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없인 차 없고, 못 없인 건물 없다… ‘작은 것’ 들의 위대함[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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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 전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건 한 가지 재료를 목적에 알맞은 형태로 바꾸는 것을 의미했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72층의 고층 건물 '더 샤드' 등을 설계한 구조공학자 로마 아그라왈의 신간 '볼트와 너트, 세상을 만든 작지만 위대한 것들의 과학'은 거대하고 복잡한 현대사회를 떠받치는 가장 작고 단순한 7가지, '못, 바퀴, 스프링, 자석, 렌즈, 끈, 펌프'에 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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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아그라왈 지음│우아영 옮김│어크로스
수천 년 전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건 한 가지 재료를 목적에 알맞은 형태로 바꾸는 것을 의미했다. 바위 안에 공간을 깎아내 동굴을 만들거나, 돌을 날카롭게 쪼개 도구를 만들거나. 좀 더 복잡한 집을 짓거나 다리를 놓기 위해서는 여러 부분을 한데 묶어야 했다. 이를 가능케 한 게 ‘못’이다. 못을 이용해 물체를 서로 잇는 행위는 ‘혁명’에 가까웠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72층의 고층 건물 ‘더 샤드’ 등을 설계한 구조공학자 로마 아그라왈의 신간 ‘볼트와 너트, 세상을 만든 작지만 위대한 것들의 과학’은 거대하고 복잡한 현대사회를 떠받치는 가장 작고 단순한 7가지, ‘못, 바퀴, 스프링, 자석, 렌즈, 끈, 펌프’에 관한 책이다. 전작 ‘빌트, 우리가 지어 올린 모든 것들의 과학’에서 전 세계의 유명 건축물들을 해부해 그 속의 흥미로운 건축 원리를 설명했던 저자는 이번엔 이 모든 현대 건축물들의 기본이 되는 7가지 구성요소를 깊이 파고든다.
서로 다른 두 물체를 연결하게 해준 못과, 못에서 나아간 볼트와 너트는 책상과 같은 작은 물건부터 고층 건물과 같은 복잡한 건축물을 탄생시킨 획기적인 발명품이었다. 바퀴는 인류의 이동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삶의 양식 자체를 바꿨으며 스프링은 구조물의 소음을 완화하기 위해 사용되면서 도시를 설계하고 계획하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렌즈는 현미경과 망원경을 탄생시켜 눈으로 볼 수 없는 대상을 탐구할 수 있도록 해 인류의 지식을 미지의 영역이었던 부분까지 확장했다.
책은 7가지 사물의 발명 당시부터 지금까지의 변천사를 자세히 이야기하며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숨은 이야기들도 흥미롭게 풀어놓는다. 바퀴의 첫 발명이 도자기를 빚는 물레에서 비롯됐다는 사실부터 교환원들이 전화를 바꿔주던 전화교환국을 자동화한 이가 미국의 장의사였다는 사실 등. 1880년대 미국 캔자스주 엘도라도의 장의사였던 앨먼 스트로저는 당시 교환국에서 일했던 다른 장의사의 아내가 장의사를 찾는 전화가 오면 모두 남편의 회사로 연결해준 데 앙심을 품고 자동교환기를 만들어냈다.
여성으로, 인도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란 저자는 그동안 서구 남성 중심의 과학계에서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동양의 과학자와 여성 엔지니어들의 활약도 특별히 조명한다. 일본에서 텔레비전을 처음으로 만들어낸 발명가 다카야나기 겐지로, 방탄조끼 등에 사용되는 고강도 섬유 케블라를 발명한 폴란드 이민자의 딸 스테퍼니 퀄렉 등이 그 예다. 식기세척기의 원형을 발명한 여성 엔지니어 조지핀 코크런의 이야기도 나온다. 설거지와 거리가 멀었던 남성 엔지니어들이 번번이 실패했던 식기세척기 발명을 해낸 두 아이의 엄마 코크런은 수많은 여성에게 ‘시간’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선사했다.
저자는 결국 ‘사람’이 엔지니어링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설거지하다 자꾸만 깨지는 접시 때문에 속상해하던 주부, 돼지 심장을 이식받는 환자들, 현미경으로 자신의 정자를 관찰한 직물점 주인” “만드는 사람들, 필요로 하고 사용하는 사람들, 그리고 때로 무심코 기여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왔다고 말이다. 320쪽, 1만8000원.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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