정 과정에서 해당 부칙이 2012년 12월 말을 기점으로 효력을 잃었다"고 본 것이다.
K씨는 해당 부칙이 폐지되거나 삭제한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어 효력을 잃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다시 법원의 문을 두드렸고, 법원은 조세 당국과 달리 K씨의 손을 들어줬다.
2022년 결론 난 1심에서부터 판결이 뒤집혔다. 쟁점은 '부칙이 유효한지, 신설된 소득세법보다 우선 적용되는지'였다. 법원은 "부칙이 여전히 유효"하며, 부칙이 특례조항으로 개정된 법안보다 우선 적용된다고 봤다. 오히려 "국세청이 경정청구를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법률 개정 시 부칙의 경과 규정을 개정하거나 삭제하는 명시적 조치가 없으면 개정법률에 경과 규정을 두지 않았다고 해도 부칙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한 것이다.
특히 법원은 "소득세법이 이후에도 여러 번 개정됐지만 부칙을 삭제하거나, 경과 규정을 두는 명시적 조치 없이 그대로 존속"하고 있고, "부칙에 대한 효력 기한이나 적용 기한이 설정돼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법원은 부칙이 만들어질 당시 '다주택자 중과세 규정(제104조 제1항 제4호)'에도 불구하고 일정 시기 취득한 자산에 대해 양도시 일반세율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특례로 보고, 법 개정으로 해당 조항(제1항 제4호)이 삭제됐지만 신설(제104조 제7항)된 다주택자 중과세 규정에 대한 특례 조항으로 가름해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결국 부칙이 실효된 법이 아니라는 결론을 낸 것이다. 국세청이 이에 항소했으나 지난해 6월 고등법원 역시 1심과 동일한 판결을 내렸다.
K씨는 7500만원의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게 됐다. 아울러 K씨와 같이 중과세율로 양도세를 부과받은 다주택자들도 경정청구를 통해 세금을 환급받을 길이 열렸다. 기재부가 법원 판결을 반영해 지난해 12월 발 빠르게 예규를 변경함에 따라서다. ▷관련기사 : [단독]8·2대책 '양도세 중과' 구멍 6년만에 드러났다(1월17일)
[인사이드 스토리]'중과 폭탄' 양도세, 돌려받을 수 있다고?(1월18일)
최고 68%세율을 적용받아 많게는 수억원의 '중과세 폭탄'을 맞았던 다주택자들은 냈던 세금에 이자까지 쳐서 돌려받게 됐다.
세무관련 업계에서는 대법원에서까지 다투지 않고 기획재정부가 빠르게 예규를 정리한 부분도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현재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시장 대응 태세가 '부양' 기조인 것과 관련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부동산 시장이 오르내릴 때마다 시장 조절을 위한 미끼로 세법을 주무른 데 따른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법과 과세행정에 심각한 오류가 방치돼 있었다는 것이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이번처럼 대대적인 경정청구가 인정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면서 "부동산 시장에 따라 세법 적용이 오락가락하며 소비자와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무너트리는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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