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의사가 엄마가 되며 겪은 ‘출산의 배신’[책과 삶]
출산의 배신
오지의 지음 | 박한선 감수 | 에이도스 | 252쪽 | 1만7000원
‘중이 제 머리는 못 깎는다’는 말은 임신과 출산에도 해당할까. <출산의 배신>을 보면 ‘그렇다’고 대답해야 할 것 같다.
오지의는 산부인과 의사이자 아기 엄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그는 자신의 출산이 평탄하고 순조로울 줄만 알았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산모가 아기 낳는 것만 봤지 스스로 아기를 낳는 주체가 되어 본 경험은 ‘새삼스러웠다’.
그는 임신과 출산, 육아의 과정을 경험하면서 큰 감정적 낙차를 겪었다. 아기가 주는 행복감 말고도 당황스러움이나 억울함, 배신감이 찾아왔다. <출산의 배신>은 산부인과 전문의인 저자가 아이를 임신해 낳고 육아하며 경험한 신체 안팎의 변화와 감정에 관해 쓴 책이다. 도발적인 책 제목처럼 이 과정은 온통 배신으로 가득차 있었다고 한다.
책은 여성의 임신과 출산, 수유 등 재생산의 전 과정을 함께 풀어놓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임신과 초기 육아의 경험 전체를 ‘재생산’이라는 단어로 합쳐서 표현한다. “의학은 임신과 출산, 산모와 신생아를 따로 떼어놓고 다루지만 인생은 연속적이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힘든 임신과 출산을 더 어렵게 하는 장애물도 따져본다. 굴욕적이고 때론 수치심까지 유발하는 산부인과 진료 과정과 무너져나가는 ‘출산 인프라’ 문제를 지나 여전히 공고한 모성 신화까지 살핀다. 의학적 지식에 더해 여성으로서 몸소 겪은 경험이 보태지면서 책은 한층 생생해진다.
저자는 책의 부제이기도 한 ‘신화와 비극을 넘어서’려면 임신, 출산에 대한 과장이나 폄하 없는 온전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출산 인프라의 확충은 물론 재생산 과제를 어머니 또는 어느 한 성의 몫으로 남기지 않아야 한다고도 역설한다. ‘저출생 시대’ 가장 필요한 책이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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