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소년 합창단’ 지미 치앙 지휘자 “‘천사의 소리’ 비법은 두성으로 내는 고음”
19일 대구부터 시작, 국내 6개 도시 투어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빈 소년 합창단의 ‘막내 라인’인 아트레유(10) 군의 기타 연주에 맞춰 한국인 단원 구하율(11) 군이 ‘아리랑’을 들려준다. 사심 하나 담기지 않은 맑은 목소리가 ‘아리랑’의 1절을 차분히 마치자, 10여명의 소년들이 화음이 더하며 소리를 확장한다. 마음을 정화하는 ‘천사들의 목소리’다.
‘빈 소년 합창단’이 한국을 찾았다. 빈 국정악단의 전통을 잇고 있는 526년 역사의 소년 합창단이다.
1974년부터 5년간 단원으로 활동, 지난달 취임한 에리히 아르트홀트 빈 소년 합창단 신임 대표는 내한 연주 일정을 앞두고 “1975년에 단원으로 한국에 왔었다. 좋은 공연장과 관객, 훌륭한 음식으로 한국을 기억하고 있다”고 회상했다.
한국에선 19일 대구를 시작으로 울산, 통영, 서울, 세종, 춘천 총 6개 도시에서 8차례 공연을 이어간다. 서울에선 세 차례(23일 예술의전당, 24일 롯데콘서트홀, 28일 관악아트홀) 열린다.
아르트홀트 대표는 “단원들과 12일 정도 한국에 머물게 된다”며 “단원들이 세계를 여행하며 공연을 하는 것은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빈 소년 합창단은 1498년 오스트리아 황제의 칙령으로 창설, 9~14세 소년 100여명으로 구성된 단체다.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며 정규 과목을 공부하고 노래 연습을 한다. 합창단은 브루크너, 모차트르, 하이든, 슈베르트 등의 4개 팀으로 구성, 해외 투어 일정과 국내(오스트리아) 일요 미사를 맡는다.
이 합창단은 존재 자체로 클래식 음악의 역사다. 하이든과 슈베트르가 합창단의 단원이었고, 모차르트와 브루크너는 지휘자, 베토벤은 반주자로 활동했다.
빈 소년 합창단의 중요한 음악적 특징은 발성과 레퍼토리에 있다. 이들의 고유한 가창 전통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을 정도다. 올해로 10년째 합창단을 지휘하고 있는 지미 치앙은 “합창단에선 클래식 곡 위주의 레퍼토리를 선정하고, 고음을 낼 때 반드시 두성을 사용하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합창단에선 고음을 낼 때 흉성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그럴 경우 억지로 소리를 내는 것 같아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두성을 사용하면 훨씬 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나오죠. 그래서 빈 소년 합창단이 ‘천사같은 목소리’가 난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요.” (지미 치앙)
합창단 단원들의 국적은 다양하다. 전 세계에서 다양한 인종, 다양한 국가의 학생들이 빈 소년 합창단의 단원이 되기 위해 찾는다. 아르트홀트 대표는 “내가 단원으로 활동했던 당시엔 단원들 모두 빈에 사는 오스트리아인이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국적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은 중요한 변화”라고 말했다. 오스트리아를 비롯해 한국, 일본, 카자흐스탄 등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이 음악으로 하나가 되고 있다.
단원들은 연간 두 번의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다. 아르트홀트 대표는 “아이들을 뽑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노래와 공연하는 생활에 대한 관심 정도, 기숙사 생활에 대한 적응력”이라며 “학교에서 함께 생활하며 살아가야 하는 만큼 언어, 기숙 생활에 대한 적응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단원이 되려는 아이들은 더 나은 환경에서 노래 공부를 하기 위해, 혹은 대를 이어가기 위해 합창단원이 되기도 한다. 구하율 군은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좋아해, 노래를 더 잘 할 수 있는 곳에 가고 싶었다”며 “아버지가 학교를 찾던 중 가장 높은 수준의 학교(빈 소년 합창단)에 보내줬다”고 말했다.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며 작곡가로의 진로를 그리고 있는 구 군은 “학교가 특별한 만큼 저도 특별하다고 생각돼, 이 곳에서 생활하며 실망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친구들과 함께 있을 수 있고, 여행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아트레유 군은 “아버지가 빈 소년합창단 출신이라 자연스럽게 입단하게 됐다”며 “이 삶이 굉장히 만족스럽고, 부모님이 뭐라고 하지 않아 정말 즐겁다”고 말했다.
소년들의 연주 일정은 촘촘하다. 과거엔 3~4개월의 장기 투어 일정이 이어졌으나, 현재는 최대 9주까지의 일정을 소화한다. 아르트홀트 대표는 “지금의 합창단원들이 소화하는 스케줄의 강도가 높아 중간 중간 빈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투어 일정 중엔 정규 과목에 대한 수업은 따로 하지 않고, 각국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내한공연의 주제는 ‘온 스테이지’다. 지미 치앙은 “‘온 스테이지’(on stage)라는 부제처럼 이번 공연엔 연극적인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정통 클래식을 비롯해 영화 ‘미션’의 OST(영화 음악)인 ‘넬라 판타지아’, 오페라 ‘나부코’ 중 ‘날아가라 상념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 뮤지컬 ‘시스터 액트’ 중 ‘하늘의 여왕’, 한국 가곡인 최영섭의 ‘그리운 금강산’ 등을 들려줄 계획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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