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93% 일치 붉은털원숭이 복제 첫 성공…생명 윤리 딜레마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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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복제에 쓰이는 기술이 한층 정교해졌다.
새로운 방식의 체세포 복제로 태어난 붉은털원숭이가 2년 이상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전에도 영장류 복제에 한 차례 성공한 적은 있지만, 인간 게놈과 93%가 일치해 의학·생리학 분야의 실험용으로 많이 쓰이는 붉은털원숭이 복제는 처음이다.
동물의 고통과 인간 환자의 이익 사이에서 연구진은 인간 복제 가능성과 관련한 우려를 의식해 "붉은털 원숭이는 널리 활용하는 실험 동물"이라며 영장류 복제의 목적이 질병 연구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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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세포 핵 이식에 태반 교체 추가
더 정교해진 기술로 성공률 높여
동물 복제에 쓰이는 기술이 한층 정교해졌다.
새로운 방식의 체세포 복제로 태어난 붉은털원숭이가 2년 이상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전에도 영장류 복제에 한 차례 성공한 적은 있지만, 인간 게놈과 93%가 일치해 의학·생리학 분야의 실험용으로 많이 쓰이는 붉은털원숭이 복제는 처음이다.
중국과학원 연구진은 2020년 7월16일 탄생한 붉은털원숭이를 2년간 지켜본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연구를 이끈 루파롱 박사는 “이 원숭이는 3년이 지난 지금도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시엔엔’에 밝혔다.
체세포 복제는 1996년 최초의 복제 포유동물인 돌리를 탄생시킨 기술이다. 동물의 체세포에서 추출한 핵을 암컷의 난자 핵 자리에 넣은 뒤, 복제 배아를 대리모 암컷 자궁에 이식한다. 당시 영국 로슬린연구소 과학자들은 6살짜리 암컷 양의 젖샘세포를 이용했다.
중국 연구진이 이번에 사용한 복제 기술은 기존의 세포 핵 이식 외에 ‘태반 교체’라는 과정을 더 추가한 것이다. 복제 배아에서 태반이 될 부분을 체외수정으로 만들어진 일반 배아의 태반으로 대체함으로써 배아 발달 과정 중에 생길 수 있는 결함을 줄였다.
연구진이 새로운 방식을 추가한 것은 물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복제양 돌리 이후 개와 고양이를 비롯해 소, 말, 늑대, 돼지, 족제비 등의 포유류를 포함한 20여종의 동물 복제가 체세포 복제를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성공률은 매우 낮았다. 소(5~20%)를 제외하면 생존율이 1~3%에 그친다.
특히 영장류 복제가 어려웠다. 1999년에 태어난 붉은털원숭이는 최초의 영장류 복제이긴 하지만 돌리처럼 성체 세포를 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란성 쌍둥이처럼 배아를 분할하는 수정란 복제 방식이었다. 2022년에는 유전자를 변형한 성체 세포를 이용해 복제된 붉은털원숭이가 태어났지만 출생 직후 사망했다.
앞서 중국과학원 연구진도 2017년 필리핀원숭이 복제 연구에서 성체 세포를 이용해 두 마리를 탄생시켰으나 출생 직후 모두 사망했다. 다만 태아 세포를 이용해 태어난 두 마리의 복제 원숭이 ‘종종’과 ‘화화’는 6년이 지난 지금도 살아 있어 최초의 성공 사례가 됐다. 연구진은 당시 복제 배아가 대리모 자궁에 이식되기 전에 여러가지 영양 화합물을 공급해 배아 발달을 돕는 조처를 취했다.
시험관아기 성공률 높이는 데도 도움 기대
영장류의 성체 세포 복제에서 가장 큰 문제는 몸의 각 기관을 구성하는 체세포가 기능별로 분화, 발달하면서 DNA의 후성유전학적 표지자(메틸기)에 변화가 일어나 특정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었다. 성체 세포의 핵을 이식하면 일반적으로 이런 오류가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
연구진은 붉은털원숭이에도 2017년 필리핀원숭이에 적용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복제를 시도했다. 그런데 이렇게 태어난 복제 원숭이는 생존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체외수정을 통해 만들어진 비복제 배아와 비교한 결과, 복제 배아의 태반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외형상으로도 복제 배아의 태반은 정상 배아보다 두껍고 흠이 있었다. 태반은 영양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제거해주는 기관이다.
연구진은 복제 배아와 비복제 배아를 결합해 문제를 해결해 보기로 했다. 장기 조직으로 발달하는 초기 복제 배아의 내세포덩어리(ICM)를 떼내, 태반을 형성할 비복제 배아의 외막(영양막)에 삽입했다. 이는 복제 태아가 유전적으로 다른 비복제 태반 안에서 발달한다는 걸 뜻한다. 연구진은 “그러나 태아 자체는 복제된 태아”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런 방식으로 얻은 113개 배아 중 11개를 대리모에게 이식해 한 마리를 정상 출산하는 성과를 거뒀다. 연구진이 이 원숭이에 붙인 ‘레트로’(ReTro)란 이름은 ‘영양막을 교체했다’(trophoblast replacement)는 뜻이다.
연구진은 “이 방식은 초기 배아 발달과 착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양외배엽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복제 성공률을 높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7년 필리핀원숭이 복제 때와 비교하면 성공률이 다소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당시엔 109개의 복제 배아 중 4분의 3을 대리모에게 이식한 뒤 두 마리가 태어나 살아남았다.
연구진은 영양막 교체 방식은 체외수정을 통한 시험관아기의 성공률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동물의 고통과 인간 환자의 이익 사이에서
연구진은 인간 복제 가능성과 관련한 우려를 의식해 “붉은털 원숭이는 널리 활용하는 실험 동물”이라며 영장류 복제의 목적이 질병 연구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중국 과학자들은 2017년에 얻은 복제 원숭이를 이용해 항우울제 등의 약물 효능과 안전성을 시험했다.
중국과학원 신경과학연구소 푸무밍 소장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약물 효능 시험에 사용할 수 있는 유전적으로 균일한 원숭이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말로 이번 연구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 대변인은 “영장류는 단순한 연구 도구가 아니라 지능과 감각이 있는 동물이며 동물의 고통이 인간 환자가 받을 직접적 이익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스페인 국립생명공학센터(CNB-CSIC) 루이스 몬톨리우 박사는 2017년과 이번에 이뤄진 두 종의 원숭이 복제는 두 가지 사실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첫째는 영장류 복제가 가능하다는 점, 둘째는 이렇게 낮은 효율성으로 실험을 성공시키는 것조차 극도로 어렵다는 점이다. 그는 “낮은 성공률은 인간 복제가 불필요하고 논쟁의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시도한다면 엄청나게 어렵고 윤리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467-023-43985-7
Reprogramming mechanism dissection and trophoblast replacement application in monkey somatic cell nuclear transfer. Nat Commun(2024).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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