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외계+인’의 가치 있는 도전에 관하여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윤지혜 칼럼 2024. 1. 1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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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외계에서 온 존재와 고려 시대의 도사와 신선, 현대의 인간이 힘을 합쳐, 지구를 삼키려는 또 다른, 흉악한 외계의 존재로부터 세계를 구한다. 그간 그 어떤 상상력이나 세계관도 감히 침투하지 못했던, 마블 중심의 전우주적인 히어로장르에, 최동훈 감독이 기세 좋게 내민 도전장이다.

타이밍도 적절했다. ‘어벤져스’ 1세대가 저문 후 아직 세대교체가 완벽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마블의 힘이 이전과 같지 않았고 슬슬 동양 문화권의 히어로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할 차례가 오는 중이었으니까. 즉, 히어로장르에 나름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었으니 좋은 기회를 포착한 것이다.

물론 동양 문화권의 히어로들이 완전히 생소한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대부분, 중국 무협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접한 존재들로, 대륙 출신과는 또 다른, 우리 특유의 히어로가 필요했다. 그리고 최동훈 감독에겐 이미 쌓아놓은 데이터베이스가 있었는데 바로 ‘전우치’다. 2009년 개봉한 영화 ‘전우치’는 최동훈 감독이 고전소설 ‘전우치전’을 기반으로 특유의 상상력을 발휘해 만든 작품이다.

영화 ‘외계+인’과 ’전우치’, 생각해 보면 닮은 구석이 꽤 많다. 아주 오래전 과거의 존재들인 신선과 도사가 시간을 넘나들며 오늘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애를 쓴다는 설정, 그 과정에서 시간을 초월하는 로맨스가 피어난다는 것도 그러하다.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세계관이 우주로 확장되어, ‘전우치’에서는 봉인된 요괴들이었다면 ‘외계+인’에서는 외계 죄수들이고, 우주에서 온 존재들이 합류한다는 것이리라.


그야말로 지나간 시간과 앞으로의 시간, 비과학과 과학, 우주와 지구, 동양과 서양 등 그간 서로 나누어져 구별되어 있다 여긴 영역들을, 경계 없이 하나로 뒤섞어 탄생한 게 ‘외계+인’이다. 이 얼마나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소재이며 세계관인가. 외계 생명체의 기이한 형태에서 비롯된 기이한 공격을, 거울과 부적 등으로 막아내고 요괴를 벨 수 있다는 검과 부채의 도력으로 되받아친다. 그것도 우주에서 온 무기와 동등하게. 여기서 등장하는 현대식 무기는 총뿐이다.

어쩌면 속한 문화권의 이야기이고 무엇보다 관련 소재에 깊은 관심이 있던 감독이어서 가능한 상상력이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상상력을 구체적인 결과물, 영상매체로 만들어낼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몇몇 작품으로 입증받기도 했다. 연기력 하면 의심할 여지가 없는, 개인의 매력까지 출중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나.

타이밍도 좋고 어디서 쉽게 접하지 못할 진귀한 재미를 선사할 재료와 마음껏 가지고 놀아줄 실력 좋은 이들마저 준비되어 있으니, 이제 어여쁜 모양새로 잘 버무리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모양새 어여쁘게 잘 버무리는 일이 가장 어려운 것이고 이 지점에서 ‘외계+인’은 기세 좋은 시작과 달리, 안타깝게도 포착한 기회와 소재, 배우들을 끝까지 야심 차게 활용하지 못하여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겼다.

무엇보다 히어로 장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요 인물의 성장 서사, 특히 ‘무륵’(류준열)의 것이 두드러지지 못했다. 무륵은 얼치기 도사로 출발하여 ‘외계+인 1부‘ 말미에서는 도력으로 부채에서 기어코 검을 꺼내 드는 도사다운 면모를 보였으나 ‘외계+인 2부’에서는 결정적인 순간에 어울리지 않은 슈트를 입는다거나 다른 등장인물들에 치이거나 혹은 자리를 내주거나 하며 제 역량을 다 발휘하지 못하고 결말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듦새가 주는 아쉬움에만 집중하기엔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이 지닌 존재가치는 여전히 상당하다. 보는 내내 이러한 상상을 하는 데에서 멈추지 않고 감상이 가능한 영상물로 구현해 냈다는 것 자체가 신나고 설레었으며, 이 세계관을 기반으로 또 다른 이야기, 좀 더 잘 매만져진 모양새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면 마블이 부럽지 않겠구나 싶었으니까.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그러나 위험천만했을 도전을 끝끝내 완수해 준 최동훈 감독과 ‘외계+인’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없이 가치 있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영화 ‘외계+인 1부’, ‘외계+인 2부’ 스틸컷]

외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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