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호 기획] "김혜수가 곧 청룡영화상"…청순·섹시·우아, '청룡 여신 30년' 드레스 변천史
[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국내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인 청룡영화상은 배우 김혜수의 영화로웠던 순간들을 함께해 왔다.
지난 30년 동안 '청룡'을 대표하는 얼굴이었던 김혜수가 지난해 11월 열린 제44회 청룡영화상에서 화려한 엔딩크레딧을 장식했다. "청룡영화상이 곧 김혜수이고, 김혜수가 곧 청룡영화상이었다"는 말처럼, 그가 지나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김혜수는 이미 청룡영화상의 안주인으로서 첫출발부터 특별했다. 제14회 청룡영화상(1993)에서 첫 MC를 맡았던 그는 영화 '첫사랑'으로 23살에 최연소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 이후에도 화려한 수상 이력을 자랑했다. 1995년 영화 '닥터 봉', 2006년 영화 '타짜'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역대 청룡영화상 최초이자, 최다, 최장의 기록을 세웠다.
또한 매년 청룡영화상에서는 남다른 드레스 소화력을 과시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명품 몸매가 돋보이는 관능적인 룩부터, 우아하면서도 세련미 넘치는 스타일까지 다양한 드레스를 입고 완벽한 자태를 뽐냈다. 김혜수는 시상식 진행을 위한 드레스를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제 기준은 심플하다. 아무리 아름다운 드레스여도 영화제와 안 맞으면 아웃이고, 초고가의 최고 드레스가 왔다 하더라도 내 바디에 맞지 않으면 아웃"이라고 뚜렷한 주관을 드러냈다.
1993년 제14회 청룡영화상에서 첫 진행을 맡은 김혜수는 풋풋하면서도 앳된 미모를 뽐냈다. 가슴선이 깊게 파인 골드빛 튜브 톱드레스에 쇼트커트 헤어스타일을 연출해 보이쉬하면서도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1999년 제20회 청룡영화상에서는 그레이 컬러의 슬립 드레스에 풍성한 굵은 웨이브 펌으로 포인트를 주며 섹시함과 동시에 귀여움을 발산했다. 2000년 제21회 청룡영화상에서는 몸에 딱 달라붙는 화이트 컬러의 밀착 드레스를 착용하여 슬림한 몸매로 보는 이들의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독특한 올림머리 스타일까지 선보이며 강렬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을 자랑했다.
2005년부터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스타일 변신을 시도했다. 김혜수는 제26회 청룡영화상에서 블랙 컬러의 시스루 드레스에 골드 액세서리를 매치시켜 고혹적인 비주얼을 완성했다. 이어 2006년 제27회 청룡영화상에서는 볼륨감을 강조한 레드 컬러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한층 성숙해진 분위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2007년 제28회 청룡영화상에서는 스팽글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고 탄탄한 건강미를 드러내기도 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시크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아우라를 한껏 뿜어냈다. 특히 2017년 열린 제38회 청룡영화상에서는 드레스를 입는 김혜수의 톤 앤 매너까지 느낄 수 있었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배우 故김주혁을 추모하기 위해 화려한 컬러의 드레스 대신, 심플한 블랙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2020년 제41회 청룡영화상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한번 연기됐으며, 2021년도에 두 번의 시상식이 진행됐다. 먼저 2월에 열렸던 제41회 청룡영화상에서는 순백의 화이트 드레스를 입고 단아하면서도 청순한 비주얼로 이목을 끌었다. 같은 해 11월 개최된 제42회 청룡영화상에서는 가녀린 쇄골 라인을 강조한 파워 숄더 드레스와 똑단발 헤어스타일로 클래식한 분위기를 풍겼다.
마지막으로 2023년에는 제44회 청룡영화상의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반짝이는 골드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의 포문을 열었다. 시상식 1부에서는 '청룡' 상징색인 블루 컬러의 프릴을 더한 오프 숄더 드레스로 청량미 가득한 느낌을 줬고, 2부에서는 한쪽 어깨 라인을 과감히 드러낸 금빛 드레스로 그 누구보다 빛나는 존재감을 증명하기도 했다. 이에 김혜수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인트렌드 대표)는 최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드레스를 고를 때 단순히 예쁜 디자인이 아닌, 여배우로서 당당한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의상을 택했다. 예전에는 김혜수 특유의 섹시하고 고혹적인 이미지를 잘 살리려고 했다면, 이번엔 영화 시상식을 30년 동안 이끌어온 주인으로서의 전통적인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골드라인 드레스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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