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3인 인터뷰, 영어 유치원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서울문화사 2024. 1. 1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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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놓치면 끝장이라는 한국 교육의 입시 속에서 적어도 영어만큼은 공부가 아닌 언어로 인식하면 좋겠다는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자녀들의 영어 노출 시기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출생률 감소로 유치원, 어린이집이 줄줄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 영어 유치원의 확장세는 가파르다.

대담자

최○희(34세, 8세 아들·6세 딸 엄마)

이○윤(39세, 8세 아들·5세 딸 엄마)

안○준(37세, 8세 딸·6세 딸 엄마)

Q 자녀의 영어에 대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영어 유치원을 선택했나요?
이○윤(이하 ‘이’)
아이가 다니는 영유가 생태 유치원을 표방하고 있어 관심이 생겼어요. 영어를 놀이식으로 익히게 하고 싶었고, 엄마표 영어는 할 자신이 없었거든요. 영유가 학원의 유치부 개념이다 보니 자칫 학습만 강화될까 봐 걱정이 많았죠. 다행히 아이가 다니는 영유는 활동 중심의 프로그램이 많아 좋았어요. 아무래도 강남 대치동 브랜드의 영유들이 눈길을 많이 끄는데 영어 라이팅 등 기술적인 공부로서의 영어를 일찍 하더라고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수능 영어를 끝내고 토플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데, 챗GPT의 인공지능 시대에 답보다 어떤 질문으로 답을 얻을지에 대한 능력이 더 필요한 법이라고 생각했죠. 아이에게 언어로서의 영어를 익혀주는 게 목표였어요. 어린 시절부터 영어 노출 환경을 조성해주면 아이가 자신의 세계로 나아갈 때 영어가 걸림돌은 되지 않을 거라고 봤죠.

안○준(이하 ‘안’) 우리 세대는 영어를 공부의 한 과목으로 배웠잖아요. 그냥 학습이었던 시절이죠. 저는 공대 출신이라 수학은 재밌었는데, 영어는 공부로 하는 게 힘들었어요. 그래서 제 아이는 영어를 학습이 아닌 자연스러운 언어로 편히 느끼게 하고 싶었죠. 어려서부터 영어를 많이 들으면 발음도 좋아지고 한결 편하게 생각하겠다 싶었는데, 영유를 졸업하고 나니 또 다른 문제에 부닥쳤어요. 초등학교에 가면 영어 노출 시간이 확 줄어들고 영어책을 접할 시간도 줄어 그저 학원의 숙제만 하니까 현실적인 벽에 부딪치는 거죠.

Q 조기 영어 교육의 찬반론이 많은데, 어떤 문제가 영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준다고 보나요?
제가 아이를 보낸 영유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 좋았어요. 남자아이고 특별히 움직임이 많은데,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물총 놀이며 수영장 놀이며 다 좋아했죠. 영유는 수업료가 비싼 만큼 더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 좋은데, 그런 곳이 많아지고 있어요. 그런데 영유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은 이유는 어린아이들에게 영어 공부로 부담을 강화시킨다는 인식 때문인 것 같아요. 어느 정도 틀린 말은 아니에요. 둘째가 5살 여자아이인데 큰애 5살 때와 비교해보면 학습량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게 사실이에요. 영어에 대한 학습 부담이 심해지는 거죠. 어릴 때 영어를 접해 발음도 좋아지고 언어로 인식한다는 것은 순기능이지만, 대치동의 유명한 영유 같은 경우 테스트를 보고 상급 단계에 진입시키기 위해 4살 때부터 애들을 잡아두고 영어를 시키죠. 그러다 보니 영어 공부의 선행이 가열되는 거예요. 6살 영어가 5살로 내려오고, 5살 영어가 4살로 내려와요. 강남에서 그렇게 선행이 가열되면 그게 지방으로 내려가서 속도가 붙어요. 입시라는 게 지방끼리 경쟁하는 게 아니라 전국의 아이들과 경쟁하는 거니까 무시할 수 없죠.

