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당나귀·우울증 개… 동물도 마음의 병 앓는다[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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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간단해요. 코끼리도 다른 코끼리 친구가 필요해요." 태국에서 일하던 벌목 코끼리 조키아는 출산을 앞두고도 쉬지 않고 일해야 했고, 결국 새끼를 잃었다.
조키아가 쌓은 마음의 담이 허물어진 건 친구 코끼리 매 펌을 만나면서다.
정신이나 마음이 없는 자동기계장치라 쾌락이나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며 동물에 영혼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 인색했던 근대 서양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도 조키아를 만났다면 고민에 빠졌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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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렐 브레이트먼 지음│김동광 옮김│후마니타스
새끼 잃고 일 거부하던 코끼리
단짝 덕에 슬픔 잊고 평화 찾아
“인간-동물 정신세계 같은 맥락
관계 단절·충분한 교감 못하면
어느 생명체나 큰 타격 입어”
“아주 간단해요. 코끼리도 다른 코끼리 친구가 필요해요.” 태국에서 일하던 벌목 코끼리 조키아는 출산을 앞두고도 쉬지 않고 일해야 했고, 결국 새끼를 잃었다. 슬픔에 빠져 일을 거부하는 조키아에게 화가 난 주인은 앞이 보이지 않으면 고분고분해질까 싶어 새총을 쏴 눈을 멀게 만들었다. 물론 조키아는 여전히 시키는 일을 거부했다. 조키아가 쌓은 마음의 담이 허물어진 건 친구 코끼리 매 펌을 만나면서다. 앞이 보이지 않는 자신을 코 닿을 거리에서 지켜주고 위로해준 단짝 덕분에 조키아는 슬픔을 잊고 순조롭고 평화로운 노년을 맞이했다.
동물도 마음이 있을까. 적어도 조키아의 얘기를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상실의 아픔을 느끼고, 공포에 복종하기보단 저항을 택하고,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에서 위안을 얻는 건 사람이나 코끼리나 크게 다르지 않다. 정신이나 마음이 없는 자동기계장치라 쾌락이나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며 동물에 영혼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 인색했던 근대 서양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도 조키아를 만났다면 고민에 빠졌을지 모른다.
책에는 수많은 조키아가 등장한다. 코끼리뿐 아니라 자학을 멈추지 못하는 보노보, 미칠듯한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4층에서 뛰어내린 개, 조현병에 시달리는 당나귀까지 생김새가 다양하다. 과학사·인류학 전문가로 미국 스탠퍼드 의대에서 의사들에게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위한 스토리텔링을 가르치는 저자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털복숭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마음이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란 점을 일깨운다.
저자의 동물마음 탐구는 죄책감에서 시작했다. 분리불안에 시달리던 반려견의 자살로 추정되는 죽음을 겪은 후 수많은 아픈 동물과 만나 이들의 내면세계를 탐구했다. 동물의 마음은 인간과 얼마나 닮아 있는지, 마음의 병은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밀고 나가는 책은 관계가 끊어지고 감정적 교류가 충족되지 않으면 어느 생명체나 정신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책은 단순히 “동물도 감정이 있다”며 동물권을 키워야 한다는 흔한 얘기로 마무리되는 에세이가 아니란 점이 흥미롭다. 수많은 동물과 신경과학자·동물학자·심리학자·수의사·사육사 등을 만나면서 동물과 인간의 정신세계가 서로 맞닿아 있음을 알려준다. 동물의 정신병에 대한 이해는 인간의 정신병에 대한 이해의 변천사와 맥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동물은 늘 인간을 대리한 실험 대상이었기 때문이고, 이를 통해 동물과 인간의 정신적 고통인 같은 메커니즘을 전제로 한 치료가 가능하단 것이다. ‘동물도 자살이 가능한가’란 질문에 대해 저자는 “인간의 자살 가운데 어떤 자살은 압도적으로 불편한 상황에서 그것을 끝내기 위해 하게 된 결과일 수 있듯, 동물도 그런 경우 자살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답한다.
여전히 동물에 대한 시각은 단편적이다. 많은 콘텐츠는 그저 동물이란 사람에게 놀라움을 주는 생명체로 몰아붙인다. 동물원을 탈출한 얼룩말의 외로움을 어렴풋이 짐작하면서도, ‘어떻게 동물이 스스로 탈출했을까’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반려견은 마음이 있고 인간과 교감할 수 있다고 인정하는 사람도 동물의 범위를 실험쥐로 넓히면 심적 저항에 부딪히기도 한다. 이를 두고 저자는 그저 우정과 사랑을 나누자며 이렇게 말한다. “다른 생명체를 치유함으로써 우리 자신도 치유할 수 있다”고. 419쪽, 2만3000원.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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