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걔였어?"... 배우 고윤을 버티게 한 '힘' [신년 인터뷰]
"사람들 놀라게 하는 카멜레온 매력"
"이젠 용기 생겨서 예능도 출연하고파"
13년간 배우의 길을 걸어온 고윤은 '인내의 아이콘'이다. 유명 국회의원 아버지(김무성)를 둔 덕에 꽃길만 걸었을 것 같지만, 부모의 지원 없이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누구보다 치열하고 묵묵하게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고윤은 배우로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감격스럽고 행복하다.
지난한 시간들을 뒤로 하고 그는 배우로서 만개할 준비를 마쳤다. '용의 해'를 맞이한 용띠 배우 고윤은 올해 세 편의 작품으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화인가 스캔들', tvN 드라마 '플레이어2', KBS2 주말드라마 '미녀와 순정남' 등 굵직한 작품들로 인사할 예정이다.
최근 본지와 단독으로 인터뷰를 가진 고윤의 얼굴은 밝았다. 187cm의 큰 키에 멋진 수트를 차려입은 그는 새롭게 연기할 재벌가 자제 느낌을 물씬 풍겼다. 아직 고윤에게는 대중에게 보여주지 않은 숨겨둔 매력이 많다.
긴 시간 버티며 얻은 용기와 자유
차갑고 날카로운 분위기와 순하고 장난기 있는 얼굴을 동시에 지닌 고윤. 다양한 얼굴은 배우로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게 저의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네가 걔였냐'라는 얘길 많이 들어요. 많은 얼굴이 있다고요. '국제시장' 개봉했을 때 '오늘의 연애'도 극장에 걸렸는데 사람들이 '그 양아치 술집 사장이 현봉학이었다고?' 하며 놀라더라고요. '카지노'와 '개미가 타고 있어요' '아다마스'를 동시에 찍을 때도 전부 다 다르다고 하셨고요."
캐릭터에 따라 확연히 달라지는 얼굴로 인해 재미난 일화도 있었다. "작년에 '화인가 스캔들'에서 재벌 연기를 하고 '가문의 영광: 리턴즈'에서는 바보 캐릭터를 맡았어요. 그때 매니저가 현장에서 겹치는 상황이 있었어요. (김)윤지 매니저가 다른 현장에선 김희정 배우 매니저로 온 거죠. 제가 인사를 하니까 처음 본 사람처럼 쳐다보더라고요. '같이 밤새 놓고 뭐야' 하니까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고 미안해했어요. 하하. 그게 10년 연기하면서 사람들이 저를 인지하지 못하는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카멜레온 같은 능력이기도 하니까 좋게 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한때 가족의 일로 배우 생활에 위기를 맞기도 했던 고윤은 tvN '업글인간'에 출연해 캐스팅이 무산됐던 일화도 고백한 바 있다. 다양한 일들로 속앓이를 했던 그가 지금까지 꿋꿋이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선배님들의 말 한마디 때문인 거 같아요. '버티면 언젠가 타이밍이 온다' '반드시 때가 온다'라고 지나가는 선배들조차 그렇게 얘기해 주니까 '맞는 말인가 보다' 하고 다른 건 시도해 볼 생각조차 안 했어요. 딱히 대단한 계획이나 계산이 있지는 않았어요."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기다리며 스스로를 다잡았던 고윤은 평소 쉴 때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그는 비흡연자에 술도 잘 못 마시는 편이다. 전작에서 탄탄한 복근을 공개하기도 했던 고윤은 "평소엔 (복근이) 풀어져 있다"면서 웃었다. "'미녀와 순정남'에서도 목욕신이 있어서 준비하고 있어요. 몸을 만들 때는 식단 관리를 하고 운동은 하루에 두 시간 이상 해요. 술자리엔 가지만 원체 술이 약한 편이라 매니저가 늘 챙겨주죠. 담배도 안 피우는데 군대에 가서 국회의원 아들이라고 괴롭힘을 좀 당했어요. 그때 (부득이한 상황으로) 피우는 척만 한 달을 한 적은 있어요. 하하."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고윤은 작품에서 만난 스태프들과도 잘 지내는 편이다. "10년 전에 KBS 연속극을 했는데 조연출 한 분이 이번 드라마에서도 조연출을 하더라고요. 10년 만에 만나니 너무 반갑고 좋았어요. '이렇게 돌고 돌아 만나는구나' 싶었고요. 저 역시 연출부 출신이어서 막내들이 하는 일도 잘 알고 스태프들에게 고맙게 생각해요."
tvN '크리미널 마인드'에 출연한 뒤 해외 팬들도 생긴 그는 기억에 남는 팬이 있는지 묻자, "'이별식당'이라고 그리스에서 찍은 독립영화가 있다. 스코펠로스라고 그리스 아테네에서도 배 타고 몇 시간을 들어가야 하는 작은 섬이다. 내가 거기에 있는 걸 어찌 알았는지 그리스 팬이 배 타고 힘들게 와서 사진을 찍자고 하더라. 그것만으로 너무 좋아하고 행복해했다"고 답했다.
2024년 상반기 드라마에서 큰 역할을 맡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고윤에게 신년의 계획이 뭔지 물었다. "용의 해니까 제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걸 많이 봐줬으면 좋겠어요. 곧 촬영에 들어가는 '미녀와 순정남' 캐릭터를 잘 소화하고 싶고요.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는 역은 처음인데, 연기한지 10년이나 됐지만 여전히 저를 모르는 사람이 많으니까 인지도를 넓히는 게 계획입니다."
그는 친한 동료 배우 구원(김태형)의 소개로 알게 된 홍석천이 해준 말도 기억이 난다며 웃었다. "예전에 홍석천 형이 '윤아, 너는 KBS 주말극 하면 무조건 잘될 거야'라고 몇 번을 강조했어요. 그때는 제가 회사도 없고 오디션도 본 적이 없는 상태였는데, 이번에 처음 KBS 주말극에 캐스팅이 된 거거든요. 석천 형 감이 맞는지 한번 지켜보려고요. 하하."
연기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는 것과 더불어 그에게는 또 다른 바람이 하나 있다. 바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 "제가 예능을 좋아해요. 뭐 하나 고르기 어려울 만큼 다 좋아하죠. 20대 때는 '하트시그널' 같은 연애 프로그램 제안도 받은 적이 있는데 무서워서 못 나갔어요. '나가서 말실수하면 어떡하지' 싶고 겁이 많았거든요. 이제는 용기가 생겼고 많이 자유로워졌기 때문에 어떤 예능이든 도전해 보고 싶네요."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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