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부르는 ‘성인 아토피’…어릴 때 ‘이것’ 노출되면 위험↑

김가영 2024. 1. 1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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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피부염은 소아의 병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대개 소아에서 발병하고, 나이가 들면서 호전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 하지만,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수는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살펴보면, 2022년 아토피피부염으로 병원을 찾은 성인 환자는 54만 8,865명으로, 2015년 대비 약 31% 증가했다.

아토피피부염은 성인기까지 지속되거나 소아에서 증상이 없다가 성인기에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아토피피부염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적인 소인과 환경적인 요인, 면역학적 이상 등의 요인들이 상호 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더해 최근 국내 연구진은 소아 시기에 성인 아토피피부염 발생 위험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소아 시기 특정 세균 노출이 성인기 아토피피부염과 같은 피부 염증성 질환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

소아기 특성 세균 노출, 피부염증 발생 최대 34%↑
연세대 의대 의생명과학부 유지환 교수 연구팀은 소아기 시절 피부에 공생 세균 노출이 선천 면역 발달에 영향을 미쳐 성인기 알레르기성 피부질환 발생 위험을 최대 34%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피부 표피는 구조적으로 외부환경과 맞닿아 있어 많은 피부 공생세균이 서식하고 있다. 피부 공생세균 중 정상 세균은 소아기부터 피부의 면역세포를 활성화 시킨다. 이를 통해 성인기까지 피부의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우며 상처가 생기면 회복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반면 정상 세균이 피부에서 적절히 공생하지 못하고 세균 환경이 불안정해지면 피부염증 등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일례로 소아기 피부 공생세균 중 하나인 포도상구균이 피부에 증식하면 아토피피부염과 같은 피부 염증성 질환이 발달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졌다.

생후 초기 피부에 I3A를 생성하는 포도상구균이 노출되면, 각질 세포에서 TSLP의 분비가 증가돼 제2형 선천성 림프구의 활성이 유도된다. 이와 같은 생후 초기의 제2형 선천성 림프구의 활성은 성인기에 알레르기성 피부염증을 촉진하는데 영향을 미친다|출처: 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은 무균 마우스에 피부 공생세균을 접촉시켜 피부장벽에서의 면역조절제 발현과 피부 면역세포 활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포도상구균인 ‘스타필로코커스 렌터스(Staphylococcus lentus)’가 생후 초기 피부에 서식하며 면역세포를 자극하는 I3A(indole-3-aldehyde)를 생성함으로써, 면역조절제인 TSLP의 발현을 증가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이로 인해 염증성 피부질환의 주요 염증 유발 세포로 알려진 ‘제2형 선천성 림프구’의 활성이 약 2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팀은 소아기에 활성화된 제2형 선천성 림프구가 성장기에도 공생세균, 대사체와 지속적인 작용을 일으켜 성인기에 아토피 피부염 등 알레르기성 피부질환 발생 위험을 20%에서 최대 34%까지 높임을 확인했다.

유지환 교수는 “소아기 때 피부의 공생세균에 대한 노출 조절을 통해 성인기의 선천 면역을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면서 “피부 공생세균에 대한 조기 개입으로 잠재적인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의 치료 전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 호스트&마이크로브(Cell Host&Microbe)’ 최신호에 게재됐다.

2차 피해 큰 아토피…적극적으로 치료해야
아토피피부염은 가려움증, 피부 병변 등의 증상으로 불편함을 주고, 수면 장애까지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성인 아토피피부염은 얼굴을 포함한 상반부에서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해 자신감이 떨어지고, 우울감을 호소하는 등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성인 아토피피부염은 편두통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위험인자다. 서울성모병원 박영민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편두통 발생 위험이 대조군과 비교해 1.28배 높다.

이처럼 성인기의 아토피피부염은 피부를 넘어서, 우리 몸과 마음에 2차 피해를 낳는다. 치료와 관리를 소홀히 하면 안 되는 이유다. 아토피피부염 치료의 원칙은 피부 보습을 철저히 하고, 원인과 유발 인자를 제거하는 것. 이와 더불어 필요할 경우 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항히스타민제 등을 사용한다. 광선 치료, 항원 특이 면역 치료 등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생활습관도 신경 써야 한다. 평소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기 △약산성 물비누 사용하기 △목욕직후에 보습제 바르기 △스트레스 관리하기 △실내 적정 습도 유지하기 등을 지켜야 한다. 아울러, 연구에 따르면 잠을 충분히 자고, 적당한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조절하면 아토피피부염 증상 완화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김가영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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