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초 오페라 테너의 삶…조국 독립 향한 ‘꿈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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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일 테노레'는 오페라 아리아 '꿈의 무게'로 문을 연다.
지금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씨제이토월극장에서 초연 중인 '일 테노레'(2월25일까지)는 조선 최초의 오페라 테너를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일제강점기 연희전문학교와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에 다니며 성악을 익히고 이탈리아 유학까지 다녀와, 해방 뒤 조선오페라협회를 꾸리고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를 공연해 '한국 오페라의 선구자'로 불린 테너 이인선에게서 영감을 얻어 허구의 이야기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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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 멀어지네/ 빛바랜 희망이 됐네/ 나의 오 나의/ 찬란하던 꿈이여/ 내겐 전부였네/ 무겁게 짓누른대도/ 홀로 기꺼이 온전히/ 짊어졌던 꿈의 무게”
뮤지컬 ‘일 테노레’는 오페라 아리아 ‘꿈의 무게’로 문을 연다. 이탈리아 오페라 ‘꿈꾸는 자들’에 등장하는 노래다. 이는 실제 존재하는 오페라가 아니다. 제작진이 뮤지컬을 위해 가상으로 만든 것이다. ‘꿈의 무게’ 또한 새로 창작한 노래인데도 익숙한 고전 아리아처럼 단번에 귀에 꽂힌다.
지금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씨제이토월극장에서 초연 중인 ‘일 테노레’(2월25일까지)는 조선 최초의 오페라 테너를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일 테노레’는 이탈리아어로 테너를 뜻한다. 일제강점기 연희전문학교와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에 다니며 성악을 익히고 이탈리아 유학까지 다녀와, 해방 뒤 조선오페라협회를 꾸리고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를 공연해 ‘한국 오페라의 선구자’로 불린 테너 이인선에게서 영감을 얻어 허구의 이야기를 더했다.
1930년대 경성. 문학을 사랑하는 학생들 모임으로 가장했지만 실은 항일운동단체인 문학회는 일제에 저항하는 메시지를 담은 연극을 올리려 한다. 하지만 일제가 조선 배경 연극을 전면 금지하면서 벽에 부딪힌다. 그때 의대생 윤이선이 오페라 공연을 제안한다. 우연히 접한 오페라에 마음을 빼앗긴 이선은 조선 최초의 오페라 무대를 꿈꾼다. 오스트리아제국에 맞서 독립하려는 베네치아 사람들을 그린 오페라 ‘꿈꾸는 자들’이 항일 메시지와 통한다고 판단한 문학회 리더 서진연과 핵심 멤버 이수한은 제안을 받아들인다. 우여곡절 끝에 정식 공연의 기회를 얻지만, 오페라를 향한 이선의 꿈과 조국 독립을 향한 진연·수한의 꿈이 뒤엉키면서 공연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된다.
오페라 소재 작품답게 클래시컬한 넘버와 연주가 돋보인다. 대학 시절 클래식을 전공한 작곡가 윌 애런슨은 작품 속 모든 오페라 곡들을 손수 만들고, 오페라 곡이 아닌 넘버들에도 오페라 요소를 넣어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애런슨은 “19세기 후반 오페라 요소 중 하나인 ‘라이트모티브’(유도동기)도 사용했다”고 귀띔했다. 18인조 중 12인조를 현악기로 구성한 오케스트라도 뮤지컬로서는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처음엔 어리숙한 모습을 보이다 점차 독보적인 오페라 테너로 성장해가는 이선은 배우 홍광호·박은태·서경수가 번갈아 연기한다. 2014년 ‘미스 사이공’으로 한국인 최초로 영국 웨스트엔드에 진출한 홍광호는 폭발적인 성량과 섬세한 연기로 깊은 감흥을 준다. 박은태는 특유의 맑은 고음이 매력적이고, 서경수는 부드러운 창법과 안정적 연기가 조화를 이룬다. 배우 김지현·박지연·홍지희는 결단력 있고 똑 부러진 진연을 잘 소화해낸다.
뮤지컬은 수미상관 구조를 이룬다. 시작할 때처럼 아리아 ‘꿈의 무게’로 막을 내리는데, 결말을 마주한 객석에선 연신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노년의 이선은 이렇게 노래한다. “망연한 길의 끝에 나 도착하네/ 이 눈물의 길을 따라 걸어온 세월아/ 이젠 나의 지친 꿈을 쉬게/ 허락해 주오 허락해 주오/ 내 마지막 이 노래~” 무대 뒤로 사라지는 이선의 뒷모습과 마지막 노래의 여운은 쉬이 식지 않는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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