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기술 보유하고도 해외기업과 상용화 연구하는 과학자들

박정연 기자 2024. 1. 1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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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브스카이트' 석학 이태우·석상일 교수 "국내 소극적 투자 분위기 실감"
한 연구자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소재를 들여다 보고 있다. 동아사이언스 DB

차세대 태양전지로 주목받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 국내 연구자 창업 벤처기업들이 기술상용화는 정작 해외 기업들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술을 보유한 연구자들이 창업한 벤처기업들이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한 충분한 자금과 인력을 국내에서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연구자들이 공들여 개발한 기술의 과실 일부를 결국 해외기업이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기술 기반 벤처기업이 국내에서 초기 성장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18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페로브스카이트 관련 연구를 진행해 학계에서도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이태우 서울대 교수와 석상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가 창업한 벤처기업들이 기술 상용화를 위해 해외기업들과 협업을 준비중이다. 이태우 교수는 벤처기업 '에스앤디스플레이'를, 석상일 교수는 '프런티어 에너지솔루션'을 창업했다. 

이태우 교수 연구팀은 최근에도 괄목할 만한 연구성과를 냈다. 기존 소재의 수명보다 3108배 향상된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소자를 개발한 연구 결과를 1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발표했다. 서로 다른 특성의 소자를 결합하는 탠덤 구조를 활용해 최초로 발광소자를 제작한 성과다. 색 순도가 높고 제작비용이 높아 디스플레이 시장의 차세대 주자로 떠오르는 페로브스카이트 디스플레이 기술에 큰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다.

석상일 UNIST 특훈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2월 당시 기준으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광전효율을 세계 최고 수준인 26.08%를 달성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되며 학계는 물론 산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두 교수가 이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한 벤처기업은 최근 해외 주요 기업들과의 협업을 준비 중이다. 이 교수의 '에스앤디스플레이'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미국의 가상현실(VR) 빅테크 기업과의 공동연구에 최근 착수했다.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 과정에서 상호 협력할 계획이다.

석 교수의 '프런티어 에너지솔루션'은 국내 기업 상보와 네덜란드의 태양전지 분야 대기업 라이트이어와의 공동개발 협약이 성사됐다. 프런티어 에너지솔루션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자체 효율에 대한 기술력을 제공하고 네덜란드 기업은 이 태양전지를 실제 전기자동차용으로 개발하고 적용하는 방식을 연구한다.

이들 교수 창업 벤처기업은 창립 초기부터 어려운 시기를 겪어왔다. 부족한 투자금과 인재에 대한 만성적인 고민이다. 이 과정에서는 이 교수와 석 교수는 상용화에 대한 확신이 없는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에 소극적인 풍토를 실감했다는 전언이다. 사진 전문가를 고용할 비용이 부담돼 홍보물을 제작하지 못하고 사비를 털 고민도 했다.

교내 벤처기업 지원공간을 이용하다 최근 올라버린 임대료가 감당되지 않아 학교 밖으로 사무실을 옮긴 석 교수는 "외국의 경우 신생 기업의 기술력과 비전을 보고 양질의 인재와 투자금이 몰리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는데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며 "회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비용적인 문제는 여전한 고민거리다"고 말했다.

인재와 기업이 기술력을 가진 국내 벤처기업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교수는 "창업 초기의 벤처기업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확실한 기술과 비전이 있으면 충분히 '장밋빛 미래'를 꿈꿀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과학기술계 인재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기술 기반 벤처기업이 초기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정부의 투자도 필수적이란 의견도 제시된다. 석 교수는 "올해 기업 R&D 예산이 큰 폭 삭감되면서 잠재력을 가진 많은 교수창업 벤처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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