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터뷰] "솔직히 감동이었어요" 최형우도 예상 못 한 KIA의 깜짝 선물, 아찔했던 부상 후라 더 특별했다

광주=김동윤 기자 2024. 1. 1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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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광주=김동윤 기자]
최형우. /사진=KIA 타이거즈
"저도 이렇게 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팀을 옮겨서도 이렇게 야구를 오래 했다는 게 스스로도 놀랍습니다."

이젠 빨간 유니폼이 더 익숙해진 최형우(41)가 KIA 타이거즈와 긴 동행에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최형우는 지난 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KIA 구단과 계약기간 1+1년에 연봉 20억 원, 옵션 2억 원 등 총 22억 원에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KIA 구단에 따르면 2025년 계약은 2024년 옵션을 충족하면 자동으로 연장되는 것으로 건강하게 뛰기만 한다면 달성할 수 있는 조건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KIA와 최형우는 최대 9년을 함께하게 됐다. 전주고를 졸업한 그는 2002년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 48순위로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다. 2016년 겨울 삼성 라이온즈에서 첫 FA를 맞이했고 4년 100억 원에 이적하면서 KIA와 인연을 맺었다. 2020년 겨울 두 번째 FA를 맞이해 만 37세의 나이로 3년 최대 총액 47억 계약을 체결했고, 이번이 세 번째였다. 2024시즌 종료 후 FA로 올해는 연봉 재계약 대상자였으나, KIA는 만 41세의 그에게 또 한 번 거액을 안겼다.

KIA에서도 큰 부상 없이 꾸준한 활약을 보인 끝에 최형우는 통산 2065경기 타율 0.312(7452타수 2323안타) 373홈런 1542타점 1224득점 28도루, 출루율 0.402 장타율 0.532로 역대 출장경기 10위, 안타 3위, 홈런 5위, 득점 6위, 타점 1위, 타율 12위(3000타수 이상) 등 타격지표 곳곳에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최형우와 KIA의 계약은 유난히 빨랐다. 김선빈(35)과 계약이 더뎠던 것도 비교가 됐다. 김선빈이 KIA와 계약기간 3년에 계약금 6억 원, 연봉 18억 원, 옵션 6억 원 등 총액 30억 원의 FA 계약을 체결한 지 하루 만에 최형우의 계약 소식이 전해졌다. 두 사람이 같은 에이전트인 것도 이유였으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된 둘을 꼭 잡겠다는 KIA 구단의 강력한 의지가 결정적이었다. 심재학 단장과 구단 실무자들은 김선빈을 챙기면서도 최형우와도 꾸준히 교감을 나눴고, KIA는 이틀 연속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잡을 수 있었다.

KIA가 제시한 비FA 다년계약은 선수도 예상 못한 깜짝선물이었다. 최형우는 1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다년 계약 이야기 자체는 지난 시즌 중반에도 나왔다. 하지만 아무리 요즘 KBO리그가 베테랑들을 조금 대우해 주는 상황이라도 내 나이에 다년 계약을 해줄 거란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부상으로 마감한) 시즌이 끝나고는 더욱 그랬다"고 담담하게 당시 심정을 밝혔다.

최형우(오른쪽)가 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계약을 체결한 뒤 심재학 단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지난해 최형우와 나성범의 시즌 아웃 후 KIA 더그아웃에 걸린 두 사람의 유니폼. /사진=KIA 타이거즈

철강왕 최형우도 아찔했던 부상 후라 그 제안은 더 특별했다. 지난해 9월 최형우는 광주 KT 위즈전에서 주루 도중 상대 1루수와 충돌로 좌측 쇄골 분쇄골절 및 견쇄관절 손상 판정을 받았고, 쇄골 고정술을 받았다. 재활 기간만 4개월로 스프링캠프 참가는 물론, 나이를 생각하면 향후 커리어가 걱정되는 큰 부상이었다. 스스로도 눈 부상으로 신음으로 커리어 최악의 성적을 거뒀던 2021년과 다르다고 느꼈다.

최형우는 "솔직히 말해 많이 답답했다. 당시 우리 팀이 순위 싸움을 하는 긴박한 상황이기도 했고, 내가 다치기 며칠 전에 (나)성범이도 다쳤던 때라 정말 많이 힘들었다. 또 이렇게 크게 다친 건 처음이라 '나을 수 있을까' 생각까지 들었다"며 "2021년이랑은 또 달랐다. 그때는 어떻게 보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자연스러운 부상이었는데 이번에는 퍼포먼스를 내는 측면에서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위와 부상이다 보니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러나 KIA는 최형우가 그동안 보여준 모습과 재활 과정을 보며 믿음이 생겼다.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들어간 재활은 순조로이 진행돼 현재는 70%까지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그 때문에 불투명해 보였던 호주 스프링캠프도 김종국 감독의 권유로 참가를 확정한 상태다.

최형우는 "내 나이와 부상 부위를 보면 구단으로서도 다년 계약 제의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솔직히 (계약 규모보다) 다년 계약 제의에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해 주나 싶어 감동했다. 올해는 일반 계약을 예상하고 '내년에 잘해서 또 해야지' 생각했는데 구단에서 나를 좋게 봐주고 있다는 걸 느껴서 그전과 또 다른 마음이 생겼다. 지난 두 번의 FA 때와 또 달랐다. FA 계약 때는 그 계약에 걸맞은 성적을 내자는 마음이었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더한 책임감이 들었다"고 진심을 전했다.

최형우(오른쪽). /사진=KIA 타이거즈
최형우(오른쪽). /사진=KIA 타이거즈

이번 계약으로 최형우는 KBO리그 역대 비FA 다년계약 중 최고령 기록을 경신했다. KBO리그 최초 100억 FA 계약을 비롯해 늦은 나이에 주전으로 올라섰음에도 꾸준한 활약으로 한국 야구의 역사를 만들고 있는 최형우는 선·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최근 또다른 한국야구의 전설 추신수(42·SSG 랜더스)는 "최형우는 한 살 어린 후배지만, 몸 관리도 잘하고 참 대단한 것 같다. 최형우 같은 선수들이 잘해야 앞으로 후배들이 더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고 극찬했다.

같은 팀 후배 이우성(30)은 스타뉴스에 "겨울 내내 함께 훈련하고 있는데 계약 소식을 듣고 바로 존경한다고, 롤모델이라고 했다. 정말 멋있는 선배다. 선배님처럼 되기 위해 내가 조금 더 피나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고 의욕을 불태우기도 했다.

이에 최형우는 선·후배들의 찬사에 고마움을 드러내면서도 후배들의 성장을 더 기대했다. 최형우는 "추신수 선배, (강)민호, (이)우성이가 한 이야기는 기사를 통해 접했다. 나도 부주의하거나 다쳐서 시합에 많이 안 나온 적이 없는 것에 자부심은 있다. 건강하게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할 따름"이라면서도 "그런 자부심이 크진 않다. 예전 100억 FA 때도 그렇고 언젠가는 누군가 내가 세운 기록에 도달하고 추월한다. 40살이 넘어 한 이번 다년계약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자부심이 있다기보단 내가 처음 밟은 그 길을 100명의 후배 중 한 명이라도 따라오고 함께한다면 그걸로 난 뿌듯하고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그리고 기왕이면 그 한 명이 우리 팀에서 나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최형우(가운데). /사진=KIA 타이거즈

광주=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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