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식당 용역 노동자, ‘고용승계 기대권’ 인정받았다

김지환 기자 2024. 1. 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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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말 집단해고를 앞뒀던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고용승계 보장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노동위원회가 전북 군산 미군기지 용역업체 노동자의 ‘고용승계 기대권’을 인정했다. 용역업체 변경 과정에서 상시적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노동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용역업체 노동자 고용안정을 근본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선 사용자의 고용승계 의무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지노위는 지난달 19일 노동자 A씨(57)가 군산 미군기지 용역업체 갑진개발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A씨 손을 들어줬다.

A씨는 2021년 6월24일 군산 미군기지 용역업체 엘도라도 군산지점에 입사해 사병식당에서 서빙과 캐셔(계산) 업무를 했다.

주한미군 계약청은 지난해 2월 사병식당 공개경쟁 입찰을 진행했는데 엘도라도 측은 지난해 7월 입찰 탈락 통보를 받았다. 이후 회사는 A씨에게 근로계약을 종료하겠다고 알렸다.

엘도라도 대신 차기 사업자로 선정된 갑진개발은 지난해 8월22일 주한미군 계약청과 사병식당 위탁운영계약을 체결했다. 갑진개발은 기존 노동자 중 A씨 등 5명을 제외하고 43명의 고용을 승계했고, 6명은 추가 채용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A씨에게 고용승계 기대권이 존재하는지다. 전북지노위는 “그동안 주한미군 사병식당 내 노동자 대부분은 수탁업체가 변경되어도 같은 장소에서 계속 근무한 것으로 보이고, 갑진개발은 이전 수탁업체 소속 노동자 중 5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노동자들을 모두 고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병식당은 원활한 사업 수행을 위해 용역업체가 바뀌더라도 이전 수탁업체 소속 노동자를 계속 고용해 인적 요소를 승계하는 노동 관행이 성립되었다고 판단된다”며 “따라서 갑진개발에 기존 수탁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채용 의무가 발생한다고 보이므로 A씨에겐 갑진개발로 고용이 승계되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했다.

A씨의 고용승계 기대권이 인정됐어도 합리적 이유가 있으면 갑질개발은 승계를 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전북지노위는 갑진개발이 고용을 승계하지 않은 것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전북지노위는 ‘개별적으로 연락하지 않으면 채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통보한 점 등을 고려할 때 A씨로부터 근로 의사표시를 받지 못했다는 갑진개발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아울러 노동자 6명을 추가 채용한 것을 볼 때 인원 감축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2021년 원청이 용역업체 변경 과정에서 하청노동자를 집단해고할 수 없도록 하는, 이른바 ‘LG트윈타워 집단해고 방지법’이 발의됐다. 2020년 말 당시 LG트윈타워 건물 관리를 맡고 있던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S&I)이 용역업체 변경을 이유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을 집단해고한 사건이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이 법안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A씨를 대리한 하은성 샛별 노무사사무소 노무사는 “잠자고 있는 ‘LG트윈타워 집단해고 방지법’을 깨우는 것이 시급하다”며 “입법이 돼야 고용안정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용역업체가 재고용을 빌미로 임금을 착취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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