Q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이 될 텐데 어떤가요?
최○희(이하 ‘최’)
부담은 되죠. 하지만 좀 비싸도 얻어가는 것이 있으니까 거기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해요. 아깝다는 생각보다는 장기적으로 미리 투자한다고 보는 거죠.

맘 카페 같은 곳에 달린 댓글을 보면 아이가 적응을 잘하고, 경제적으로 크게 힘들지 않다면 보내는 걸 찬성한다는 엄마가 많아요. 저도 같은 생각이고요.

솔직히 큰아이는 별생각 없이 영유에 보낼 수 있었어요. 그런데 영어 환경 노출을 지속시키려고 큰아이를 영어 교육이 강화된 사립 초등학교에 보내고, 둘째를 영어 유치원에 보내니까 상당히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에요.

Q 영어 유치원 선택을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어떤 얘기를 해주시겠어요?
제 주변에 엄마표 영어를 하려고 노력하는 친구가 있어요. 저는 그냥 영유 보내라고 얘기해요. 엄마가 학원의 체계성을 따라갈 수 없다고 보는 거죠. 친구를 무시하는 건 절대 아니에요. 파닉스 끝나면 뭐, 다음 책은 뭐… 하는 식으로 선택이나 진도에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어요. 거기다가 원어민 교사와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고, 영어에 노출되는 일, 귀가 뚫리고 말을 할 수 있게 되는 것들은 엄마가 해줄 수 있는 부분 이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영유를 졸업해도 초등 연계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이 따르지만, 언제든 다음 학습에 대한 부담은 생기는 거고, 그래도 안 한 것보다 도움이 될 테니 보내놓고 만족했어요.

상황만 된다면 보낼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어디를 보낼지 고민하죠. 영유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면 저는 일단 아이가 어떠냐고 물어봐요. 조금 낯설어도 야무지게 잘 따라 하는 스타일이면 보내라고 해요. 공부로 아이에게 부담을 주는 학습식 영유의 경우 엄마들 사이에서 유명한 괴담이 많아요. “남자애들은 틱이 온다더라”, “아이들의 기본자세가 특이해진다더라” 등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모든 것이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것처럼 ‘아이 바이 아이’라고 봐요. 아이는 엄마가 제일 잘 아니까 엄마가 판단해야 하죠.

저는 일단 보내놓고 고민하라고 말해요. 아이의 성향이란 것도 보내기 전에는 섣불리 판단하기 힘들잖아요. 새로운 환경에 거부감이 없고 배우는 걸 즐긴다면 보내볼 만하다고 봅니다. 영어 교육에 대한 엄마의 목표가 어떤 곳에 있느냐가 관건인 것 같아요. 얼마 전 가족이 함께 영어권 나라에 여행을 갔는데 아이들이 영어를 알아듣는 걸 보니 엄마로서 큰 만족이었어요.

Q 영어 유치원을 보낸 학부모로서 평가를 한다면요?

만족이에요. 솔직히 제 욕심이긴 하지만 상황만 된다면 방학을 이용해 단기 캠프라도 꼭 보내서 환경을 이어주고 싶어요. 아이들이 더 크면 수학에 비중을 두고 공부해야 하니까 영어는 어렸을 때 자연스럽게 영어 환경에 노출시켜 일찍 좀 끝내놓게 할 계획입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가니까 영어 실력이 퇴보하는 게 보여 무척 안타깝더라고요. 영유 졸업할 때 제일 잘했던 거 같은데 영어 환경 노출이 줄다 보니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하지만 영유 경험이 있으니 다 놓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영유에서 쌓은 것, 원어민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던 경험들이 남아 있을 테니까요. 아이가 부담 없이 영어책을 잡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요.

기획 : 하은정 기자 | 글 : 유정임(교육 칼럼니스트)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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