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불나면 무조건 대피?…"복도에 퍼진 연기가 더 위험"

유영규 기자 2024. 1. 1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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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부산 남구의 한 철거 예정인 4층짜리 빌라에서 화재 현장을 구현한 재현 실험이 열렸습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아파트 화재로 대피할 당시 복도에 깔린 연기를 흡입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며 "적절하게 대피하지 못했을 때는 무리하게 움직이는 것보다 오히려 집 안에서 소방당국의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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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이웃집에서 불이 나 현관문을 여니 복도에는 이미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깔려 있는 상황에서 거주지에서 벗어나 대피해야 할까? 아니면 머물러야 할까?

18일 오후 부산 남구의 한 철거 예정인 4층짜리 빌라에서 화재 현장을 구현한 재현 실험이 열렸습니다.

이날 실험은 부산소방재난본부가 지난해 개정된 아파트 화재 피난 안전 매뉴얼을 홍보하고, 대피 시 현관문의 개방 여부에 따른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진행했습니다.

최근 큰 인명피해를 일으킨 아파트 화재가 잇달아 발생한 데 따른 것이기도 합니다.

아파트 화재 시 현관문을 열고 대피한 경우 화염이 밖으로 유출된다.


소방대원들은 화재가 발생해 대피할 때 현관문을 닫고 간 경우와 열어두고 간 경우를 가정했습니다.

현관문을 열어둔 경우 빌라 1층 안방에 불을 지핀 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검은 연기가 현관문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검붉은 화염은 현관문 밖으로 나와 빌라 복도를 새까맣게 태웠습니다.

실제 1층에서 발생한 연기는 1분 20초 만에 4층 계단까지 올라왔습니다.

점화한 지 4분 50초가량이 지났을 때는 4층 계단에서의 일산화탄소 농도가 7천28ppm을 기록했는데, 이는 흡입한 사람이 10∼15분 뒤 사망에 이를 만큼 치명적인 수치입니다.

아파트 화재 시 현관문을 닫고 대피할 경우 연기와 화염이 빠져나오지 않는다.


반면 현관문을 닫고 나온 경우에는 적은 양의 연기만 복도로 빠져나왔고 더 이상 불이 번지지도 않았습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집 안에서 불이 나 밖으로 대피할 때 현관문을 열어두고 나오면 더 많은 공기가 집안 내부로 유입돼 연소가 빨라진다"며 "현관문을 통해 나온 유독가스는 복도를 통해 대피하는 다른 이웃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동주택의 경우 이처럼 복도로 유입된 연기를 흡입한 탓에 다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소방청 화재 발생 통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5년 동안 발생한 아파트 화재는 1만 4천230건으로 사망자는 180명입니다.

이 가운데 연기흡입으로 인한 사망자는 127명으로 화상 13명, 뛰어내림 9명, 기타 31명과 비교해 독보적으로 많습니다.


소방당국은 이처럼 공동주택에 불이 났을 경우 무조건 대피하러 가기보단 상황을 먼저 판단하고 대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자기 집에서 불이 났을 경우 계단을 이용해 낮은 자세로 지상층, 옥상 등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다른 집에서 불이 났다면, 자기 집으로 화염이나 연기가 들어오는 상황인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연기나 불이 보이지 않는다면 집 안에서 대기하며 화재 상황을 주시해야 합니다.

만약 자기 집으로 연기나 화염이 들어오려 한다면 밖으로 대피해야 합니다.

상황이 여의찮다면 화장실 등 화염과 먼 곳으로 이동해 연기가 들어오는 것을 젖은 수건으로 막는 등 대처를 해야 합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아파트 화재로 대피할 당시 복도에 깔린 연기를 흡입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며 "적절하게 대피하지 못했을 때는 무리하게 움직이는 것보다 오히려 집 안에서 소방당국의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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